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을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중독
끊을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중독
  • 문종효 기자
  • 승인 2009.12.06
  • 호수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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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필 학술제 「COFF」
개개인이 단절된 채 살아가는 오늘날 개인적 취미를 파고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중독’, ‘마니아’로 정의되는 이런 현상은 그 원인이 인간의 근원적 고독에서 나온 것이기에 왠지 씁쓸하다. 문화콘텐츠학과 학회 ‘시네필’의 정기 학술제 「COFF」는 이런 개인의 고독을 학생들의 관점에서 흥미롭게 풀어냈다.

「COFF」는 ‘시네필’이 직접 제작ㆍ기획한 영상을 선보이며 올해로 2회째를 맞았다. 이번 학술제는 학교 근처 주점에서 진행돼 축제같은 분위기를 내는데 성공했다. 학회장을 맡고 있는 오지연<국문대ㆍ문화콘텐츠학과 08> 양은 “다큐멘터리로 진행해 다소 딱딱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던 작년에 비해 올해는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며 “장소를 학교가 아닌 술집으로 정한 것도 그런 이유”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만큼 영화의 질은 그다지 높지 않다. 내용은 군데군데 어색하고 음향은 조악하다 못해 들리지도 않을 정도다. 예산 부족에 허덕이며 학생들이 주체가 돼 만들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열악한 환경들이 그들이 말하는 ‘B급 냄새 나는 C급 영화’의 조건에 맞을지도 모르겠다. 이에 오 양은 “예산이 부족하다보니 색다른 시도를 하기에 제약이 있다”며 “하지만 이렇게 열악한 상황에서 영화를 만들어보는 것도 대학생만이 할 수 있는 묘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제는 1학년 학생들이 직접 만든 생활영화 「Dormitory Break」로 시작한다. 여학생에 대해 알고 싶은 남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여러 면에서 기술적, 연출적 미숙함이 엿보인다. 상영도중에 음향이 갑자기 작아지거나 갑자기 커지는 현상, 연기 도중 화면을 힐끗 쳐다보는 배우들의 모습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학생이라면 한번쯤 가져봄직한 성에 대한 호기심을 솔직하게 풀어냈다는 점이 이 영화에 빠져드는 묘미다. 작품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저열한 은어, 비속어를 검열없이 드러내고 좋아하는 여학생의 방에 침입해 기뻐하는 남학생들의 모습을 ‘저속하게’ 그려낸 것은 아직은 솔직할 수 있는 대학생들이기에 가능한 연출이 아닐까 싶다.

이어서 상영된 작품이 바로 이번 학술제의 소재인 「중독」이다. 중독의 다양한 사례들을 묶어 옴니버스 식으로 엮어낸 이 작품은 굉장히 언뜻 보면 굉장히 난해하다. 활자 중독, 댓글 중독, 동행 중독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보기 힘든 중독을 다뤘을 뿐만 아니라 특별한 대사 없이 행동으로 이야기를 풀어냈기 때문이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연결된 세 영화는 중독이라는 소재상의 공통점 이외에 또다른 공통점이 존재한다. 바로 작품의 끝에 ‘만남’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만남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제시돼있지 않다. 그것은 영상을 보는 관객들의 몫으로 남겨진 것이다. 그러나 특별한 대사도 없이 강박적으로 만남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내용을 따라잡기에도 벅찬 관객들이 이를 제대로 수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 영화제가 빛나는 이유는 영화 내적 특성 때문이 아니다. 기술력과 연기력보다는 순수함과 친근함이 이들의 작은 영화제를 더욱 빛낸다. 자신들이 만든 영화를 사람들 앞에 수줍게 선보여 웃고 떠들며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것이 이들의 작은 축제의 매력인 것이다.

사진 박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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