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태양을 향한 한국의 첫걸음, KSTAR
인공태양을 향한 한국의 첫걸음, KSTAR
  • 유현지 기자
  • 승인 2009.09.19
  • 호수 1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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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장 속에서 만들어지는 무한·청정 핵융합에너지

화석연료들이 점차 고갈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각국은 대체 에너지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화석연료의 역할을 대신할 궁극적인 에너지는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이제 사람들은 생명체의 근본 에너지원인 태양으로 눈을 돌려 청정 에너지원 태양을 직접 만들려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5년 타 국가들에 비해 뒤늦은 출발을 했지만, 현재 KSTAR로 핵융합 연구의 선두에 서있다. KSTAR는 에너지 사용량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가 에너지 주도국이 될 날을 꿈꾸게 한다.

인간이 만든 태양, 핵융합 에너지
핵융합장치는 태양과 같은 원리로 에너지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인공태양’이라고 불린다. 태양의 중심에서는 수소와 같이 가벼운 원자핵들이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스마 상태에서 서로 융합하며 열과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이와 같은 원리로 핵융합 장치를 통해 초고온 플라스마를 만들면 수소와 삼중수소를 융합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핵융합 에너지는  아인슈타인의 질량과 에너지의 등가성의 원리(E=mc2)를 따른다.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충돌하면서 중성자와 헬륨으로 바뀌는데 이 과정에서 충돌 전보다 질량이 줄어들게 된다. 이때 감소한 질량만큼 거대한 핵융합 에너지가 방출된다.

영화 「백 투 더 퓨처」를 보면 에메트 브라운 박사가 바나나껍질과 같은 쓰레기를 타임머신 자동차에 연료로써 넣는 장면이 나온다. 브라운 박사는 바나나 껍질 속 수분을 핵융합의 연료로 사용했다. 핵융합 발전에 필요한 연료는 수소와 삼중수소다.

이 두 연료는 바닷물과 지표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또  바닷물 1L에서 중수소 0.03g을 얻을 수 있는데 이를 추출하는 비용은 10원 정도다. 핵융합 발전이 이뤄지면 바닷물 1L는 가솔린 300L의 에너지를 낼 수 있어 무한 에너지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총 발전량의 41%를 공급하는 원자력 에너지는 ‘핵분열’의 원리를 사용한다. 우라늄이 두 개의 원소로 핵분열을 하면 막대한 에너지가 방출되는데 이 때 만들어진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원자력 발전은 현존하는 발전방식 중 가장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지만 이와 동시에 방출되는 방사선은 인체뿐 만 아니라 자연에도 큰 영향을 준다.

반면 핵융합 에너지는 충분히 제어가 가능한 소량의 방사선만 나오기 때문에 환경에 무해하고 이산화탄소의 발생이 없어 지구온난화를 야기하지 않는다. 한국물리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영백<자연대ㆍ물리학과> 교수는 “핵융합 에너지는 청정하고 무한하다”며 “상용화까지 쉽지 않은 연구의 연속이지만 반드시 해야만 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인공태양 첫 단계 KSTAR
KSTAR(한국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는 지난 9일부터 가동을 시작한 ‘한국형 핵융합 연구로’다. 핵융합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발생시키고 이를 담아둘 그릇이 필요하다. 이 그릇이 핵융합 장치이고 KSTAR는 우리나라에서 자력으로 만든 핵융합 장치다. 고온의 플라스마를 가두는 방법은 제다 장치, 스텔러레이터 장치, 토카막 장치 등이 있지만 현재 가장 실용화에 근접한 방식은 토카막 장치다. KSTAR 또한 토카막 방식을 사용했다.

KSTAR 사업은 지난 1995년 시작됐다. 초기에는 국제핵융합실험로인 ITER에 합류되지 못할 정도로 부진한 성적을 냈지만, 오늘날의 KSTAR는 가장 진보된 핵융합 기술 연구로로써 ITER의 기반 모델이다. ITER는 한 국가가 단독으로 연구하기는 어려움이 있는 핵융합 에너지 연구를 미국ㆍ유럽연합ㆍ중국ㆍ일본ㆍ인도 등이 함께 참여하는 세계 유일한 핵융합실험로다. 이 장치로 다양한 실험을 통해 핵융합 발전로를 완성한다. 현재 KSTAR는 가장 성공적인 예로써 ITER의 기반 모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가능케 했던 KSTAR만의 특징은 어느 나라에서도 시도하지 못했던 초전도 자석을 장착했다는 점이다.

