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신문, 혁신으로의 도약
추락하는 신문, 혁신으로의 도약
  • 유현지 기자
  • 승인 2010.04.04
  • 호수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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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잃은 신문업계 본연의 역할 충실해야

지난 2009년 뉴욕타임즈(이하 NYT)의 1면 광고 게재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NYT는 신문의 가장 중요한 1면에 상업적 정보를 실을 수 없다며 ‘신문의 품격 유지’를 이유로 1면 광고를 거부해 왔었기 때문이다. NYT의 재정적 경영 악화로 인해 발생한 이 이례적인 사건은 신문 위기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국내연구결과에 따르면 신문정기구독률은 1996년 69.3%에서 2008년에는 36.8%까지 떨어졌다. 하루 평균 신문열독시간 역시 1998년 40.8분에서 2004년에는 34.3분으로 감소하더니 2006년에는 15분을 기록했다. 떨어지는 열독률 또한 신문위기의 심각성을 반영하기는 마찬가지다. 1주일간 2분 넘게, 적어도 1건 이상의 기사를 읽는 비율을 뜻하는 주간 신문 열독률도 2001년 69.0%, 2006년 60.8% 2009년에는 55.8%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사실 신문의 위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돼 온 사안이다.  저명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이미 1970년대부터 신문이 사양길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했다.

▲ <신문구독률 변화 추이>

신문 쇠퇴의 원인
전문가들은 신문위기의 주원인으로 뉴미디어의 출현과 함께 도래한 디지털 미디어 환경을 지목한다. ‘인쇄문명의 쇠퇴’로 규정된 이러한 추세는 주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TV, 인터넷 등의 뉴미디어로 대체되면서 인쇄문명에 기초하던 신문과 잡지, 서적 등의 분야가 필연적으로 쇠락하는 현상이다.

신문구독자들이 뉴미디어로 눈길을 돌릴수록 신문 구독률은 하락했다. 신문업체는 재정운영방식의 특성상 광고수익 의존도가 높아 구독률의 하락은 곧 재정적 위기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김정기<언정대ㆍ신문방송학과> 교수는 “18세기부터 정보매체의 독보적인 위치를 자랑했던 신문매체는 새로운 환경 도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신문의 신뢰성 상실을 신문 쇠퇴의 주원인으로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이광수<성공회대ㆍ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신문 쇠퇴의 원인으로 시대 변화에 따른 독자들의 변화 등을 지목하지만 이는 본질을 비켜간 논의”라며 “신뢰를 상실한 기사 제작 관행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가장 신뢰하는 매체로 신문(55.4%)을 지목하던 시대는 이미 옛날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2008년 정보매체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1위 TV(60.7%), 2위 인터넷(20%) 그리고 3위에 신문(16%)이 뒤를 따랐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문 몰락의 원인으로 ‘상위 3사의 독과점 구조’가 꼽힌다. 상위 3사의 독과점 구조와 신문 간의 심각한 불균형 구조가 신문의 신뢰성 상실에 큰 역할을 했다는 의견이다. 신문 본연의 사명에서 벗어난 정파적 보도는 독자들이 신문을 외면하게 했다. 이 교수는 “대안 매체의 시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국내 주요 신문 3사가 정론지로써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면 적어도 정기구독자의 신뢰마저 잃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며 “결국 한국 신문 업계는 신뢰를 잃은 정보전달자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 <동시 보도시 가장 신뢰하는 매체>

신문매체의 존속 이유
이처럼 신문의 위기는 이미 직면한 현실이고 거부할 수 없는 흐름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유있는 신문의 몰락’이 국가적 차원의 과제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김 교수는 “18세기 이후로 꽃 피기 시작한 신문매체는 시민의식 향상과 민주사회 형성에 기여한 바가 크다”며 “신문이 논의할 정보를 제시하고 공론의 장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주얼 정보를 주로 제공하는 뉴미디어는 소통의 장으로써 한계가 있다. 비주얼 정보는 이미 존재하는 정보,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에 대해 수동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반면 신문은 ‘알아야 할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의제를 제시한다. 실제 미국 퓨(Pew)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생산되는 정보들의 85% 이상이 신문의 컨텐츠를 원천으로 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김 교수는 “디지털 시대라도 정보의 기본 원천은 신문에 기초한다”며 “신문이라는 매체를 버릴 수는 없다”고 전했다.

신문위기의 대응, 그리고 신문의 미래
세계신문협회에서 발표한 '2009 세계 신문 혁신 보고서'에 따르면 신문이 살아남기 위해 해야 할 일은 ‘혁신’이다. ‘신문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날의 신문은 위기다’라는 언급과 함께 시작된 포럼은 신문 업계의 변화를 촉구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신문 지면구성이다. 신문의 위기현상이 시작되면서 편집부는 가장 먼저 그래픽과 사진의 중요도를 높였다. 중앙일보가 신문 판형을 타블로이드판형으로 바꾼 사례도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한 흐름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뉴미디어에 밀린 종이신문의 취약성은 재매개화(Remediation)로 도약을 시작하고 있다. 재매개화란 구 미디어가 뉴미디어로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뉴미디어와의 융합으로 구 미디어가 새롭게 태어나는 현상을 뜻한다. NYT의 경우 인터넷에 신문지면을 그대로 옮겨 인터넷으로 구독할 수 있는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하지만 인터넷 게재가 신문의 무료화를 의미하진 않는다.

인터넷 구독을 할 경우 한 달에 약 8달러의 구독료를 지불해야 한다. 단 종이신문 구독자들은 인터넷 구독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종이신문은 정기독자들을 위해 한정판으로 제공하고, 인터넷 유료 구독을 통해 종이신문 출판의 손실액은 줄이는 동시에 구독자수를 높일 수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신문위기극복국민대토론회’를 발족하고 지속적으로 신문의 미래에 대해 논하고 있다. 토론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교수는 “신문은 지식정보의 종합체로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포털 등에 보도의 신속성 역할을 빼앗긴 신문은 심층적인 보도를 특화하게 된다. 독자에게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고 보다 고급의 논평을 하며 사건에 대해 심층적 해석을 제공하는 신문 본연의 역할에 더욱 더 충실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하지만 신문 변화의 이행은 기본적인 신문사의 자본이 바탕이 되지 않는 한 현실을 극복하기 어렵다. 신문의 디지털화 구축 등의 변화를 기업들이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신문저널리즘이 갖는 의미를 공적자산화 하는데 국가적 차원에서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신문의 위기는 민주 공동체의 위기와도 직결”된다며 “합의를 통해 국가적으로 신문 산업의 도약을 도와야한다”고 말했다.    
 일러스트 주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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