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한 식품안전 발표의 중요성
신중한 식품안전 발표의 중요성
  • 취재부
  • 승인 2005.11.13
  • 호수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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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애선<생과대, 식품 영양>교수
요즈음처럼 찬바람이 부는 늦은 가을이 되면 예전 우리네 가정에서는 겨우내 먹을 김장 김치를 하느라 분주하였다. 배추김치뿐만 아니라 총각김치, 동지에 함께 먹는 동침이, 갓김치, 파김치, 열무김치에 이르기까지 김치의 종류는 다양하다.

김치에는 다양한 영양성분과 생리활성을 가진 기능성 물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김치 1g당 100-1,000마리의 유산균이 있어 변비, 대장암 예방, 피부노화 억제 효과, 동맥경화예방, 면역 증강효과도 있다. 김치에는 탄수화물을 분해시킬 수 있는 효소가 있는데, 이는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라는 속담을 통해서도 우리 조상들의 김치에 대한 과학적 깊이를 엿볼 수도 있다.

김치는 더 이상 한국인들만 선호하는 전통식품이 아니다. 식품공전에 만드는 방법과 원료의 기준 규격이 등재돼 있고 2001년에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인 CODEX(Codex Alimentarius Commission)의 규정에도 오르게 됐다. 김치는 집안에서 손맛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식품 회사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식품이 됐고 금년 말 김치의 수출 금액은 2만톤 중량의 5천만$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내 언론을 시끄럽게 만든 건 한국과 중국의 배추김치에서 발견된 납과 기생충이다. 한 국회의원이 중국산 김치의 납 함유량이 국내산의 최고 5배에 이른다고 발표했고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청과 다른 당에서는 “하루 세끼 일주일 내내 중국산 김치를 먹어도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시중 유통 중인 김치의 97%에서는 검출되지 않았으나 나머지 3%의 김치에서는 기생충이 검출됐다고 발표했고 이후 검출된 김치의 기생충 알은 미성숙란으로 섭취하더라도 유충으로 자라지 않고 배설되기 때문에 인체 감염 우려가 거의 없어 안심해도 된다고 했다.

매우 익숙한 과정의 연속이다. 다량의 유해물질이 검출됐다고 전 국민을 놀라게 하고는 뒤이어 이것은 위험수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여파로 배추 값은 금값으로 치솟고 국내 중소 김치업계는 된서리를 맞고 대형업체는 호황을 누리는 희비가 엇갈릴 것이고 중국과는 무역마찰이 발생할 것이다. 중국산 납 꽃게 파동, 광우병 파동, 중국산 찐쌀 사건, 장어 파동 등 과거 발생했던 사례를 보았을 때와 비슷하다.

이제 정부에서는 김치의 납 허용 기준을 마련할 것이고 안전대책을 세우겠다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무수한 계획들을 발표할 것이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누구도 믿지 못하는 중증의 식품안전 불감증에 시달리게 되었다.

식품 안전에 관한 발표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돼 있고 또한 사회, 경제 및 정치적 파장과 관련 산업 분야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 이제는 선진국, 후진국의 개념이 식품 위생의 정도에 따라 구분되고 있다. 따라서, 대표성을 띠는 과학적인 근거와 정확성, 객관성을 가지고 검증된 내용을 전달해야하며 전문성을 가지고 식품 안전과 그 대책에 임해야 진정한 선진국으로 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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