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언론의 정체성을 논하다
대학언론의 정체성을 논하다
  • 심재환 기자
  • 승인 2009.04.05
  • 호수 129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 전 장산곶매를 읽은 한 독자가 이메일을 통해 다음과 같은 내용의 의견을 보냈다. “지난 장산곶매에서 대학언론의 위기는 대학언론만의 정체성이 없는 것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대학 언론의 정체성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라고 말이다. 또 그는 일관된 방향성을 지니지 못하는 것이 대학언론의 정체성이라 말했다.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학의 정체성이 부재한데 어찌 그것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인지 말이다. 사전적 의미의 정체성을 생각해 봤을 때 일관되지 않은 방향성이 어찌 대학언론의 정체성인지 잘 모르겠다.

지난 90년대 이르러 대학언론은 학생 운동의 쇠락과 동시에 ‘위기’를 맞이했다. 이때 대학언론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운동권적 성향을 뛰던 정체성의 마지막 자락을 붙잡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 결과 정체성은 무너져 버렸다.

그 이후 새로운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사유하면서 대안을 마련해야 했지만 대학 언론은 실패했다. 비운동권적 정체성을 가졌지만 운동권적 정체성을 갖고 있을 때 보다 정체성의 확립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때부터 대학 언론의 정체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최우선으로 여길 ‘가치’ 또는 ‘지향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학 언론의 운동권적 정체성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대학언론은 너무나도 위태롭다. 몇몇 학보사를 제외한 나머지 학보사들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학교의 기관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보사 나름대로 비판의 날을 세우려 노력했지만 여러 요인으로 그 날이 무뎌지는 것이 빈번하다. 대학 언론은 혁신적인 무언가를 내놓아야 한다.

‘유뉴스’의 조희철 기자는 “정체성을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 한다. 과거 지겹도록 해왔던 작업이지만 그것은 반드시 심각한 논의가 필요하다. 무작정 ‘말했다’는 그 사실 하나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무엇을, 왜, 어떻게 말하는가에 대해 확고해야 할 것이 아닌가 어느 때보다 소통이 원활하고 참여가 편리한 이 시기야말로 대학언론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볼 절호의 기회이다”라고 말한다.

학교의 부족한 재정 지원과 학생들의 무관심 그리고 인력난에 허덕이며 지난날의 잃었던 ‘정체성’을 다시 찾아야 한다. 그 정체성은 운동권적 정체성이 아니다. 새로운 정체성이다. 이를 통해 학보사의 퇴색된 존재의 의미를 다시 살려야 한다. 과거 이념적인 투쟁의 거칠고 힘들었던 경험과 역량을 오늘날에는 조금 다른 방면에서, 조금은 다른 관점과 기준에서 발휘해야 할 것이다.

또 대학 언론은 대학 사회에서 ‘소금’과 같은 존재가 돼야 한다. 대부분의 학보사를 포함한 대부분의 언론사는 대학에 대한 비판의 날이 무뎌진 상태다. 그 날을 세워야 한다. 그 독자는 “현대 사회에서 과연 학생이 기자일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답은 하나다. 현대 사회에서 학생은 기자일 수 있다. 다만 그 노력과 열정이 문제될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