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 소녀가 들려주는 솔직한 고백
14세 소녀가 들려주는 솔직한 고백
  • 문종효 기자
  • 승인 2009.11.14
  • 호수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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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안네의 일기」
인류 최대의 비극이라 불리는 제2차 세계대전은 수많은 인명을 앗아갔다. 그런데 이런 반인륜적인 재앙의 현장에서 끝까지 가족애를 잃지 않았던 가족이 있다. 연극영화학과 82회 워크샵 「안네의 일기」는 유태인 학살 정책을 피해 네덜란드의 은신처에서 2년간 은둔생활을 했던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연극은 제목에 걸맞게 프랑크 가족의 막내딸 안네의 일기 형식으로 그려진다. 천방지축 막내딸 안네는 한창 뛰어놀 나이에 빛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집안에서 답답한 생활을 이어간다. 호기심이 많아 무엇이든 시도해보다 어른들에게 구박받는 장면이나 자신을 어린아이 취급하는 어른들과 싸우는 그녀의 모습은 우리에게 아련한 어렸을 적 향수를 선사한다.

극 중 ‘안네’역을 맡은 노희지<예술학부ㆍ연극영화학과 07> 양은 이런 안네의 모습에 대해 “안네는 어리고 여린 존재지만 자기 신념이 분명한 소녀”라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신명민<예술학부ㆍ연극영화학과 05> 군도 “시대적 배경이 다소 어둡고 우울하지만 이를 통해 안네의 희망적인 모습들이 더욱 부각됐다”며 안네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작품 선정 이유로 밝혔다. 

극의 흐름을 이어가는 건 안네뿐만이 아니다. 안네의 아버지 오토 역시 부드러운 성격과 유연한 상황 대처로 구성원들을 지킨다. 오히려 이런 점을 감안해보면 그의 역할이 안네보다 크다고 볼 수도 있겠다. 오토의 보살핌이 없었다면 안네의 감성도 발현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안네의 일기」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구성원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구성원 간의 불화를 막고 가족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오토, 사춘기 소녀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주인공 안네, 이기적인 판 단 부부 등 저마다의 캐릭터가 정확히 잡혀있기 때문에 무대에서 벌어지는 사건 하나하나가 더욱 실감나게 느껴진다. “인물과 가까워 지기 위해 시대상황을 제시한 즉흥극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는 신 군의 말처럼 「안네의 일기」는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희극적 요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이야기가 심각해질 때 등장하는 희극적 요소는 자칫 늘어질 수 있는 극의 구성에 감칠맛을 더해 관객들을 몰입하게 한다. 판 단 부인이 두르고 다니는 모피 코트나 친구이자 연인인 페터와 연애할 때 안네의 의상 등이 대표적인 희극 요소다. 그러나 판 단 부인의 존재는 전쟁이 사람을 어떻게 바꿔놓는지를 알게 하는 대표적 상징으로 볼 수도 있다. 그들의 은신처가  발각될 때 가장 서럽게 통곡하는 사람이 바로 판 단 부인이기 때문이다.

전쟁의 광풍은 전세계를 휩쓸어 세계적으로 크나큰 상처를 남겼고 그 흔적은 오늘날까지도 남아있다. 그렇기 때문에 14세 소녀의 솔직한 일기장은 우리에게 더 큰 의미를 남긴다. 한번쯤 무거운 짐을 훌훌 털어버리고 어릴 적 순수함을 되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 최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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