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왜 존재할 수밖에 없는가
신은 왜 존재할 수밖에 없는가
  • 유현지 기자
  • 승인 2009.11.08
  • 호수 13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에 대한 사상가들의 논리적 증명

신이 존재한다면 신은 세상을 이토록 시련이 많은 곳으로 만들었을까. 인간이 철학적 사고를 하기 시작한 이래로 수많은 사상가들이 신의 존재에 대한 답변을 찾으려 했다. 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에 신비와 신앙적 답변이 아닌 논리적 답변이 가능할까.

▲ 르네 데카르트
데카르트의 ‘철학자의 신’
데카르트는 수 백년 동안 내려오던 신 중심의 중세에서 근대를 연 철학가다. 하지만 그는 그의 대표적 저서 「성찰」에서 신의 존재를 증명했다. 신 중심의 사회에서 이성을 가진 지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무대의 중심으로 이끈 그가 신의 존재를 증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신 존재론은 ‘관념’이라는 모호한 개념에 의지하기 때문에 홉스나 가상디를 포함한 비판자들은 참된 신의 관념을 가진다는 데카르트의 전제를  부정한다. 하지만 그는 신비와 신앙심으로 호소하지 않는다. 데카르트는 신의 존재를 다음과 같이 증명한다.  감각으로 인지되는 모든 것은 회의해야 한다. 회의한다는 것은 적어도 한 가지 점에서 완전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인간은 대체적으로 완전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고로 인간은 자신이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는 ‘완전함’의 관념이 의미하는 바를 알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완전함’의 관념을 알고 있는 인간은 절대적인 완전성인 신의 관념을 지니고 있다. 데카르트가 신의 존재를 증명한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인간을 세상의 중심으로 세우기 위해서다.

인간은 이성을 지니고 있지만 이성을 모두 발휘하지는 못한다. 이성을 사용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상에서 이성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이 ‘방법론’에 대해 논한 책이 그의 저서 「방법서설」이다. 이성을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세상에서 참된 지식을 인지해야하는데, 데카르트가 증명하는 신의 존재는 이 ‘참된 지식’의 보증자 역할을 한다. 완전한 신의 존재는 그로부터 유래된 참된 지식이 존재함을 보증하는 것이다.

데카르트의 신의 논증에서 불완전성의 관념은 완전함의 관념인 신을 도출해 낸다. 결국 도출된 신의 존재는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과 인간이 인지하는 것에 대한 확실성을 보증한다. 따라서 데카르트의 신은 완전하고 무한한 전지전능한 창조자다.

정연재<인문대ㆍ철학전공> 교수는 “데카르트는 이성적 존재인 인간이 세상의 중심에 서기위한 이론의 증명 과정 중 일부로 신의 존재를 밝혔다”며 “데카르트의 신은 참된 지식의 존재를 보증하는 ‘철학자의 신’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리처드 도킨스
페일리의 시계와 눈먼 시계공
2세기 전 생물학에 조예가 깊었던 신학자 윌리엄 페일리는 그의 저서「자연 신학」에서 ‘누가 이 정교한 자연을 만들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논리적 답을 도출했다.

그는 자연과 같이 정교하고도 복잡한 존재는 ‘우연’이 아닌 누군가의 의해서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논리로 신의 존재를 증명했다. 이 논증을 ‘페일리의 시계논증’이라 한다. 페일리의 시계논증은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어떤 사람이 메마른 사막에서 시계를 발견했다. 시계는 복잡하고 정교한 기계이기 때문에 ‘우연히’ 만들어졌다고는 볼 수 없고 지적존재인 시계공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자연은 시계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정교하다.

따라서 자연 또한 고도의 지적 능력을 가진 설계자가 의도적인 목적을 갖고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고도의 지적 설계자를 신이라 한다. 페일리의 논증에 반기를 든 사람들은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사람은 리처드 도킨스다.

리처드 도킨스는 저서 「눈먼 시계공」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연선택은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고 결과를 계획하지 못하며, 목적이 없다는 점에서 눈먼 시계공이다. 그럼에도 우리들에게 장인 시계공에 의한 설계와 계획이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심어주듯이 자연선택의 살아 있는 결과들은 설계된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리처드 도킨스는  페일리가 지적 존재에 의해 시계가 만들어 졌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두 가지 경우만을 가정했기 때문이다. 즉 자연에 의해 우연히 시계가 만들어진 경우와 지적 존재인 시계공이 시계를 만든 경우다. 리처드 도킨스는 그 두 가지 대안 이외에 또 다른 자연선택을 통해 시계가 완성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결론적으로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의 무목적적인 힘으로 대진화를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도킨스의 자연선택 대안에 대해 이상욱<인문대ㆍ철학과 교수>는 “단번에 우연히 시계가 만들어질 순 없겠지만 시계가 완성되는 부품들에 가깝도록 오랜 시간의 걸쳐 부품들을 거르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자연선택에 의해 복잡한 대상이라도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리처드 도킨스의 견해”라고 설명했다.

▲ 알베르 카뮈
카뮈의 신, 반항하는 인간
현대 철학이나 문학ㆍ예술은 근본적으로 신의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는다. 대표적인 철학적 현대 문학가 알베르 카뮈는 “나는 신을 믿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무신론자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부정한 신은 내세만을 강조해 현실을 외면하게 했던 당시의 종교적 신을 말한다. 카뮈는 그 존재를 ‘과거의 신’이라 칭하며 실존주의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신을 찾았다. 이는 카뮈가 청년시절 절대적인 영향을 받았던 니체의 사상과 유사하다.

니체는 소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통해 “신은 죽었다”고 선언한다. 이는 종교적 폐단이 극심했던 당시의 신을 부정한 선언이었다. 이와 동시에 니체는 새롭게 신을 찾는데, 니체의 이상적 존재인 ‘초인’이 이에 해당한다. 결국 ‘신이 죽었다’라는 선언은 신에 대한 맹신보다는 자기 자신이 자아의 주체가 된 ‘초인’의 존재를 말한다.

카뮈는 ‘나는 반항한다. 고로 우리는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반항은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 어떻게 행동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카뮈의 해답이다. 니체가  소설「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통해 부정한 신을 대신할 이상적 존재를 제안했듯이 카뮈는 소설 「반항하는 인간」에서 이상적 존재의 개념을 내놓는다. 따라서 그의 소설 「반항하는 인간」은 카뮈의 사상적 기반이 가장 잘 나타난 소설이라 평가된다. 

카뮈의 사상적 기반이 가장 잘 나타난 소설 「반항하는 인간」에서 카뮈의 이상적 존재의 개념을 찾아 볼 수 있다. 「반항하는 인간」의 주인공은 부조리한 세계에 끝없이 반항한다. 카뮈는 ‘반항’의 개념을 인간적 연감을 토대로 각자의 철학과 신학의 벽을 넘나들며 협력하고, 자유롭게 발언하는 협력의 세상을 만드는 실천적 행동으로 정의한다. 결국 카뮈의 이상적 존재로서의 반항하는 인간은 세상과 단절된 신이 아닌 ‘인간적인 신’이라 할 수 있다.

김혜동<경희대ㆍ불어불문학과> 교수는 논문 「카뮈와 종교」에서 “카뮈의 종교와 문학의 중심에는 오로지 끊임없이 자연과 하나 되기를 꿈꾸는 인간만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일러스트 주소희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