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대학가를 매력으로 물들이다
게임, 대학가를 매력으로 물들이다
  • 문종효 기자
  • 승인 2009.11.29
  • 호수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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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 게임 참여에 대한 긍정적 시선

우리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A는 공부하다 지치면 정문 앞의 PC방을 찾는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친구들과 같이 게임을 할 수 있어 집에서 하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PC방에서 게임을 하다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공부에 대한 부담감도 줄어드는 듯 하다. 한 두 시간 정도 게임도 즐기다보면 A는 어느새 사라진 피로감에 스스로도 놀라곤 한다.

게임에 흠뻑 빠진 대학생

우리학교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게임문화에 동참하고 있다. 현재 우리학교는 「한게임 테트리스」의 대학별 랭킹에서 압도적인 점수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매년 축제에서 「스타크래프트」, 「피파」, 「워크래프트」, 「위닝」 등의 게임으로 실력을 겨루는 코너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밖에도 학교 인근의 PC방과 오락실에서 우리학교 학생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 등 게임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수준이다. 

왕십리에 위치한 PC방 ‘ㅆ’의 박승환<서울시ㆍ동대문구 32> 대표는 “이곳에 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한양대 학생들”이라며 “아무래도 남학생의 비율이 높은 만큼 여학생보다는 주로 남학생이, 인터넷 검색보다는 게임을 하는 것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이어 “남학생들은 싸이월드, 인터넷 웹서핑 등의 개인적 활동보다 친구와 함께 게임을 즐기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PC방을 찾는 학생들은 주로 2시간에서 5시간가량을 소비한다”고 전했다.

적절한 게임은 심신의 피로를 풀어주고 심리적ㆍ육체적 긴장감을 낮춰준다. 또 게임은 주로 다른 사람과 함께 즐기므로 자연히 친밀감이 생기기도 한다. 김정환<공대ㆍ전자통신컴퓨터학부 09> 군은 “주로 공부가 끝나면 기분전환 겸 PC방에 자주 들르는 편이다”라며 “다 같이 모여서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아 친구를 사귀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최성민<체대ㆍ체육학과 06> 군도 “수업과 수업 사이의 공강 시간이 생기면 거의 항상 PC방에 가는 편”이라며 “몸의 피로를 푸는데 도움이 많이 되고 정신적으로도 긴장감을 풀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게임문화 확대에 일조한 게임회사와 PC방

게임이 오늘날 우리나라의 기간산업으로 성장한 데는 게임의 수요층인 학생들 이외에도 이들의 지지를 이끌어낸 게임회사의 홍보도 유용하게 작용했다. ‘문화콘텐츠 마케팅’을 강의하는 김영재<국문대ㆍ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게임회사들은 다양한 이벤트를 활용해 수요를 확장해왔다”며 “기념일에 게임에 접속하는 유저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거나 방학 각종 대항전 및 토너먼트를 개최하는 것 또한 이에 속한다”고 답했다. 주요 고객이 학생이다 보니 게임업체들도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게임회사들은 홍보수단으로 ‘경쟁’과 ‘몰입’을 활용한다. 게임 포털사이트 ‘한게임’은 테트리스 등 자사의 아케이드 게임에 유저 간, 학교 간, 지역 간의 순위를 매기고 있다. 이렇게 서로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게임에 대한 몰입도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게임회사의 홍보 전략에 대해 “유저들 사이에 ‘경쟁’을 시킴으로써 게임 접속 빈도를 늘리고 궁극적으로는 수요를 확장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넥슨’사는 자사의 게임 「카트라이더」, 「바람의 나라」, 「크레이지 아케이드」 등에 학생의 방학ㆍ개학에 맞춘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많은 게임 회사에서 학생층에 맞춘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며 그들의 지속적인 몰입을 권유하고 있다.

정재진<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팀장은 자신의 논문 「온라인 게임의 소비자 충성도 유인에 관한 실증적 연구」에서 “기존의 경험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 하는 ‘플로우 효과’에 의해 게임의 충성도 및 몰입도가 높아지게 된다”며 “기업이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에게 얼마나 지속적으로 플로우 상태를 경험하게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게임문화가 대중화된 것은 PC방의 영향도 컸다. 1990년대 말부터 생겨난 PC방은 몇년만에 그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 전국에 PC게임 문화를 보급시키는데 기여했다. 특히 「스타크래프트」 열풍이 불었던 1999년에는 무려 400%가 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성장으로 인해 PC방은 저사양 오락 게임이 주를 이뤘던 당시의 게임문화에 커다란 파장을 가져왔다.

하지만 경쟁과 몰입을 활용한 마케팅이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김 교수는 “게임회사들은 근본적으로 이익이 목표인 단체”라며 “따라서 게임에 대한 몰입을 강화하기 위해 과도한 게임 접속을 의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게임회사들의 이런 마케팅 전략이 지역 간ㆍ학교 간의 서열을 조장한다고 보기도 한다. ‘레저학의 이해’를 강의하는 서용석<사회대ㆍ관광학부> 교수는 “각 학교마다 고유한 개성과 전통, 문화가 있기 마련”이라며 “이를 배제하고 게임 실력을 기준으로 줄을 세우는 것은 또 다른 서열화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내재된 놀이본성의 발현, 게임문화


게임문화는 ‘놀이’의 일부분이다. 물론 온라인과 오프라인 각각의 게임은 분명히 차이가 존재하지만 ‘놀이성의 발현’이라는 점에서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게임의 본질적 특성인 놀이는 인간의 본질적 특성으로 고대부터 존재해왔다. 네덜란드 학자 요한 호이징하는 자신의 저서 「호모 루덴스」에서 인간을 ‘놀이하는 동물’로 정의한 바 있다. 오늘날 게임문화는 놀이가 과학기술의 발전에 의해 새로운 방식으로 재단장한 것에 불과하다. 서 교수는 “‘놀이’는 ‘문화’보다 앞서는 개념으로 인간 본연의 모습에 가장 가까운 행위일 뿐만 아니라 인간을 보다 인간답게 해주는 요소”라며 “따라서 우리학교 학생들이 게임문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놀이’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들은 “잘 노는 사람이 사회생활을 잘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게임 및 놀이에는 필연적으로 응용하기, 상징성 부여하기와 같은 요소가 첨부되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요즘같이 창조적 인재를 선호하는 사회 여건에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요소들은 매우 중요하다”며 “어릴 때부터 이런 행위를 자주하는 사람이 커서도 주체적으로 창의적으로 행동한다”고 말했다. 

또 게임은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한 머릿속을 상쾌하게 느끼게 해줌과 동시에 창의성을 높여 문제 해결력을 높여주는 효과도 있다. 이 때문에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을 경우 게임을 즐기거나 휴식을 취하는 방법으로 참신한 해결책을 유도하기도 한다. 서 교수는 “응용이나 상징성 부여 같은 활동이 창의성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과 같이 게임문화도 창의력을 키우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진 박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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