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의 에너지 절약과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조치에 따라 지난 1일부터 유럽에서 백열등의 수입과 제조가 금지됐다. 호주와 쿠바도 이미 백열등 사용을 금지하고 형광등으로 대체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5년까지 전체 조명의 30%를 발광다이오드(이하 LED) 조명으로 대체한다는 내용의 ‘1530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백열등 퇴출과 함께 고효율 형광등, LED와 함께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이하 AM-OLED)가 차세대 광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자체 발광’의 비밀
AM-OLED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체 발광’으로 잘 알려져 있다. AM-OLED도 다른 디스플레이처럼 빛을 내는 부분과 박막 트랜지스터의 구동시키는 부분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액정디스플레이(이하 LCD)에서는 액정이 빛을 내는 것에 비해 AM-OLED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그 역할을 한다.
AM-OLED는 자체발광하는 유기물질을 이용했기 때문에 LCD처럼 광원이 필요 없다. 전기 발광 원리에 의해 반도체 성질의 두 전극 사이에 유기물(또는 고분자)을 발광 소재로 삽입해 전압을 가하면 전류가 흐르면서 유기물로부터 자체적으로 빛이 발생된다.
AM-OLED의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가 있는 반면 ‘수동형’ 발광다이오드인 PM-OLED도 존재한다. 예전에 PM-OLED는 휴대폰 앞면의 작고 흑백인 디스플레이로 사용됐다. 때문에 AM-OLED와의 차이가 흑백과 칼라로 잘못 알려졌지만 사실은 구동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기술적으로 AM-OLED는 각 픽셀마다 픽셀을 조절하기 위한 박막 트랜지스터 소자가 있는 구조지만 PM-OLED는 트랜지스터가 없는 단순한 매트리스 구조로 돼 있다.
PM-OLED는 현 기술로는 소형만 개발이 가능해 요즘은 생산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AM-OLED는 생산 크기에 제한이 없어 장기적으로는 TV 소재로도 사용될 수 있다.
국내외 기업에서 더 큰 크기의 TV를 개발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 일본의 S기업에서 AM-OLED를 이용한 11인치의 TV가 시판 중이며 국내 기업으로는 S기업에서 시제품용 40인치 TV 개발이 이뤄졌다.
‘볼수록 빠져드는’ AM-OLED
LCD는 각도에 따라 색상과 밝기가 달라지지만 AM-OLED는 어느 각도에서든 동일한 색상으로 재현된다. 또한 외부 온도 변화에 따라 색상이 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영상이 표현 가능하다.
화면도 매우 자연스러워 장시간 시청 시 LCD보다 눈의 피로가 적다. 기존 디스플레이에 비해 전기 신호를 영상으로 표현하는 속도가 1000배가량 빨라 동영상 재생 시 잔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AM-OLED는 유기물질이 발광할 때만 전력을 소모해서 LCD보다 전력 소모가 적다. 광 에너지 소재 연구센터 이준엽<단국대ㆍ고분자공학과> 교수는 소비전력에 대해서 “LCD는 화면 밝기에 영향을 받지 않고 소비전력이 일정하지만 AM-OLED는 어두운 화면일수록 소비전력이 낮기 때문에 AM-OLED가 사용된 휴대폰의 기본 화면은 검은색으로 돼 있다”라며 “따라서 화면 밝기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대략적으로 LCD의 70~80% 수준이다”라고 밝혔다.
또 이 교수는 “LCD보다 전력소모가 낮긴 하지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좀 더 소비전력을 낮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LCD는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액정이 움직여 주변의 색이 변하지만 AM-OLED는 색상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 밖에 AM-OLED는 하나의 패널에서 두 가지 다른 영상을 양면으로 표시할 수 있는 양면 발광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명으로 ‘환히 빛날’ AM-OLED
AM-OLED는 단순한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조명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백열등이 전력 낭비와 수은 함유 등의 문제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규제가 적용되고 있는 가운데 차세대 유력한 조명으로 현재 LED와 AM-OLED가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AM-OLED 조명 분야에서는 후발 주자에 속한다. 이 교수는 “일본은 AM-OLED조명을 생산하는 회사가 이미 설립됐고 시제품도 나온 상태”라며 “미국ㆍ유럽ㆍ일본을 중심으로 내년이나 내후년에 시판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교수는 “비록 우리나라가 AM-OLED조명 부문에 후발 주자지만 워낙 디스플레이 쪽에서 우위에 있고 현재 AM-OLED 조명의 기술 장벽도 낮아서 빨리 선두 그룹에 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LED가 신호등의 점멸 신호에 쓰이는 것처럼 빛이 점에서 구현되지만 AM-OLED는 면에서 빛이 나오기 때문에 더 은은하게 빛이 나와서 조명으로 더 적합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후발 주자로 나서게 된 것에는 정책적인 요인이 크다. 이전에는 대기업에 대한 규제로 조명 분야를 중소기업이 맡았었다. 그러나 최근 규제가 완화되면서 투자 개발부분이 강한 S기업과 L전자, K전기와 같은 대기업들이 많이 참여하면서 AM-OLED의 조명 시장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AM-OLED의 미래를 위하여
AM-OLED는 빛을 내기 위한 광원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아서 현존하는 디스플레이 중 가장 얇으며 이후 종이처럼 말 수도 있고 접을 수도 있는 디스플레이 생산도 가능할 것이다.
AM-OLED는 LCD와 비교해서 구조가 단순해 부품의 수가 적어 생산도 유리하다. 그러나 아직 시제품만 만들어지고 휴대폰과 같이 일부 부문에서만 AM-OLED의 상용화가 이뤄졌다.
현재 박막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기술은 40인치까지 개발이 이뤄졌지만 더 큰 기판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기에는 아직 기술이 부족하다. 또 박막 트랜지스터 때문에 생산 단가도 높다.
하지만 이 교수는 “많은 수요 때문에 가격이 낮아진 LCD의 경우처럼 시장에 따라 가격이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아몰레드 폰의 출시로 올해부터 시장이 성장하고 정부의 지원도 늘어 향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이 교수는 “현재 공정할 때 진공 방식을 이용하지만 잉크젯 프린터처럼 프린트하는 공정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며 “앞으로 이 분야의 연구가 더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기존의 실리콘 대신 산화물을 대체해 생산하는 방안이 연구 진행 중이다. 또 AM-OLED의 색상 중에서 빨강과 녹색에 비해 청색은 아직 개발이 미비하다고 한다.
이 교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이 이 분야에 산업화가 거의 이뤄져 더 이상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해 실제로 대학교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 개발이 안 된 부분이 많아서 재료 공학이나 디스플레이 쪽 기술 부분에 관심을 갖고 연구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관심을 당부했다.
일러스트 주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