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에 정보화와 정체성 담아내고 싶어”
“건축물에 정보화와 정체성 담아내고 싶어”
  • 김민지 기자
  • 승인 2009.09.27
  • 호수 1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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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본관에 학교 정체성 표현한 장순각<생활대ㆍ실내환경디자인학과> 교수

서울배움터의 신본관이 완공된 후 그 내부 디자인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화려한 장식은 없지만 푸른 조명과 ‘애지실천’이라는 글자로 우리 학교의 특성을 잘 표현했다는 느낌이 들어서였을까. 이를 설계한 장순각<생활대ㆍ실내환경디자인학과> 교수가 인터뷰 내내 언급했던 ‘정체성’, 신본관의 홀은 바로 그의 평소 디자인 철학의 결과물이었다. 



















한양대에서 건축의 열정을 배우다

장 교수가 아직 우리 학교 건축학도였던 80년대는 전반적으로 사회가 혼란스런 시기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그의 동문들은 자연히 전공 공부에서 멀어졌었다. 그 역시 전공보다는 다른 것들에 관심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서서히 전공 서적과 그 속의 건축 디자이너에게 매료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건축가가 돼 성공하겠다거나 모교 교수가 되겠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어요. 여러 전공 서적을 보게 되면서 서서히 건축에 매력을 느끼고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학창시절 당시 장 교수는 교수님들이 무서웠었다고 한다. 어지러운 사회 분위기에서도 교수님들은 무엇 하나 대충 넘어가지 않고 철저하셨다. 장 교수는 우리 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건축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교수님 덕에 바짝 긴장했었다고.

“그 때 교수님들에게서 건축에 대한 열정을 배웠던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도 그 점을 감사드려요. 한양대 건축과라는 자부심과 공간에 대한 열정은 제게 있어 큰 교훈이 됐거든요.”

장 교수는 요즘 학생들이 너무 학점이나 토익 점수 같은 숫자에만 얽매여 있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예전의 자신이 스승에게서 배운 것처럼 학생들에게 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을 강조했다.

“한양대는 사회에 진출했을 때 절대로 손해 보는 학교가 아닙니다. 오히려 졸업생들은 학교의 덕을 많이 보죠. 우리 학교 학생들은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열정을 갖고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단순함으로 근본적인 미를 표현하다
장 교수는 건축과를 졸업한 후에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다. 좀 더 알고 싶고 좀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가 유학한 도시, 파리는 논리적인 건설을 하는 근대 건축물의 발상지다. 워낙 유서 깊은 도시다보니 노화된 건축물이 많다. 자연스럽게 파리는 외부는 보존하면서 오래된 내부를 고치는 리모델링이 발달했다.

“저는 리모델링이 내부에 변화를 줄 수 있으면서도 외부를 보존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또 건축은 도면이 그려진 후 성과를 보기까지의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내부디자인은 훨씬 빠르게 결과물을 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죠.”장 교수는 이와 같은 프랑스  학풍에 영향을 받아 단순함이 주는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됐다.

산업 혁명 이후 사람이 도시에 몰리면서 프랑스의 도시 건축가들은 건물을 좀 더 빠르게, 좀 더 값싸게 지었다. 이런 풍조 속에서 열팽창률이 철과 동일한 콘크리트가 신소재로 각광을 받게 됐다. 그리고 전과 달리 장식을 배제하기 시작했다.

“콘크리트는 장식을 배제하고 단순하게 면만을 가지고 집의 아름다움을 강조할 수 있게 됐죠. 저 역시 면의 아름다움을 강조해요. 벽, 천장, 바닥 등의 공간에 단순하게 자연이나 빛을 끌어 와서 근본적인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거죠.”

 

건축물에 정체성을 담아내다
단순한 공간미를 추구하던 장 교수는 요즘 시대의 흐름에 맞게 자신의 건축물에 그만의 철학을 추가해서 담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근간에 정보화가 진행되면서 컴퓨터 등의 디스플레이 기기가 점점 얇아지고 더욱 경량화 됐어요. 더 쉽게 정보 매체를 접할 수 있게 되면서 공간과 정보화는 서로 분리해 낼 수 없는 것으로 변했죠.”

또 그가 강조하는 것은 건축물만의 정체성이다. 옛날의 건축물이 일반적이고 공통된 언어를 가졌다면 요즘은 작가의 개성이나 건축물의 독특한 정체성을 나타내는 등 지엽적이고 감성적인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재료, 구조, 패턴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그렇기에 장 교수가 신본관의 내부를 디자인을 맡으면서 우리 학교만의 정체성을 나타내고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그는 신본관에 들어섰을 때 처음 보이는 인테리어 홀에 역점을 두었다.

장 교수는 장식에 치중하지 않고 우리 학교만의 정체성을 담고 싶었다. 결국 토의 끝에 한양의 정체성에 대해 3가지로 요약해 표현했다. 사랑의 실천, 24시간 일하는 활동성, 그 활동성으로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뤄다는 ‘Engine of Korea’다.

“권위를 나타내기 위한 장식보다 한양대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전달하기 위해 나무와 흰 돌만을 소재로 썼어요. 애지실천은 현판 형식으로, 24시간 일한다는 메시지는 시계로 표현했어요. 또 천정의 LED로 우리 학교가 계속해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시각적으로 형상화 했죠.”

그는 신본관 뿐 아니라 우리 학교 각 단대의 건물도 학문적 정체성을 살렸으면 한다고 한다. 생활대가 생활대답고, 사회대는 사회대다운 학문적 정체성이 살아있는 공간으로 말이다.

 

건축가와 교수의 중간 영역에 서다
장 교수는 디자인을 과학과 예술의 중간 영역으로 정의한다. 설계자에 따라서 디자인이 과학에 가깝게 효율성이 강조될 수도 있고 반대로 예술성이 강조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와 마찬가지로 장 교수 역시 건축가와 교수 사이의 중간 영역에 있다. 그는 작품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건축가이고 인테리어 디자이너지만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실기를 가르치는 교수기도 하다. 때문에 그는 어떠한 자신만의 방식을 강조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저는 학생들에게 방법론을 가르치기보다 비전을 심어주고 싶어요. 학생들이 꿈을 크게 가질 수 있도록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제가 해 나가야 할 임무라고 생각해요.”

그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해외의 공모전에 출품하려고 한다. 국내에만 안주하지 않고 세계의 평가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그는 자신의 디자인을 담은 책 출간을 준비 중이다. 이 모든 것의 이유에 대해서 그는 초심으로 돌아감을 강조했다.

“아직 저는 건축가로서 뭔가를 이뤄냈다기보다는 교수라는 지위 때문에라도 더욱 열심히 해야 해요. 인생의 단계로 봤을 때면 중년에 들어섰지만 디자인으로 봤을 때는 갓 신인 티만 벗었을 뿐이죠. 처음의 열정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계속해서 건축가와 교수의 두 영역에서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장 교수. 그가 앞으로 디자인할 건축물은 어떤 정체성을 표현하고 있을까.  벌써부터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사진 최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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