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회 한대신문 문예상 비평 부분 당선후기
제39회 한대신문 문예상 비평 부분 당선후기
  • 한양대학보
  • 승인 2009.12.07
  • 호수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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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주<인문대 철학과 04>
진실의 언어를 위한 방황을 끝내며

저는 천둥벌거숭이의 모습으로 뒤숭숭하고 파행적인 청소년기를 보냈습니다. 사고를 일으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반성문을 썼습니다. 저의 잘못을 뉘우쳤기 보다 글을 통해 용서를 비는 시늉이라도 하면 그만큼 처벌의 수위가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누구에게 단 한 번도 진심어린 참회를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제 책임을 회피하고 상황을 모면하고자 기만적인 반성을 하는 동안, 저의 글쓰기는 점점 오염되어 갔습니다.

비겁하게 변한 저의 글을 대학에 와서 진실한 언어로 복구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바람은 뜻대로 쉬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도 한 문장씩 써내려갈 때마다 식은땀을 흘리며 허둥지둥 거립니다. 회한으로 가득한 지난 시간들이 제가 원하는 글을 쓰지 못하도록 저의 영혼을 불구로 전락시킨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작년 이맘때 즈음, 영화 <슬리핑 뷰티>에 대한 비평으로 문예상을 받은 후에 잔뜩 우쭐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술 한 잔 흥겹게 걸치고 집에 돌아와서 제 글을 의기양양하게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못남과 어리석음으로 도배돼 있었습니다. 곧 있으면 방황과 자학으로 점철됐던 저의 이십대는 막을 내립니다. 을씨년스러운 이 무렵 제가 대학 4년 동안 해 놓은 것은 무엇이고, 저에게 남겨진 희망은 무엇인지 막막하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빈 곳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채워 넣을 수 있는 여지도 많다는 은총이라 여기고, 결핍과 불완전을 부둥켜 안은 채로 저의 삶을 지탱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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