핵융합이 일어나기 위해서 필요한 온도는 1억도 이상이다. 하지만 이 온도를 견딜만한 물질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이를 대체할 방법이 자기장을 이용한 토카막 방식으로 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해 플라스마를 고밀도ㆍ고온의 상태로 만들어낸다. 이 방법을 ‘자기거울의 덫’이라고 하는데 모든 각도에서 자기장을 쏴 플라즈마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다. 동시에 한 곳에 모인 플라스마의 밀도를 높이고 온도를 높여 핵융합이 일어나게 한다.

지금까지 다른 국가들은 토카막 장치에 구리 자석을 사용했다. 하지만 KSTAR는 다른 나라는 시도하지 못했던 초전도 자석을 장착했고 300초 동안 플라스마를 가두는데 성공했다. 구리코일을 사용하면 발생하는 열을 냉각시키기 위해 핵융합에서 나오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외부에서 투입해야한다. 이는 오히려 에너지 효율을 낮춘다. 하지만 KSTAR에서 사용하는 초전도체는 무한의 전기를 흘려도 저항이 없기 때문에 적은 에너지로도 핵융합을 할 수 있다. 또 KSTAR에서 사용한 초전도체는 고온 초전도체다. 도체의 경우 온도가 증가하면 전기저항 역시 증가해 전기가 잘 흐르지 않고, 온도를 감소시키면 저항이 작아져 전도가 잘 일어난다.

KSTAR는 초전도체가 되는 온도를 보다 높인 고온 초전도체를 사용하는데 성공했다. 전도체를 자석으로 사용하려면 가는 줄 형태로 만들고 이를 감아야 하는데 고온 초전도체를 이와 같이 가공해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영백 교수는 “고온 초전도체는 이론적으로는 증명된 물질이지만 활용은 쉽지 않다”며 “신소재를 우리나라 기술만으로 핵융합장치에 적용해 내고 이로써 핵융합에 상용화에 한걸음 다가섰다는 점에서 KSTAR를 높이 평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첫걸음 내딛었을 뿐
KSTAR는 300초 동안 플리스마를 가두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상용화가 가능하려면 300초를 넘어서 플리즈마를 핵융합이 일어날 수 있는 온도까지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핵융합기술에 대한 인류의 기술단계는 이제야 작은 발걸음을 뗀 격이다. KSTAR가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지만 ‘가동’이라는 단어가 상용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핵융합 에너지가 상용화되려면 그 전에 4단계를 밟아야 한다. ITER - DEMO(핵융합실증로) - PROTO(핵융합원형로) 그리고 상용화 단계다. 정상적으로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안정성을 거듭 실험하고 에너지의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시설의 크기를 키워야 한다.

지금의 KSTAR는 ITER 이전 단계다. KSTAR가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를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는 고성능 플라스마 장시간 유지할 수 있는 기술과 고온을 유지할 신소재 개발 등 이다. 이명재<자연대ㆍ물리학과> 교수는 “핵융합 발전을 위해 지금 우선으로 풀어야할 문제는 플라스마를 고온으로 가열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명재 교수의 말은 현재의 기술이 아직 실질적인 핵융합의 실험에 근접하지 못하고 준비단계를 밟고 있는 수준임을 반증한다. ITER에서는 2025년에 상용화의 최종 단계를 마치는 것이 목표다.

이에 맞춰 정부는 지난 2007년부터 ERC(우수공학연구센터)사업을 시작했다. 대학과 연구소가 연계해 핵융합과 플라즈마 관련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에 들어가며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사업이다. 현재 우리학교를 비롯한 서울대, 연세대 등이 최장 9년 간 매년 10억 원을 지원받고 있다. 이명재 교수는 “KSTAR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앞서는 기술”이라며 “다만 국내 전문 인력이 부족해 해외에서 전문 인력에 손을 빌리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 1995년 KSTAR가 발족한 이후 정부가 KSTAR를 항상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핵융합 에너지의 파급효과에 확신을 갖지 못했고 경제적 변동 또는 정책적 변화에 따라 지원 규모를 변경하면서 KSTAR의 운영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영백 교수는 “핵융합 에너지를 상용화 하기위해 지속적인 관심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지속적인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용어설명
플라스마 : 고체, 액체, 기체와 더불어 ‘제 4의 물질상태’로 원자와 전자가 분리된 상태를 말한다. 원자와 분자가 분리된 상태에서도 전자가 자유롭게 움직여 강력한 자성을 띤다. 기체에 강력한 열과 압력을 가하면 원자와 전자가 나뉘게 되는데 이 상태를 플라스마 상태라 한다.  


토카막 : 핵융합 실험장치 중 하나로, 핵융합 때 물질의 제4상태인 플라스마 상태로 변하는 핵융합 발전용 연료기체를 담아두는 용기다. 이 기사의 배경은 KSTAR의 내부인데 KSTAR는 거대한 토카막 구조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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