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힘든 세상에 ‘희망’ 전하고 싶어”
“살기힘든 세상에 ‘희망’ 전하고 싶어”
  • 이유나 기자
  • 승인 2009.09.06
  • 호수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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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노애락을 녹여내는 영화감독 한지승<연극영화학과 85> 동문


참 만나고 싶었다. 아마 ‘연애시대’라는 드라마를 보고서부터 였던 것 같다. 한 장면 한 장면을 놓치기 싫을 정도로 푹 빠져봤던 연애시대 마니아로서 그 드라마의 감독을 만난 다는 것은 얼마나 기대되고 두근거리는 일이었는지. 섬세한 연출의 비법을 묻자 그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며 고개를 내젓는다. 그가 영화 혹은 드라마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힘든 세상에서 살 수 있는 활력소 ‘희망’이다.

영화가 놀이였던 대학시절
한 동문은 동기들과 한 잔하며 영화 이야기로 밤을 지새우며, 또 동기들과 치고 박으며 열심히 싸우던 학생이었다. 그는 대학 3학년 시절부터 연출부 일을 시작했다. 현장에서 부딪히며 더 많은 것을 배웠다는 그에게 노는 것이란 카메라를 들고 영화를 찍는 일이었다. 여전히 그 시절 동기들과는 종종 만나 그 시절을 떠올리기도 한다고.

“대학시절 추억이라면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가 놀았던 거에요. 동기들과 자주는 못하더라도 종종 연락하고 지내고 있어요. 하는 일에 차이가 있어서 작품 얘기는 많이 나누지 못하는 편이지만 만나면 그 시절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죠”

연극영화학과 출신이기 때문에 드라마 연출보다는 영화 연출이 상대적으로 많다. 기본적으로 드라마 연출은 방송국 입사가 중요한 관건이다. 영화와는 달리 드라마를 만드는 것은 연출 외에도 방송국 안에서의 조직생활도 중요하다.

“과 자체가 연극영화학과니까 아무래도 영화 연출이 많아요. 선배님들도 영화 관련 일하는 분들이 많으셨었어요. 그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죠. 또 영화 자체에 매력을 느껴 들어온 친구들에게 드라마보다는 영화가 더 매력적이지 않겠어요”

이별 뒤의 사랑을 다루는 그의 작품
연출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풀어 대중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렇다고 뻔하거나 이미 나옴직한 이야기는 식상하다. 한 감독의 스토리 라인은 꽤 독특하다. 사랑의 시작부터가 아니라 이별 뒤부터 시작되는 사랑 얘기다. 영화 「고스트맘마」,「싸움」 그리고 드라마 「연애시대」가 그렇다. 작품마다 희망을 이야기 하고 싶다는 한 동문은 이별이라는 슬픈 상황에서 희망을 찾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사랑 전까지의 이야기는 많은 분들이 하시잖아요. 같은 이야기를 똑같이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사랑하고 난 그 이후의 상황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되는 거 같아요. 이별이라는 슬픈 상황에서 어떻게 희망을 찾느냐, 그게 관건인거죠. 그렇지 않아도 힘든 세상인데 영화에서까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너무 슬프지 않나요”

한 동문의 작품 장르는 ‘멜로’다. 하지만 한 동문의 멜로에는 간간히 웃음을 유발하는 코믹 요소도 숨어있다. 멜로라고 분류되긴 하지만 영화 안에 폭넓은 감정을 담고 싶다고 말한다.
한 동문 작품 안에 특별한 악역이 없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다양한 감정을 담기위해서는 하나로 치우친 감정을 나타내는 것은 이와 모순되는 것이라고.

“제 영화에는 악역이 없어요. 그렇다고 특별히 착한 사람도 없죠. 제 영화에 희노애락이 다 녹아들어있길 원해요. 사람이 그렇잖아요. 어떤 사람에겐 나쁜 사람이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이기도 하구요. 그런 감정들을 다 담고 싶어요"

30대의 성장멜로 「연애시대」
한 동문의 감독하면 결코 빼놓을 수없는 작품이 있다. 바로 2006년 작 드라마 「연애시대」다. 일본 극작가 노자와 히사시의 원작으로 이혼 후 다시 사랑하게 되는 남녀의 이야기다. 이야기를 섬세하게 풀어나가는 전개방식부터 역할을 소화해 내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호평을 받으며 ‘30대의 성장 멜로’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연애시대」를 연출한 감독으로서 이런 수식어가 어떻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다.

“의도와 충분히 맞아요. 원작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그거였어요. 그게 매력으로 끌려 연출을 맡은 이유기도 하죠. 하지만 30대만의 성장 멜로라고 규정짓긴 힘들 거 같네요. 이별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다 포함된 경우였거든요”

영화와 드라마 연출의 차이는 실로 크다. 영화 연출만 하던 한 동문에게 드라마 연출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영화는 보겠다는 의지를 가진 관객을 영화관에 모아 소통하지만 드라마는 설거지하는 아주머니를 텔레비전 앞으로 끌어와야 하기 때문. 한 동문은 드라마와 영화 연출을 다 해본 연출가로서 그 차이를 살갗으로 느꼈다고 말한다.

“영화와 드라마는 문법 자체가 달라요. 드라마는 산만한 자체에서 시청자를 집중시켜야 하기 때문에 가까이 찍어야 하고 자극적이며 소리가 커야 하죠. 반면 영화는 보겠다는 의지가 있는 관객들에게 보여지기 때문에 소곤거리는 조용한 화법을 써도 집중이 돼요. 때문에 다양한 화법을 쓸 수 있어요. 또한 클로즈업 위주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장면기법을 선보일 수 있죠.”

미래의 연출가에게 보내는 편지
연출이라는 건 풍부한 상상력과 뛰어난 창조력이 기반 돼야한다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한 동문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재능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제가 연출을 하면서 한 가장 큰 고민은 ‘과연 내가 재능이 있나’라는 거였어요. 그런데 자기가 관심을 가지고 ‘해도 될까’ 라는 생각, 그 자체가 재능일 수 있거든요. 그걸 믿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재능이 없으면 그런 고민 하지도 않거든요”
감독의 연출일이 열심히만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에나 적용되는 일종의 ‘법칙’같은 것이다.

현장에서 밤을 새는 일이 다반사인 연출은 결코 여자에게 만만찮은 직업이다. 선택의 연속인 영화계에서 ‘여자’ 감독일 경우 배급사나 투자자가 선입견으로 호의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지금 현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여자 감독 수는 남자 감독에 비해 극히 적다.

“여자 감독이 현실적으로는 불리하긴 해요. 하지만 여자 감독 분들이 있어요. 전혀 불가능한건 아니라는 거죠. 감독과 배우, 그리고 배급사나 투자자 끊임없는 선택을 하기 때문에 선입견을 극복하는 부분에선 힘들 수 있어요. 하지만 제 생각엔 여자 감독의 장점을 살려 노력한다면 이 분야에서 남자감독보다 더 쉽게 두각이 나타낼 수 있는 것이 연출 분야에요”

한 작품 뒤, 쉬는 기간 동안 일한 보람을 느낀다는 그는 일에 대한 보상을 행복하게 누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후속작에서는 어떤 희망을 찾고, 어떤 희망을 이야기할지 그의 팬이자 후배로서 열렬히 기대해본다.


사진 박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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