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과 모순 알면 ‘해답’보인다
규칙과 모순 알면 ‘해답’보인다
  • 손수정 기자
  • 승인 2009.08.30
  • 호수 12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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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규칙성, 모순성 해결하는 창의적도구 트리즈

똑똑함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지식이 많은 것이 똑똑함의 판단 기준이라면 슈퍼컴퓨터는 똑똑하다는 칭찬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슈퍼컴퓨터에는 창의력이 없기 때문이다. 정해진 정보를 입력하면 그 정보 안에서만 해결점을 찾을 뿐이다. 하지만 활용자의 처한상황이나 직업에 따라 다른 창의성이 필요하다. 상황에 알맞은 창의성을 찾는 방법. 트리즈에서 찾을 수 있다.

집중/분산

균형/비균형

측정

공간효율

직접/간접

경직/유연

조건 차이

피드백

자원 부족

차이

안정/불안정

유해요인

방법 오류

설정 오류

관점 오류

명칭/형상

<표 1>

규칙성 찾아 모순성 해결
트리즈(TRIZ)는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순을 찾아내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이론이다. 겐리히 알츠슐러는 1940년대 구소련 해군에서 특허를 심사할 당시 문제를 해결하면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문제는 동일한 문제가 반복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누구나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반적이고 체계적인 문제 해결 도구인 트리즈를 발명했다.

모든 문제는 크게 논리적 문제, 감정적 문제로 나뉜다. 그 중 트리즈는 문제 하나의 답이 무한대인 창조형 문제와 감정적인 판단을 문제해결의 우선순위로 두는 가치형 문제를 다룬다.

트리즈는 문제를 해결하는 대표적인 방법인 6시그마(6σ)와 비교되고 있다. 6시그마는 기업 또는 조직 내의 다양한 문제를 찾고 현재 수준을 계량화, 평가한 다음 개선하는 경영 기법이다. 원래 모토로라에서 개발된 일련의 품질 개선 방법이었으며 품질 불량의 원인을 찾아 해결해 내고자 하는 방법론이었다.

창조형 문제가 닥쳤을 경우 답이 무한개이면 6시그마에서는 그 중 문제 한 개만을 선택해 일괄 적용한다면 트리즈는 이 모든 답을 고려해 의사를 결정한다. 6시그마가 일정 품질의 제품을 똑같이 생산하는 기계공업이라면 트리즈는 각자 다른 특징을 지닌 제품을 생산하는 수공업에 비유할 수 있다.

하지만 6시그마는 경영이나 제품 개발 시 창의적 사고를 위한 도구들이 취약하다. 6시그마는 일반적으로 한 제품을 동일하고 정확하게 만드는 방식을 품질원리로 내세운다. 모든 조건을 동을하게 한다.
이에 프로젝트의 단기적이며 가시적인 해결 방법을 택해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원래의 문제가 재발하거나 다른 문제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트리즈는 문제 해결 시 크게 규칙성과 모순성이라는 두 개의 관점을 사용한다. 물리적 모순을 완화시키는 전통적인 방법은 타협이다. 문제를 타협하려면 어느 정도 조건을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트리즈에서는 타협이 아닌, 양자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대안을 찾는다.

김익철<한국트리즈협회> 대표는 “보통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 해결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그 다음에 반드시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라며 “기존의 문제풀이는 문제를 풀어가면서 시행착오를 겪는 반면 트리즈는 문제의 해결이 가져올 결과의 가짓수까지 모두 생각한 후에 문제를 푼다”고 말했다.

트리즈는 4단계의 과정을 거쳐 해법을 찾아낸다. ‘모순의 원인 파악→모순의 원인을 40가지 변수 중 적합한 것으로 치환→변수들의 조합 구성→최적의 해결 원리 도출’의 4단계를 거친다. 트리즈가 신제품 개발을 위해 발명됐기 때문에 변수들은 모두 공학 용어들이지만 최근엔 변수들을 경영ㆍ정치ㆍ사회 등의 영역으로 확장해 사용하는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대립 점 한데 모아 실생활에 적용
트리즈는 실생활의 문제를 쉽게 해결하도록 인도하는 도구가 된다. 박수진<국문대ㆍ중국학부 07> 양은 샴푸 통 밑 부분의 샴푸가 나오지 않는 문제를 트리즈로 해결했다. 일반적으로 샴푸통의 밑바닥과 샴푸 펌프의 끝은 평평하다. 때문에 샴푸를 일정량 사용할 경우 샴푸가 바닥과 떠있는 공간을 채울 양이 부족하면 샴푸를 쓰기가 힘들다.

