‘한양 스타일’에 길을 묻는다
‘한양 스타일’에 길을 묻는다
  • 한양대학보
  • 승인 2010.05.02
  • 호수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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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도영 <국문대·문화인류학과> 교수
요새 산업계의 화두 중 하나는 스마트폰이 불러온 쓰나미다. 잠시 세계최대 IT업체가 되었다고 생각했던 모 전자회사는 불황 속에서도 지난 해 막대한 실적을 올렸지만, 스마트폰 하나의 등장으로 온통 초비상에 걸려있다.

순식간에 쓸려나가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이제야’ 느끼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이라고 하지만 실은 그것은 ‘아이폰 충격’이다. 지진의 시작은 얼핏 간단해 뵈는 정보기기 하나가 일으킨다. 어제의 세상을 석권했던 IBM에 대한 기억은 벌써 희미하다. 난공불락 공룡 MS도 미래의 제국 구글도 혼란스럽다.

하물며 화려한 스펙의 기계적 장점만 믿고 어설프게 비싼 상품들을 출시하는 그 순간에도 한국의 초대형 전자업체들은 이미 자기 확신이 없이 마지못해 패배를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이폰 충격은 제조업 중심의 패러다임이 소프트웨어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바뀌었어야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서 말하는 소프트웨어를 C++ 언어로 작성하는 '프로그래밍’으로 이해한다면 당신은 아직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기계적인 스펙은 기초조건임에 틀림없다. 그것이 없으면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표면 스크래치 잘 나기로 유명했던 아이팟이 세상을 덮은 지 오랜데 아직도 ‘엔진 스펙’ 타령만 할 것인가!! 애플의 생명은 스티브 잡스의 통찰력 그것이다. 애플의 엠블럼은 처음부터 ‘사과’, 그것도 ‘누군가가 한 입 베어 물은 사과’다. 시작부터 살아있는 사람들과의 감성경험 소통 속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이제 나이도 웬만큼 먹은 희끗 머리의 스티브 잡스가 정장 대신 캐주얼한 옷을 입고 회사의 명운을 좌우하는 신제품 발표회라는 상징 의례를 주관하는 것도 그와 같은 재치의 일환이다.

다시 정리해보자. 애플의 생명은 ‘스타일이 멋지다’는 것이다. 표면적인 디자인만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즉 생활양식과의 철저한 밀착대화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그 라이프스타일을 뒷받침하고 그에 적응하는 수단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아이폰은 ‘라이프스타일’ 매체다. 그러니까 게임의 진실은 이런 것이었다. 아무리 성능 좋은 기계도 살아 숨 쉬는 사람의 삶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

애플은 단순하고, 직관적이고, 능동적으로 변화하되 고집스러울 만큼 꾸준하고 진취적이다. 애플에서 난생 처음 보는 제품이 나와도, 새 서비스를 내놔도 그것은 변함없이 애플의 향기가 진하게 풍긴다. 상징의 관리, 정체성의 관리, 이미지와 의례의 다각적이고도 지속적인 관리가 작동한다. 그렇기 때문에 애플은 단순 제조업체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회사가 된다. 강한 정체성과 이미지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자신의 리소스를 통 크게 개방하고 나눠줄 수도 있다.

나는 묻는다. 한양 스타일은 무엇인가? 한양의 색깔은 무엇이고, 한양의 냄새, 손끝에 닿는 느낌은 무엇인가?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음악을 들을 때 한양이 느껴지는가? 당신은 그것을 얼마나 끔찍이 좋아하며 마음으로 모방하고 싶은가? 오늘과 미래의 한양은 어떤 살아있는 총체적 삶의 문화로 꿈틀대며 내 가슴에 다가오는가? 그 속에서 나는 무엇을 꿈꾸는가? 이제 당신이 춤출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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