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생각, 틀린 생각
다른 생각, 틀린 생각
  • 한양대학보
  • 승인 2009.05.31
  • 호수 12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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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똑같은 손을 들어야 한다고, 그런 눈으로 욕하지마. 난 아무것도 망치지 않아, 난 왼손잡이야!” 이적이 부른 ‘왼손잡이’의 마지막 구절이다. 우리나라에서 오른손은 바른손이다. 자연히 왼손은 바르지 않은 손이고, 그 손을 쓰면 안 된다고들 한다. 왼손은 오른손과 다른 손일뿐인데 왼손을 쓰는 것이 틀린 것이라는 식의 생각은 우리 생활 곳곳에 배어 있다. 우리는 흔히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면 “너 얼굴이 틀려졌다”고 말한다. 같이 소주잔을 기울이며 “소주 맛이 옛날하고 틀려”라고 한다. 그리고 안주를 씹으며 또 한마디 내뱉는다. “오징어랑 한치가 뭐가 틀리지?” 그저 얼굴이 변했고, 술맛에 차이가 있고, 종류가 다른 안주인데…
이정도야 언어습관이라 여기며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
문제는 나와는 다른 것을 좋아하고,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을 잘못된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 심지어 나쁜 사람으로 여기는 경우이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언쟁과 싸움은 이렇듯 나와 같지 않은 생각을 ‘다른 생각’이 아닌 ‘틀린 생각’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인 보수ㆍ진보 간 대립도 서로가 상대방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데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새는 두개의 날개로 난다’는 말과 같이 우리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보수·진보 두 가지 이념이 모두 필요하다. 진보적인 사고로 사회가 변하고, 보수주의가 그 변화를 잘 지키고 다듬고, 그것을 기반으로 또 새로운 도약을 하는 상호보완적 관계 속에서 사회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보수와 진보가 서로를 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개인적이나 국가적 차원에서 모두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안타깝고 슬픈 사건이었다. 그 와중에 보수와 진보 일부 인사들의 몰지각한 행동은 우리를 더욱 서글프게 했다. 한쪽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죄인이라며 국민장을 치러서는 안된다고 했고, 다른 쪽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보낸 조화를 짓밟아 버리며 탄핵해야 한다고 외쳤다. 과연 그런 행동으로 우리가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물론 이명박 대통령도 고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잘못한 점이 있다. 틀린 것은 틀렸다고 말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보수와 진보가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상대방을 없어져야 할 악으로 인식한다면 우리 정치의 발전은 더딜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가 똑같이 존중 받고, 좌파와 우파가 서로를 이해하고, 이성적 진보와 합리적 보수가 힘을 합해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는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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