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한 번쯤 귀 기울여보세요
마음에 한 번쯤 귀 기울여보세요
  • 이다영 기자
  • 승인 2008.11.30
  • 호수 12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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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병드는 당신의 심리

얼마 전 우울증을 앓던 유명 연예인이 끝내 자살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며칠 전엔 성적을 비관한 수험생이 자살에 이르기도 했다. 비관 증세로 인한 자살은 시간이 흐를수록 빈번해지고 있다. 마음의 병을 자각하지 못하고 치유가 늦어진 탓이다.
이연아<한양대병원ㆍ정신과> 간호사는 “요즘은 대학생들도 병원을 많이 찾아 억압, 우울 등을 토로하고 있다”며 “취업에서 오는 스트레스 등이 큰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우울증, “내가 그렇지 뭐”
A는 요즘 아침에 일어나기가 극도로 싫다. 밤에는 잠이 오지 않는다. 식욕이 떨어지고 몸무게도 줄었다. “나는 항상 혼자야”, “이게 다 나 때문이야”라는 말을 달고 산다. 오늘은 칭찬도 받았지만 귀 기울이지 않는다. 곧 있을 면접에 대비해 중도에서 공부를 해보지만 10분 전에 본 책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항상 왜 이럴까’ 하는 생각에 찜찜하다.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한다.
우울증은 대학생이 가장 보편적으로 경험하는 문제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은 일상생활에서 풀이 죽은, 침울한, 슬픈, 낙담한, 불행한 등의 형용사로 표현하는 가벼운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다. 심리학자 Pearce의 조사에 따르면 사춘기 이후의 성인 넷 중 한 명이 우울증상을 보인다. 보편적인 우울감 자체가 장애는 아니므로 대부분 정신과 진단이 필요한 수준은 아니다. 우울감은 심리장애라기보다 사회생활에서 겪는 좌절감과 자존감 상실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자아존중감이 낮은 학생들은 대부분 우울하다.어릴 적 잦은 부모의 불화도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정신과 전문의 김유광<한양대 대학원ㆍ아동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우울증의 초기 치료를 위해선 많이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며 “주변인들에게 자신이 슬프다는 걸 알리고 도움을 구하는 편이 좋다”고 귀띔했다.

강박증, “몇 번은 더 확인해야 맘이 놓여”
B는 요즘 ‘확인’이 일상이다. 지각을 앞둔 바쁜 아침에도 집에 불을 켜두고 온 건 아닌지 두세 번은 들락날락한다. 과제를 하려고 홈페이지를 확인하면 마무리할 때까지 대여섯 번은 홈페이지를 봐야 한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반드시 흰 색 선만 밟아야 하고 어디서든 숫자 4를 봐선 안 된다. 이런 신념 중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으면 집에 갈 때까지 불안하고 두렵다.
강박증은 불필요한 생각이나 느낌을 계속해서 불러오고 불안을 동반한다. 대부분은 스스로의 생각이 비합리적인 걸 알고 이에 저항한다. 저항의 과정에서 매사에 자신이 없어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습관이 생긴다. 일이나 공부의 능률은 현저히 떨어진다.
강박증은 선천적인 성향을 비롯해 환경적, 정신적 요인 등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생긴다. 치료를 위해선 강박적 사고나 행동이 잘 일어나는 상황을 일부러 자주 접하고 그 반응을 줄여가는 게 좋다. 가족과 함께 교육을 받아 강박증을 이해하고, 시중의 여러 사례와 도서를 참고하는 방법도 있다.
C는 “강박증이 심해서 학교생활이 힘들 정도였는데 바라던 회사 면접에 뽑히고는 서서히 고쳐졌다”며 “꿈이 있다면 극복은 좀 더 쉬울 것”이라고 전했다.

공포장애, “사람 많은 데는 싫어”
D는 어딜 가나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하는 생각뿐이다. 사람이 많은 곳에선 늘 긴장하는 바람에 번화가엔 나가질 않는다. 대학에 입학하고는 버스나 지하철이 겁나 택시만 탔다. 강의실에서 발표라도 시키면 바로 긴장모드. 고개를 못 들고 뛰쳐나가고만 싶다. 사람이 많은 학생식당에서 밥을 먹는 건 꿈도 못 꾼다. 이런 습관을 고치고 싶어도 막상 사람을 대하면 말을 걸 수 없다. 모든 걸 털어버리고 집에만 있고 싶다.
공포장애는 특정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들을 계속 회피하는 노이로제다. 대표적으로 사회공포증, 광장공포증, 단순 공포증이 있다. 한 군의 경우는 사회공포증에 속한다. 사회공포는 사람 만나기를 두려워하는 대인공포, 남의 시선이 두려운 시선공포, 남과 함께 밥 먹기를 두려워하는 취식 공포 등이 있다.
광장공포는 두려워하는 장소에 따라 높은 곳은 고소공포, 좁은 곳은 협소공포, 사람 많은 곳은 시장공포로 나뉜다. 한편 단순공포를 느끼면 어떤 대상을 만나기를 두려워한다. 뾰족한 것을 두려워하는 모서리공포, 동물이 싫은 동물공포, 비행기공포 등이 있다.
공포장애는 스스로 그 두려움이 불필요한 줄 알지만 고치긴 쉽지 않다. 신경전달물질의 이상 또는 어린 시절 심리적인 상처가 원인이 된다. 김 교수는 “공포장애에 있어 자연치유는 드물다”며 “오히려 두려워하는 상황에 더욱 노출되는 극기 훈련을 통해 극복하곤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의 심리 질환에 대해 김 교수는 “대부분의 정신 질환은 초기에 자각하고 고치려고 노력한다면 치유될 수 있다”면서도 “악화되는 경향을 보이면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교양 수업 ‘소시오 드라마’에선 심리극을 통해 정신건강을 찾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수업을 듣는 정유선<법대ㆍ법학과 06> 양은 “평소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습관들이 정신학적으로 의미 있는 행동들이란 걸 알았다”며 “매 시간의 심리극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김범상<경영대ㆍ경영학부 08> 군은 “정신질환이 병자가 아니라 바로 나 또는 주변 사람에게 있을 수 있단 걸 알았다”며 “혹시 주변에 있다면 들어주고 포용하는 마인드를 가져야겠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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