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마스가 본 인터넷언론 왜곡보도
하버마스가 본 인터넷언론 왜곡보도
  • 이시담 기자
  • 승인 2009.04.12
  • 호수 12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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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성 있고 다양한 정보 제공해야

나는 세계 2차 대전이 한창이던 독일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나는 나치소년단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나치의 파시즘이 몰락의 길을 걷고 시간이 더 흘러 유태인의 희생에 관한 다큐멘터리 자료 등을 보고 나서야 나는 나치가 옳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논증에 의해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었다면 유태인을 학살하는 이런 집단적인 광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에 사람들은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받고 있었기 때문에 나치의 주장이 그르는 것을 판단할 수 없었다. 성공적인 의사소통은 하나의 의견이 전체를 지배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정보를 갖고 올바른 논증으로 그 타당성을 따져보고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

언론매체는 사람들이 이상적인 언어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입장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초기의 언론은 정치적 문제에 대해서 다양한 입장의 이야기를 근거로 실어줬고 토론을 불러 일으켰다. 사람들은 그 정보를 토대로 자신이 원하는 사회의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공론을 형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언론은 상업적으로 변질돼 생각할 거리보다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사람들은 언론매체가 제공하는 정보를 별다른 비판 없이 수용한다. 언론매체가 권력과 결합해 왜곡된 정보만을 내 놓으면 이 정보를 토대로 판단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다.

기성언론은 권력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편향된 정보를 제공하기 쉽다. 그러나 인터넷 언론은 기성언론보다 이런 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스럽고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수용할 수 있다. 나는 인터넷 언론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 하는데 주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 언론들의 왜곡보도 행태를 보면 이 생각이 맞았는지 의문이 든다.

인터넷 언론들은 다양한 사람을 취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버리고 연예인과 유명인의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를 써내기에 바쁘다. 그것도 스스로 취재해 사실 확인을 한 것이 아니라 기성 언론의 기사를 편집한 수준이라는 점은 더욱 실망스럽다.

나는 저서 「의사소통행위이론」에서 언어의 역할에 대해 고민한 바 있다. 여기서 내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언어가 갖고 있는 힘과 공론의 중요성이다. 진정한 언어라면 말하는 이의 의도가 청자의 행동에 영향을 끼쳐야 한다. 언론이 신뢰성을 얻고 있다면 이것이 가능하다.

신뢰성없는 정보를 제공하고 흥미위주로 주제를 선정하는 현실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인터넷 언론은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이성’과 ‘토론’에 의해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인터넷언론이 다양한 계층에게 정치적ㆍ사회적 문제의 공론장을 형성할 수 있는 매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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