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캠퍼스 단상
서울 캠퍼스 단상
  • 한양대학보
  • 승인 2009.04.13
  • 호수 1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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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동 <법대 법학과> 교수

나는 걷기를 참 좋아한다. 교수임용 때 특기란에 “오래걷기”라 적어 낸 나다. 지나온 과거를 돌이켜 볼 때 다른 건 몰라도 오래걷기 하나만은 다른 사람보다 잘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서울 캠퍼스에서 점심이나 저녁식사 후 여기저기를 걷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서울 캠퍼스를 걸으면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을 느꼈다. 기회가 되면 대학의 구성원들에게 한마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는 건축이나 조경에 전문적 지식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의견은 단견일 수도 있다.

우선, 신본관이 완성되고 있다. 객관적으로 요모조모 뜯어보면 설계나 장식 돌의 배치 등 미려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하지만 무언가 아쉬운 점이 느껴졌다. 왜 그럴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왼쪽에 있는 한양플라자 건물과의 부조화 때문이다. 구 본관과 신본관은 직각을 이루고 있는데 반해 신 본관과 한양플라자는 예각을 이루고 있어 전체적으로 비대칭적이기 땜에 균형미를 상실한 것이다.

한양플라자의 위치가 주는 부조화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좀 과격한지 모르지만 한양플라자를 철거하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철거한 자리에 아름다운 광장을 조성하면 학생들을 위한 훌륭한 공간이 될게다. 한양플라자를 철거하면 사라진 공간이 문제다. 공간문제는 현재의 학생회관을 앞으로 약 20미터가량 내어 고층으로 신축하면 해결되겠다는 창조적인 생각도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다음으로, 정문을 중심으로 한 토지소유주들의 탐욕이 거추장스러웠다. 신정문과 구 정문 사이에 존재하는 조그만 건물 1동과 구 정문에서 동문회관에 이르는 서울캠퍼스의 남서쪽에 들어서 있는 낡은 건물과 유휴토지들의 문제이다. 복잡한 경제이론을 들먹일 필요 없이도 이들 부동산은 위치상으로 한양대학교에서 이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 것이다. 한양대학교에서 이를 취득하지 못하는 사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분쟁의 구체적인 진실은 모른다. 다만, 외형으로부터 추정되는 것은 인접토지 소유자간의 쌍방독점으로 인한 교착상태, 즉 대치의 전형적인 사례가 아닐까 생각한다. 토지소유자들이 해당 토지를 취득하지 못함으로 인해 초래되는 캠퍼스의 부조화를 불모로 해 과도한 지가를 요구함으로써 거래가 성사되지 못하는 사태 말이다. 그 건물에는 ‘백송이 장미’ 라는 꽃집이 들어서 있다.  ‘백송이 장미’는 지난 가을까지 가건물에서 영업을 했다. 나는 ‘백송이 장미’의 실력과 싼 가격을 사랑해 몇 번 들러 꽃다발을 구입한 바가 있다. 하지만, 그 가게가 눈에 거슬리는 건물로 자리를 옮겨 영업을 시작한 이후로 다시 그 가게와 거래를 하기가 부담스럽다.

한양대학교 구성원 중 한 사람으로서 스스로 서울캠퍼스의 부조화를 초래하는 건물과 토지들의 이용가치를 증진시키는 행동에 참여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최근 남서쪽 공지를 취득한 소유주는 그곳에 주차장을 설치하면서 ‘한양주차장’이라고 이름 붙였다. ‘한양’은 서울의 옛 이름이기도 하다. 꼭 한양대학교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보긴 어렵겠다. 하지만, 주차장 영업으로 인해 얼마나 큰 소득을 얻을 수 있을까.

그 토지의 새 소유자는 적정한 가격에 그 토지를 소중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에 소유권을 이전하고, 더 수익성이 있는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양대학교 구성원들은 이와 같은 캠퍼스의 부조화에 공동책임이 있다는 점을 잘 인식해야 하고, 앞으로 이들 건물과 토지의 수익성을 높여주는 일은 가급적 삼가는 것이 서울 캠퍼스를 사랑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캠퍼스를 산책함에 있어 동문회관을 거쳐 법대 건물로 돌아오는 더 먼 길로 산책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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