   
 
  ▲ <그림 1>  
 

▲ <그림 2>


하지만 샴푸 펌프가 완전히 바닥에 닿으면 샴푸가 아예 흡입이 되지 않게 된다. 샴푸 펌프가 밑바닥에 닿지 않으면서도 샴푸를 모두 사용해야 한다는 두 가지 모순이 충족돼야 했다.
이에 학생은 <그림 1·2>와 같이 2가지 방안을 생각했다. 트리즈의 하나는 펌프 끝을 사선으로 제작해 끝이 바닥에 닿으면서도 닿지 않는 구조를 만들었다. 또 하나는 샴푸통 밑바닥 경사를 기울게 해 남은 샴푸를 한데 모아 끝까지 쓰는 방식을 고안했다.

▲ <그림 3>


 

 

 

김 대표는 “트리즈는 논리적인 사고가 필요한 창조적 문제와 감정적 사고가 필요한 가치형 문제 모두에서 쓰이기 때문에 경영과 공학 외의 여러 인문 분야에서의 문제해결에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촌에 본점을 두고 있는 ‘ㅁ’카페는 종자돈 2천만 원을 마련해 카페를 하려했다. ‘ㅁ’카페의 목표는 대학생의 교류 공간마련이었다. 하지만 <그림 3>처럼 두 가지의 모순요소가 발생했다.

첫째는 땅을 산 곳이 무허가 건물이어서 영업허가가 나지 않는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2천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살 땅은 이 곳 밖엔 없었다. 두 번째는 그럼에도 자유로운 교류공간을 만드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대학생들이 좋아할만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문제였다.

 

해결원리

방법

실행방안

차원변화

영업방법을 고객 중심에서 봄

입장료만 내면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제공

역방향

반대의 방법을 생각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판다

셀프서비스

퇴직자 재고용이나 인턴 사원 고용

대학생을 도우미로 활용

포게기

상점 속 상점

Cafe와 음식점을 겸업

구조를 줄인다

작은 공간에 여러 서비스

독서와 대화 공간 마련

<표 2>

이에 ‘ㅁ’카페의 대표는 트리즈의 모순 해결 원리 중 △차원변화△셀프서비스△구조 압축△중간매개물△포개기△역방향을 토대로 이 두 모순을 모두 만족시키는 결과를 냈다.<표 2>


불황을 이기는 열쇠로 주목
불황기를 맞아 트리즈 해법은 기업들 사이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신기술 개발을 스피드 있게 할 수 있고 시행착오에 따른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트리즈가 당장의 성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최근 L전자나 H자동차, N제과 등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었다. 또 정부의 지원 아래 지자체에서는 천안시청과 국토해양부가 트리즈를 활용해 민원을 해결하거나 정책을 책정 하고 있다. 

국내에선 S전자가 가장 활발하게 트리즈를 활용하고 있다. 1998년, 국내에 처음 트리즈를 도입한 후 2001년 ‘트리즈 추진사무국’을 설립해 러시아 전문가를 영입했다. 현재 R&D 인력의 50% 이상이 트리즈 교육을 수강했고 삼성종합기술원 주도로 전 계열사에 트리즈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이준영<삼성전자VIP센터> 트리즈 팀장은 “센터 내 트리즈 팀은 난관에 부딪친 문제에 트리즈를 적용하기 위해 해당인력을 VIP센터에 파견해 집중적으로 혁신 연구를 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트리즈를 신제품 이미지 개발, 상해, 환경재난 극복문제 분야까지 확장하기 위해 연구 중에 있다”며 “앞으로 사례 중심으로 해결을 하면서 40가지 문제해결 외에 또 다른 해결방법을 계속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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