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자를 향한 샐린저의 손길「호밀밭의 파수꾼」
소외자를 향한 샐린저의 손길「호밀밭의 파수꾼」
  • 유현지 기자
  • 승인 2010.03.22
  • 호수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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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든이 보여주는 인간 소외의 극복

현대사회의 사춘기 소년소녀의 방황을 그리는 작품들은 많다. 하지만 이 작품만큼 구설수에 많이 오른 작품은 흔치 않을 것이다.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작품으로 손꼽히고 미국 중학교에서 교재로 사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작품이 교재로 선택되자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이 일었다. 소설 주인공의 언행이 부적절하고 소설의 내용이 청소년들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 였다. 하지만 이 작품은 ‘10대의 바이블’이라고 불리는 작품이다. 존 레논의 암살자 채프먼이 경찰에게 체포되기 전까지 읽고 있었다는 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이다.

『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이 어떤 이유를 위해 고귀하게 죽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는 반면,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동일한 상황에서 묵묵히 살아가기를 원한다.-「호밀밭의 파수꾼」 중』

소설의 주인공 홀든 코울필드는 학교 부적응자로 세상에 대해 지독한 위선을 느낀다. 홀든이 다니던 학교의 교장은 퇴학당할 위기에 처한 홀든에게 ‘인생은 시합이다’라며 ‘경쟁에서는 이겨야만 한다’는 속물적인 말을 할 뿐이다. 결국 홀든은 4번째 학교에서 마저 퇴학을 당한다. 소설은 퇴학당한 시점부터 그가 집에 돌아가기 전까지의 3일을 담는다.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부모의 눈을 피해 뉴욕의 길거리를 헤매는 주인공은 그 3일간 위선적이고 변태적이기만 한 현대사회의 어른들의 삶을 경험한다.

자신이 가장 존경하던 교사의 부정적인 모습을 보고, 멀쩡하게 생긴 신사가 여자 코르셋을 입고 거울을 보는 모습을 목격한다. 이상을 꿈꾸는 주인공에게 알맞은 환경은 어디에도 없다. 사회 부적응자 홀든은 세상에 대해 더욱 더 경멸심을 갖게 된다. 하지만 절망의 끝에서 주인공은 세상의 유일한 순수한 존재인 자신의 동생 피비를 찾게 되고 그의 방황은 끝을 맺게 된다. 피비를 만나러 가는 순간 소설은 중요한 전환점을 맞는다.

홀든은 피비를 만나서 그동안 자신이 경험했던 세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이에 피비는 홀든에게 이렇게 답한다.

“오빠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싫어하잖아.”.피비의 말은 홀든의 어른들에 대한 증오와 피비가 보는 홀든을 병렬관계에 배치한다. 순수한 존재 피비에겐 순수라는 이상을 지키고자 했던 홀든 또한 어른들의 모습과 똑같이 느껴졌던 것이다.

다시 말해, 홀든이 꿈꾸는 파수꾼은 사실상 자기 자신을 붙잡아 줄 파수꾼이다. 절망의 늪에서 자신을 건져줄 파수꾼에 대한 바람의 표현이었다. 결국 사냥꾼 모자를 쓰고 마주하는 삶의 모든 것에 총을 겨누던 홀든은 비로소 세상과 화해하며 전에는 보지 못했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위선적으로만 느껴졌던 세상에 대해 그리움을 느끼게 된다. 앞서 언급한 경구는 홀든이 유일하게 존경하던 교사가 그에게 남긴 말이다. 현실에 적응해 나갈 것을 권한 이 경구와 함께 저자 샐린저는 상처투성이로 소외된 홀든의 극복과정을 그리며 현대사회의 소외자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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