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매체 위기 속 대학 신문의 미래
종이 매체 위기 속 대학 신문의 미래
  • 서정훈 기자
  • 승인 2009.05.17
  • 호수 129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 신문 위기, 다양한 방법 통해 해결


10년 전만 해도 학교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소식을 알기 위해 대학 신문을 읽어야 했다. 보는 사람이 많았기에 학교에서 대학 신문이 미치는 영향력이 컸다. 학생과 교수, 교직원이 보내는 글이 너무 많아 신문 곳곳에 투고란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대학 신문의 위상은 옛날과 사뭇 다르다. 대학 신문을 주기적으로 챙겨보는 독자의 수는 줄어만 가고 있다. 대학 신문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학생들도 상당수다. 혹자는 대학신문에 대해 이런 우스갯소리를 남겼다. “대학 신문은 치킨을 먹을 때 깔개로 쓰거나 비올 때 우산을 대체할 때 유용한 것이다”라고.

대학 신문, 찬란했던 시절
대학 신문이 ‘영광의 시절’을 누리고 있을 때 무엇보다 활발했던 것은 사회 문제에 대한 학생들과의 토론이었다. 신문에서 어떤 사회문제에 대해 화두를 던지면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이 빗발치듯 들어왔다고 한다. 신문이 학내에서 지성의 토론장으로 활용된 셈이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활발히 이용되지 않던 시절의 학내 행사 정보는 모두 신문에 실렸다. 수강신청 일정이나 학교 정책의 발표와 같이 굵직굵직한 사건뿐만 아니라 동아리들의 연합 생사나 총학생회의 행사도 모두 신문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랬기에 학생과 교수, 교직원들이 지나가면서 신문을 하나씩 집어 드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길을 지나다니다 신문을 집어 드는 사람을 발견하기 어려운 요즘과는 대조적이다.

안산배움터에서 10년 넘게 경비원 생활을 하고 있는 A씨는 “10년 전만 해도 수요일까지 신문이 학교에 남아있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요즘은 금요일까지 양이 그대로인 경우도 많다”며 “가끔 심심풀이로 신문을 읽다보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정보도 많은 것 같은데 학생들이 보지 않아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위기에 빠진 대학신문
정새범<사범대ㆍ수학교육과 07> 군은 “한양대학보를 읽어본 적 있지만 단순히 남는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서였다”며 “인터넷을 이용해 신문을 보는 것이 더 편해 주로 인터넷 관련 매체를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학교 신문사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 신문사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진은혜<한국외대ㆍ스페인어학과 08> 양도 “대학 신문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한 번도 읽어본 적 없다”며 “대학 신문의 학내 소식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이 대다수고 다른 면의 기사도 일간지와 큰 차별성이 없는 것 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예 신문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독자도 상당수다. 우리학교 개교 70주년과 한양대학보 창간 50주년을 맞이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한양대학보를 읽지 않는다고 말한 49%의 독자 중 22.4%는 ‘한양대학보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고 응답했다.

학내 기자들도 대학 신문이 위기를 맞았다는 것에 동의한다. 중앙대 신문 「중대신문」 편집장 송치성<중앙대ㆍ역사학과 07> 군은 “대학 신문이 위기라는 것은 맞는 말”이라며 “발행 부수도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고 독자들의 참여율도 매우 저조한 편이다”라고 답했다.

중대신문에서 운영되는 독자 코너는 독자들이 직접 원고를 보내는 경우보다 기자들이 투고를 청탁해 신문에 싣는 경우가 더 많다.

경희대 신문 「대학주보」 편집장 유영빈<경희대ㆍ중국어학과 07> 양도 “작년 대학주보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대학주보를 읽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30%후반에 그쳐 큰 충격을 받은 적 있다”며 “지금은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많은 홍보활동을 펼쳐 구독률이 많이 올랐지만 대학 신문이 위기에 처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종이 매체의 위기가 찾아온 만큼 대학 신문도 이와 같은 사회적 변화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밝은 미래를 위한 대학신문의 노력
하지만 대학 신문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위기에서의 탈피를 시도하고 있다. 독자들은 대학 신문, 특히 본지의 다양한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내용의 획일성과 교내 소식 약화를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B는 “한양대학보는 학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제대로 지적하지 못한다”며 “학생의 시각에서 학내 사안에 대해 비판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외에도 ▲취업정보의 및 일반 시사 관련 내용의 강화 ▲독자와의 소통 강화 ▲비판 의식의 부재 등과 같은 것을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았다.

타 대학 신문사도 위와 같은 문제에 동감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대학 신문으로서 일간지와 차별화를 위해 교내 소식이 좀 더 강화돼야 한다고 판단, 교내 사안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루는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중이다.
대학주보의 경우, 캠페인면을 신설해 교내에 필요한 다양한 학생 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대학주보 뿐만 아니라 중대신문, 고대신문 그리고 본지에서도 학내 사안을 심층적으로 다루는 ‘기획취재’면을 신설, 대학 신문으로서 특수성을 확립하려고 노력중이다.

신문 매체보다 잡지, 인터넷 매체가 익숙한 요즘의 독자들을 위해 대학주보처럼 신문의 판형을 바꾸거나 잡지 형식의 기사를 개제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학내의 방송, 인터넷 관련 언론사와 함께 연합해 신문을 제작하거나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고려대 신문 「고대신문」의 경우, 따로 신문사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대신 학내 모든 언론사 홈페이지를 통합해 ‘쿠키’라는 사이트를 따로 만들었다.

쿠키에서는 고대신문에서 볼 수 없는 가벼운 기사들뿐만 아니라 다른 언론사에서 취재한 정보도 함께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대신문 편집국장 이준형<고려대ㆍ철학과 07> 군은 “쿠키에서는 쿠키만의 기사를 효과적으로 나타낼 수 없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라며 “하지만 쿠키를 통해 다른 매체를 선호하던 독자도 고대신문을 볼 수 있게 해 고정 독자를 좀 더 늘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학 신문으로서 각오
현재 대학 신문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독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대학 신문으로서의 색깔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학 신문이 대학 내 토론의 중심이었던 옛날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선 화두 된 이슈를 취재하는 것이 아닌, 직접 발로 뛰며 이슈를 찾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종이 매체가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다양한 방법을 통해 대학 신문은 계속 학교에 남아있을 것이다. 애지문을 내려가다, 셔틀을 타기 전 셔틀콕에서 한양대학보를 집어 드는 당신을 위해, 대학 신문을 보며 열띤 토론을 벌이는 전국의 모든 대학생을 위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