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장기기증 논의의 확산을 기대한다
사후 장기기증 논의의 확산을 기대한다
  • 한양대학보
  • 승인 2009.04.13
  • 호수 12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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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적 풍요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더 이상 외면적 부가 아니라 남을 위해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랑의 실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 대학교 역시 최근 개교 70주년을 맞이하여 사랑ㆍ실천ㆍ헌혈ㆍ나눔 대축제를 진행하고 있으며 고 김수환 추기경께서도 선종하시면서 각막을 기증하는 등 국민들에게 작지만 깊은 감동을 주기도 했다.

최근 관련 사회단체 발표에 따르면 일반인들의 장기기증 서약 등록뿐만 아니라 실제 기증자 규모도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사회봉사의 가장 직접적인 실천은 우리가 갖고 있는 신체의 일부를 나누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생명 나눔의 실천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여러 가지 이유들이 가능하다.

우선 뿌리 깊은 한국의 유교문화는 신체 기증 자체를 배격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신체 자체를 평생 소중하게 지켜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후 자신의 신체를 기증하여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또 다른 존경과 사랑으로 가득 찰 수 있음을 보여줄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는 장기기증이 갖는 의미와 가치에 대해 서로 논의하거나 소통하는 문화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는 우리 사회 대부분이 가족 중심의 폐쇄적 인간관계에 기초해 있는 만큼 가족 이외의 다른 사회 구성원에 대한 배려 또는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이 매우 약한 편이었기 때문이다.

미디어라는 공론장을 통해서도 장기기증 논의가 이뤄진 적은 거의 없었다. 장기기증이라는 주제가 갖는 무겁고 딱딱함으로 인해 이와 같은 사회적 주제들이 공개적으로 논의되지 못한 것이다.
다만 수년 전 느낌표라는 공익적 오락 프로그램에서 ‘눈을 떠요’라는 각막 이식 코너가 화제가 되었다. 소외된 우리 이웃들에게 각막 이식을 통해 새로운 빛을 전해주자는 방송 프로그램은 그 동안 장기기증에 둔감했던 우리들에게 큰 깨달음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제는 대학에서도 적극적으로 장기기증 서약 논의를 확산시키고 실천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사후 장기기증 실천은 기존의 사회봉사 차원을 크게 뛰어 넘는 가장 숭고한 사랑의 실천이다.
이를 통해 개개인들 모두가 서로 존경받고 의지할 수밖에 없는 존재 의식을 갖게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와 같은 시도들을 통해 나와 남이 하나로 느껴지고 소중하게 생각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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