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속 기하학
걸리버 속 기하학
  • 손수정 기자
  • 승인 2009.05.31
  • 호수 12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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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학으로 이해하는 부피, 자유낙하, 벡터

소설 「걸리버 여행기」는 그당시 영국 사회를 비판한 책으로 유명하다. 저자인 조나단 스위프트는 그가 공부했던 기하학을 바탕으로 그의 소설 속 나라에 사실성을 부여해 영국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걸리버 여행기」속 숨어있는 기하학적인 요소를 찾아 사실을 증명하고 모순을 찾아 기하학적인 관점에서 다시 풀어봤다.                        

1. 소인국 릴리퍼트 이야기 속 부피
황제의 수학자들이 내 키를 재어본 결과 그들보다 12배가 넘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황제는 내 침대를 만들라고 명령했다. 그 나라 원주민이 보통 사용하는 매트리스 600개를 마차로 운반한 뒤 150개의 매트리스를 이어 하나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것을 네 겹으로 깔았다. 그러나 평평하고 딱딱한 돌바닥 위에서 잠을 자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또 300명의 재단사가 그 나라 유행에 맞는 옷을 만들었다.

당시 영국에선 일상적으로 쓰는 단위가 12진법이었다. 아마 작가는 이에 영향을 받아 걸리버의 키를 소인국 사람의 12배라 가정했을 것이다. 작가는 릴리퍼트의 모든 것을 걸리버 1/12배로, 브롭딩나그에는 12배가 되도록 설정했다.

면적은 제곱으로 늘어나고 부피는 세제곱으로 늘어나는 수학적 성질을 이용해 계산을 해 보면, 릴리퍼트 인의 신장은 걸리버의 1/12이기 때문에 몸의 부피는 1/1728(12×12×12=1728)이다. 걸리버의 양복바지의 넓이를 계산할 때 몸의 표면적의 값을 알아야 한다. 이 나라 사람의 12×12=144이므로 옷감도 재단사도 144배가 필요하다. 걸리버의 몸 부피는 릴리퍼트 사람의 몸 부피를 기준으로 해 12×12×12로 커져 1728배가 된다. 만일 릴리퍼트 사람의 옷을 만드는 데 한 명이 이틀 걸린다면 하루에 144벌 즉, 걸리버의 옷 한 벌을 만들기 위해서는 300명이 필요하다.

또 걸리버가 깔 만한 이불은, 소인국과 걸리버가 같은 비율의 요를 쓴다고 할 때 소인의 144배가 되는 요가 필요하다. 그럼 얼추 150배와 맞다. 그러나 넓이만 고려했지, 요의 두께는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150장을 연결시키긴 했지만 두께는 소인국의 이불 두께 그대로이다. 150장짜리 4장을 겹친다고 해도 걸리버에게는 요 두께가 3분의 1밖에는 안 된다. 걸리버가 침대에 누워도 마치 바닥 위에 자는 것처럼 느낀 이유다.

또 걸리버는 릴리퍼트의 황제와 대화를 나눈 뒤 "매우 분명하고 명료해서 내가 일어섰을 때에도 목소리를 뚜렷이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부피와 비율로 수학적으로 증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는 걸리버가 간과한 오류가 있다.

릴리퍼트 사람들의 키는 걸리버의 1/12배가 되기 때문에 그들의 성대 길이와 지름도 대략 1/12쯤 짧았을 것이다. 그런데 성대가 작으면 진동수가 커지기 때문에 릴리퍼트 사람들은 걸리버보다 10옥타브 이상 높은 소리를 냈다고 볼 수 있다.

또 릴리퍼트 사람들의 입술과 혀 크기가 걸리버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말의 속도도 굉장히 빨랐을 것이다. 결국 걸리버는 릴리퍼트 사람들의 말소리를 알아들을 수 없었을 것이다.

2. 거인국 브롭딩나그 이야기 속 낙하법칙
난쟁이는 내가 사과나무 아래를 걸어갈 때 내 머리 바로 위에서 나무를 흔들어댔다. 그 바람에 블리스톨산 나무 술통만한 사과 12개가 내 귓가를 스치고 떨어졌는데, 내가 허리를 굽힌 순간 사과 하나가 등을 때렸다. 나는 앞으로 고꾸라져 납작하게 됐지만 다치지는 않았다.

작가는 기하학적으로 치밀한 계산을 하고 있으나, 거인의 나라에서는 계산상 실수를 저질렀다. 브롭딩나그의 모든 것은 걸리버에 비해 12배 많으므로 브롭딩나그의 사과의 무게도 12의 세제곱인 1728배로 계산해야 한다.

