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농민들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정부 농민들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 취재부
  • 승인 2005.11.20
  • 호수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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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걷이가 끝나고 풍성해야할 농촌의 민심이 시름에 빠져 있다. 추곡수매가 없어지고, 쌀값이 하락해 농민들의 근심을 더하고 있다. 이런 농촌의 현실은 농민 두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쌀 협상안 국회비준을 막기 위해 죽음을 담보로 한 단식농성을 벌였다. 그리고 아펙이 열린 부산의 도로 곳곳에서 전국 각지의 농민들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농민들이 이렇게 생명을 담보로 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정부가 쌀 협상안의 국회비준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쌀 협상안이 국회 본 회의 상정을 기다리고 있다. 국회에서의 쌀 협상안 비준이 성사되면 쌀 협상안이 효력을 갖는다. 이를 막기 위해 농민들이 목숨을 걸고 전국 각지에 모여 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농민들이 왜 그토록 쌀 협상안 국회비준을 저지하고 있는 것일까? 정부는 지난 해 말 쌀 협상안 결과를 발표했다. 언론이 정부의 쌀 협상안에 이면합의가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쌀 협상에 대한 국정조사가 실시되었으며 그 결과 애초 정부가 발표한 내용과 다른 사실이 밝혀졌다.

정부는 쌀 협상안 발표 시 쌀 의무 수입량이 전체의 7.96%라고 발표했지만, 이집트와 인도와의 이면 협의를 통해 11만 톤을 추가로 의무 도입키로 해 실질적인 쌀 의무 수입량이 8.18%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정부는 재검토 단계 없이 국회비준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빠른 시일 내 국회비준을 받지 않으면  2006년부터 무조건 관세화에 의해 개방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WTO 규정 어디에도 이런 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농민들은 쌀 협상안 국회비준을 서두르는 정부의 방침에 반대하는 것이다. 농민들은 쌀 협상안 국회비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쌀 협상안 국회 비준을 올해 12월 홍콩에서 있을 도하개발아젠다 협상(DDA) 이후에 하자는 것이다. DDA 협상까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쌀 협상안을 검토하고 국회비준하자는 것이다.

또한 DDA 협상에서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 지위를 유지하고, 쌀을 특별품목으로 선정할 경우 쌀 의무수입량을 4%로 동결할 수 있기 때문에 국회비준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농민들의 요구에 귀를 막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쌀 협상과정과 결과에 대해 잘한 것은 무엇이며, 잘못한 것은 무엇이며 그 파급효과가 어떠한지를 밝히고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비준이 아니면 개방이라는 국익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속단보다는 농업회생을 위한 근본대책을 수립하는데 힘써야 한다.

식량자급률이 25%로 급락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식량주권 수호에 대한 세계적 추세를 반영하는 농업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DDA협상과 쌀개방 여부를 두고 이러한 방향정립을 통한 농업회생의 기반을 마련할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쌀 개방 저지와 농업회생을 위해 목숨을 버린 농민의 요구에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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