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보면 척! 표정은 모든 걸 담고 있다
척보면 척! 표정은 모든 걸 담고 있다
  • 문종효 기자
  • 승인 2010.05.01
  • 호수 13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희노애락의 배출구 표정, 갈수록 중요성 높아져

아름다운 여인이 차갑고 무표정한 눈으로 밑을 내려다보고 있다. 어딘가 모를 깊은 슬픔과 애환이 느껴지는 눈은 매력적이다 못해 퇴폐적이라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보면 눈가에 눈물이 촉촉히 고여있다.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그 속에 슬픔이 내재돼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거장 이반 크람스코이의 작품 「잊을 수 없는 여인」은 인간의 근본적 고뇌와 슬픔을 표정으로 묘사한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문화예술에 풍부하게 기록된 표정

표정만으로 인상을 결정할 수 있다. 인간의 심리와 감성이 표정에 바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표정이 심리와 감성을 변화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법의학자 문국진<고려대ㆍ의학과> 명예교수는 “인상을 결정짓는 것은 외모가 아니라 표정”이라며 “역사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들의 작품에서 이런 점이 잘 드러난다”고 전했다.

인간의 세부적인 표정을 효과적으로 드러내 명성을 얻은 예술작품으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있다. 그림의 주인공 모나리자의 미소에는 기쁨과 즐거움의 저변에 깔려있는 또다른 감정이 스며들어있다. 깊은 실의가 그것이다. 지오콘도의 세 번째 아내로 결혼해 아기를 갖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아기가 죽고 말았기 때문이다. 기쁨 뒤에 깔려 있는 자식에 대한 애환은 작품 「모나리자」로 하여금 ‘신비한 미소’를 가지게 했고 오늘날까지 그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네덜란드 화가 베르메르의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역시 의미를 알 수 없는 오묘한 표정으로 세계적인 예술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순진한 듯 하면서도 유혹적인 소녀의 표정은 작품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혼동’을 일으킨다. 이 작품이 ‘북구의 모나리자’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예술작품에도 인간의 표정을 승화시킨 예술작품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하회탈이다. 양반, 선비, 중, 백정 등의 탈에 턱을 붙여 대사와 표정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하회탈은 조형미나 예술성이 다른 어떤 탈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평가받는다. 엄격하고 격식을 차리는 것 같으면서도 권력을 향한 욕망을 드러내는 양반탈, 장난기 가득한 얼굴의 이매탈 등 당대 사람들의 심리를 표정으로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에 하회탈은 ‘시대의 얼굴’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 표정

감정을 나누는 기준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찰스 다윈은 감정의 기본형으로 기쁨, 슬픔, 놀라움, 공포, 혐오, 분노 등의 6개를 꼽았고 폴 에크만은 이에 10개를 더해 16개를 인간의 기본감정으로 정의했다. 동양은 희노애락으로 표현되는 네가지의 기본감정들이 복잡다난하게 뒤섞여 여러 가지 감정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를 표현했다.

감정과 표정은 깊은 관계를 맺는다. 만약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사랑의 감정이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감정은 그녀에게 서투르게 말을 걸게 하고 꽃을 선물하게 한다. 또 그녀의 앞에서 억지로 미소를 짓게 하고 그녀의 장단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게 한다. 이처럼 감정은 우리 몸이 행동을 취하도록 하는 원동력이다. 표정은 감정을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기쁨의 감정은 웃음과 미소 등의 표정으로 나타난다. 문 교수는 “기쁨을 느끼게 되는 경우는 크게 두가지”라며 “자기 혼자만의 노력으로 어떤 결과를 얻었을 때와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파생되는 기쁨이 그것인데 이는 욕망의 성취에서 오는 자존감정의 상승에서 비롯된다”고 전했다.

기쁜 표정은 눈 끝에 잔주름이 생기고 입꼬리가 치켜올라감으로서 나타난다. 반면 억지웃음이나 덜 기쁠 때 오는 웃음은 눈주변의 주름이 없거나 입가의 웃음이 적다. 미소는 표정을 만들기 쉽기 때문에 기쁨 이외에 다양한 감정과 함께 사용되며 심지어 의도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가령 눈꼬리를 아래로 내리거나 입꼬리를 낮추는 등의 변화를 통해 비웃음의 효과를 줄 수 있다.

이에 반해 분노는 얼굴의 표정뿐만 아니라 몸짓도 동반한다. 분노한 사람의 표정은 다른 어떤 감정보다 극적이지만 의외로 얼굴상의 움직임 및 감정상의 변화폭은 크지 않다. 문 교수도 자신의 저서 「표정의 심리와 해부」를 통해 “분노의 감정은 단숨에 끓어올랐다가 잠시 후에 사라지는 일시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분노는 찡그림을 통해 완성된다. 일단 분노가 시작되면 눈썹머리가 밑으로 내려가 눈초리가 사나워짐과 동시에 윗눈꺼풀이 위로 올라간다. 사람이 지닌 감정 중 가장 원초적으로 표현되는 것이 웃음과 울음이다. 특히 울음은 누구에게 배우지 않고 태어나자마자 얻게 되는 표현이다. 생후 3-4주가 지나면 아기는 조근조근 미소짓는 것을 배우게 된다. 아기는 웃음과 울음을 통해 외부세계의 감정을 표현한다.

표정, 현대감성시대의 핵으로 떠오르다

표정관리는 감성을 중요시하는 오늘날의 추세에 따라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거듭되는 기술진보로 기술 사이의 차별점은 점차 사라져가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사회분위기도 자신을 알리는 수단으로서의 표정관리를 돋보이게 하고 있다. 「분노와 자기관리」, 「표현을 통한 자기계발」 등을 강의하는 이정숙<교육대학원ㆍ유아교육학전공> 주임교수는 “감정표현은 상대방이 나를 모른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며 “자신의 내면에 무엇이 있는지를 정확히 표현하는 것이 사회생활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감정표현이 서투르다. ‘침묵이 금’이라는 전통적 가치관이 여전히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핸드폰, 컴퓨터 등 접촉의 기회가 별로 없는 점도 주요 원인이다.

정보통신의 발달 및 보급이 유난히 빠른 우리나라의 특성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면대면 대화를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정보시대가 도래하면서 학생들의 관계맺는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청소년의 수도 줄어들면서 동질감 집단을 형성할 사회적 기회마저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표정은 내가 바꾸고 싶다고 단시간에 고쳐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평소 생활습관 자체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속에 있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표정을 통해 감정을 만들어내려는 연습도 바람직한 표정관리를 위해 필요한 노력이다.

감정을 배출하는 수단이 표정이지만 거꾸로 표정을 통해 감성을 변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마음이 풍부해야 사람을 대하는게 편해진다”며 “자신의 감정표현을 명확히 하고 표정을 바꾸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일러스트 주소희 기자
 도움 : 「표정의 심리와 해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