보통 사과의 무게가 50g이라고 한다면 이 사과는 자그마치 80kg을 웃돈다. 이 사과가 중력이라는 힘에 의해 떨어지면서도 계속 가속도가 붙게 된다. 떨어지는 사과의 충격량을 계산하면 중력가속도를 10m/s 라 설정하고 질량인 80kg을 곱하면 800뉴턴이 된다. 이는 보통 떨어지는 사과의 충격량 보다 160배가 크다. 실제로 이렇게 큰 사과에 얻어맞았다면 즉사하거나 증상을 입었어야 한다.

<그림1>
사과에 작용하는 실제 중력가속도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는 거리=1/2×중력가속도×시간의 제곱의 식으로 구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갈릴레이는 그의 저서「신과학 대화」에서 낙하법칙을 기하학적으로 표현했다. [그림 1]을 보면 갈릴레이는 직각삼각형의 높이에 등가속도 운동의 시간을, 그리고 밑변에 그 속도를, 면적에 그 거리를 대응시켰다. 등가속도 운동이란 속력변화가 일정한 운동이다. 삼각형의 면적은 사각형 ABFG로 나타낼 수 있고 결과적으로 낙하운동의 거리는 등속운동의 거리와 같아진다. 사과가 나무에서 출발해 중력을 받아 등가속도로 걸리버를 향해 떨어진 거리만큼 사과가 떨어진 시간을 직선AB로 나타낸다.

또 시간이 경과했을 때 속도의 마지막 최대값을 AB에 직각으로 그은 직선 EB로 나타낸다. 직선 AE를 그으면 AB위의 똑같은 거리에 있는 점으로부터 그어진 BE에 평행인 직선은 모두 순간 사과가 메달려 있던 가지로부터 시작해 늘어나는 속도의 값을 나타낸다.

3. 날아다니는 섬 라퓨타 이야기 속 벡터
날아다니는 섬 또는 떠다니는 섬의 밑바닥 표면은 한 장의 평평하고 반듯한 금강석 판이다. 섬의 중심에는 섬의 운명을 좌우하는 물건, 어마어마하게 큰 천연자석이 있다. 그 섬은 천연자석의 힘으로 올라가고 내려가고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라퓨타는 라퓨타 속 중심의 거대한 천연자석과 라퓨타 왕이 다스리는 영토에도 N극과 S극을 가진 자석에 의해 움직인다. 자력이 없으면 떠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라퓨타는 왕이 다스리는 지역의 상공에만 떠 있을 수 있다. 라퓨타 왕은 자신의 영토에서 반발이 일어날 경우 그 지역 위로 라퓨타를 하강시켜 이 지역으로 라퓨타를 착륙시키겠다는 위협을 해 그들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다.

<그림 2>

[그림 2]을 보면 왕이 다스리는 영토에는 일정한 자석의 성질이 존재한다. 현재 라퓨타는 영토의 중심에 떠있다. A지점은 밀어내는 성질을 가진 N극이라 가정한다면, 라퓨타가 A지점으로 이동하려면 라퓨타의 자석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이는 벡터로 계산할 수 있다. 벡터는 물체의 균형과 운동을 계산하기 위해 탄생했다. 역학에서는 어떤 물체에 두 개의 힘이 작용할 때 그 둘을 합성해야 할 경우가 생긴다. 이때 방향과 크기만을 나타내며 평행 이동해도 같은 힘이 필요하다. 이것이 벡터이다. 벡터는 크기와 방향을 갖고 있다. 화살표를 써 벡터의 방향을 표현하고 화살표의 길이가 벡터의 크기이다.
<그림3>

[그림 3]에서 보듯 라퓨타가 A방향으로 가려면 일단 자석이 A방향 쪽으로 향해야 한다. 또 A쪽을 향해서 라퓨타의 자석은 S극을 비스듬히 아래로 보내야 한다. 만약 직각으로 S를 아래로 향하게 할 경우 양 극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 때문에 S극은 직하강해 N극과 붙게 된다. 자석을 비스듬히 하면  N극 쪽으로 향하는 힘 a와 S극과 S극끼리 밀어내려는 힘 b가 합쳐져 A로 가는 힘이 생긴다. 그래서 라퓨타는 벡터를 이용한 힘의 합성으로 이동경로를 조절할 수 있다.

일러스트 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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