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는 봤니, 공짜경제학
들어는 봤니, 공짜경제학
  • 유현지 기자
  • 승인 2009.12.30
  • 호수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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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만족하는 ‘공짜’ 사업모델학

‘세상에 공짜점심은 없다.’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한 말이다. 경제학은 ‘공짜란 없다’는 명제를 전제로 한다. 그런데, 공짜란 정말 없을까? 스타벅스에 무선 랜이 있는 PC를 들고 가보자.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인터넷을 실행하면 ‘무료 인터넷 사용하기’ 버튼이 뜬다. 구글이 후원하는 KT 네스팟 인터넷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거 공짜 아닌가.

공짜경제학이 뭡니까
공짜란 없다고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서비스 및 제품 공급자가 소비자에게 공짜로 제품을 공급하는 사례를 쉽게 볼 수 있다. 인터넷 사용자 대부분이 사용하는 네이버나 구글과 같은 검색엔진은 정보 검색자들에게 돈을 받지 않는다. 이를 공짜경제(Freeconomics)라 한다. 상품을 공짜로 제공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경제 체제인 것이다.

이익창출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 공짜로 제공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공짜경제학을 가능케 한 배경은 웹 2.0시대의 도래다. 인터넷은 기업이 상품을 진열할 수 있는 공간을 무한히 그리고 무료로 제공했다. 결국 검색엔진에서 제공하는 컨텐츠들은 매출을 올리기 위한 단순한 ‘미끼’가 아닌 진짜 공짜다.

공짜경제학을 설명한 경제서 「Free」의 저자 크리스 앤더슨은 20세기의 공짜와 21세기의 공짜는 다르다고 말한다. 공짜 상품을 제공해 결국엔 자사의 제품을 사게 하기위한 단순한 마케팅 전략이 20세기의 공짜에 해당한다. 화장품 가게에서 제공하는 샘플 화장품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미끼’다. 시대에 따라 공짜의 의미가 달라진다는 점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의외로 사람들은 그 미묘한 차이를 느끼고 있다. 스타벅스가 제공하는 무료 인터넷은 공짜경제학에서 보는 확실한 ‘공짜’다. 하지만 이에 대해 강혜령<언정대ㆍ정보사회학과 09> 군은 “스타벅스에서 제공하는 무료 인터넷에 만족하지만 단순히 ‘공짜’로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20세기의 공짜와 21세기의 공짜경제학을 다르게 하는 그 요소는 무엇일까.

공짜경제학, 그 비밀을 풀어보자
공짜경제학은 ‘공짜’를 원하는 수요자들의 욕구와 제품을 추가적으로 배급할 때 드는 추가비용(한계비용)이 0으로 떨어지는 기술, 고객의 관심과 시간이 희소자원이 된 경제 환경을 적절히 이용한 새로운 사업모델이라 할 수 있다. 이 사업모델에서의 경제주체는 기업과 수요자의 일차원적인 상호작용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공짜경제에서는 기업과 수요자, ‘후원자’가 개입한다.

‘공짜 술 한 잔 보러 십리 간다’라는 말이 있듯이 공짜의 힘은 엄청나다. 사람들은 손해를 두려워하는데 공짜 제품은 선택에 있어서 손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수요자들은 공짜라는 변수 하나로 선호 제품까지 바꿀 수 있다.

공짜의 힘을 알고 있는 기업에게 인터넷은 한계비용 0원을 가능하게 했다. 공짜라는 변수로 기업들은 21세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수요자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공짜 제공으로 인한 손실은 후원자에게 받으면 된다.

보다 쉬운 이해를 위해 잡지의 경제 구조를 살펴보자. 사실 잡지의 콘텐츠 공급 비용은 매우 낮다. 잡지사는 콘텐츠를 무료로 웹상에 기재하거나 싼 가격에 오프라인 잡지로 공급해 독자들을 포섭한다. 그리고 콘텐츠 공급으로 인한 손해액은 잡지에 광고를 내는 광고주들이 메운다. 구독자는 단지 5천원과 1만원 사이의 적절한 가격만 지불하면 된다. 한편 이 적절한 가격은 상품을 평가절하하지 않을 최저가격이다. 구독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낮을수록 좋지만, 후원자 역할을 하는 광고주들은 자신들의 광고가 실리는 상품의 가격이 더 높길 원한다. 광고주들은 자신들의 광고가 값싼 매체에 실려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짜로 제공할 수도 있는 잡지는 고객과 후원자의 입맛에 맞는 적절한 가격을 갖게 된다.

회원가입비와 연회비만 지불하면 자유롭게 샘플을 사용할 수 있는 ‘샘플존’도 이와 비슷한 수익 창출 구조를 갖는다. 샘플존 운영 기업, 샘플존을 사용하는 수요자 그리고 후원자로서 샘플을 제공하는 회사들이 구조의 주체가 된다. 이 때 샘플존은 자사에 회원가입한 고객을 주 수익 대상으로 볼 수 있지만 실제로 샘플존의 주 수입원은 샘플 제공주들에게 제공한 진열공간 대여비다. 진열공간 대여비가 수익의 약 64.9%, 샘플존의 고객들이 제공하는 설문조사 데이터 제공비 약 30%, 고객들의 회원가입비 9.2% 된다. 상점에 오는 고객들에게서 수익을 창출하던 일반 수익 창출 구조와는 완전히 다른 매커니즘임을 확인 할 수 있다.

경제서 「공짜경제학」의 저자 나준호<LG경제연구원ㆍ미래전략팀> 연구원은 애초에 공짜란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나 연구원은 “공짜 경제학은 공짜라는 변수를 응용한 새로운 사업모델”이라며 “공짜는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고안해 내게했다”고 말했다.

▲ 웅진코웨이 페이프리 사업체제 구조
나 연구원은 국내의 공짜경제를 이용한 혁신적 마케팅으로 웅진코웨이 정수기의 페이프리 사업모델을 제시했다. 웅진코웨이는 고객들에게 정수기를 공짜로 대여해준다. 이 공짜 정수기를 제공하는 사업에는 외환카드와 OK캐쉬백 서비스를 제공하는 SKM&C(SK마케팅앤컴퍼니)가 후원자 역할을 한다. 일단 고객은 월 2~3만원 정도의 정수기 사용료를 웅진코웨이에 지불하고 페이프리 회원으로 가입한다. 기업을 주 고객으로 하는 외환은행은 비교적 카드 가입자가 적기 때문에 웅진 코웨이와 사업을 하면서 웅진 코웨이 페이프리 고객들로 카드 가입자를 늘린다. 페이프리 카드를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OK캐쉬백 마일리지가 높아지고 그 마일리지는 다음 달에 고객의 통장으로 입금돼 렌털료를 다시 환불받는 격이 된다. 결국 4개의 주체가 모두 사업 수익을 높이는 사업모델이 완성된 것이다.

나 연구원은 “공짜경제학에서 집중해야 할 부분은 ‘공짜’가 아닌 ‘경제학’”이라며 “공짜경제학은 공짜를 이용한 하나의 새로운 사업체제 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러스트 주소희 기자

출처 : 나준호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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