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정치활동도 인정해야
학생의 정치활동도 인정해야
  • 이시담 기자
  • 승인 2010.01.04
  • 호수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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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아렌트

아렌트가 바라본 학생인권조례
여성이며 유대인이기에 내게는 힘이 없었다. 제1,2차 세계대전 당시 나는 독일을 떠나 프랑스로, 미국으로 망명생활을 해야 했다. 독일에서는 약 6백만 명의 유대인이 학살당했으며 다른 곳에서도 유대인은 핍박받았다. 유대인들은 왜 이러한 학살과 차별에 대항할 수 없었을까. 나는 그 이유를 정치에서 찾았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정치행위는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개성과 가치관, 삶의 방식을 가진 개인들이 모여 언어활동을 통해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모든 행위를 의미한다. 인간은 정치행위를 통해 인간다운 삶을 수립하려는 의지를 표현할 수 있으며 각자의 개성과 가치가 부딪쳐 야기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정치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인간적 삶을 파괴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대인이 민족적 비극을 겪은 것은 독자적인 정치적 권력기반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절대왕정 하에 민족주의 국가가 형성될 시기에는 군주가 부를 필요로 했다. 때문에 막대한 부를 갖고 있는 유대인들은 궁정의 재정 관리인으로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제국주의 시대가 되면서 유대인들의 독점적인 지위는 상실됐으며 부를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공적 영향력을 전혀 행사하지 못하게 됐다. 이 때문에 대중은 그들의 부를 인정하지 못하고 경멸하게 됐다. 정치적 공동체를 형성해 정치적 자율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사회의 변화에 수동적으로 끌려가 고통을 당할 수밖에 없다. 결국 유대인들은 정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치즘에 대항할 힘을 갖추지 못했고 그들의 인간적 삶은 파괴됐다.

이처럼 민주사회에서 정치는 살아가기 위한 필수요소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학생들에게 정치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내놓은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논란을 봐도 그렇다.

김 교육감의 의도야 어떻든 간에 학생들은 순수한 목소리로 자신의 인권을 외쳤다. 그들은 교육을 받는 당사자인 학생들의 권리가 학교 운영에 반영되지 않고 학생들이 의사를 표시할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그러나 언론들은 이마저 좌파로 매도하고 있다. 이러한 언론의 주장에는 학생은 정치활동을 하지 않고 공부만 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이 깔려있다.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이야기하는데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교육정책을 제정하는데 교육의 수요자인 학생을 소외시켰기 때문에 교육문제는 커졌다. 학생들은 그들의 정치체계가 없었기 때문에 교육정책이 잘못됐더라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또한 그들이 원하는 교육을 제공받을 수 없다. 결국 이들이 바라는 것과 현실 사이의 간극 때문에 혼란이 빚어졌다.

정치는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해 줄 수도 있고 비참하게 만들 수도 있다. 다양성이 존중되는 정치는 깊은 사유를 이끌어내고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그 누구의 생각이든 어떤 생각이든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진실을 보도해야 하는 언론이라면 색깔론으로 학생들의 정치참여를 더럽히지 말아야 한다.
이시담 기자 lerne@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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