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양심적 병역거부 논란
뜨거운 양심적 병역거부 논란
  • 이지훈 수습기자
  • 승인 2005.11.06
  • 호수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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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복무 도입 논의할 때

일러스트 이영선
최근 가톨릭 신자로는 최초로 고동주(26)씨가 종교적 소신을 이유로 병역거부를 선언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 됐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병역거부 문제가 풀지 못한 숙제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양심적 병역거부의 대안으로 제시되어 온 대체복무제를 도입해야 할 때라는 사회 일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병역거부로 항명죄 혹은 병역법 위반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무려 1만 여명에 달하고, 매년 6백여명이 감옥에 수감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병역의무는 민주주의 시민정신의 기초인 동시에 국가존립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합의”라고 주장하며, “대체복무제를 통한 병역면제는 일종의 특혜이며 이는 국민적 통합을 방해하는 일이다”고 밝히며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의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 국방연구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양심적병역거부자 대체복무 허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 국민의 72.3%가 반대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도 그다지 온정적이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에 우리학교 이남석 교수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와 시민불복종’이라는 책을 통해 “다수파의 보편적 양심이 소수파의 특수한 양심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결국 다수가 소수를 억압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사회적 수용을 주문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 논란의 핵심은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가 충돌했을 때 무엇을 우선순위에 둘 것인가로 볼 수 있다. 이에 대체복무제도는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가 충돌했을 때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열린 우리당 임종인 국회의원은 “인권이 있는 나라라면 양심을 지키려는 병역거부자들의 절절한 사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하며, 대체복무제의 입법화를 주장하고 있다. 임 의원은 지난해 22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여야 의원 22명이 서명한 가운데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병무청에 ‘양심적 병역거부 판정위원회’를 설치해 종교적 신념 등의 이유로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자를 심사하고, 심사를 통과한 자에 대해선 육군 현역병 복무 기간의 1.5배(36개월)를 사회복지요원으로 근무케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외국의 경우 영국, 미국, 네덜란드 등은 이미 1,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쟁 중에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했고 지금은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했다. 또 독일, 덴마크, 대만 등은 현재 대체복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의 군사적 대치 상황, 경제수준, 동아시아 블록 등 비슷한 안보현실로 자주 비교 대상이 되고 있는 대만의 경우도 2000년 7월부터 대체복무를 도입해 실시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대체복무를 하며 하는 일이 상당히 힘든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한다.

또한 대만은 신중한 심사를 통해 대체복무자를 결정함으로써 군 입대자가 적정 인원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조절해나가고 있다. 대만 사례는 여러 장치를 통해 제도의 부작용을 얼마든지 막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만의 대체복무는 시행 4년 만에 순수한 민간사회복지 분야로 정착되어 가고 있다. 현대의 안보개념에 걸맞는 국가방위정책을 실시하겠다는 대만 정부의 노력이 인권분야에서도 진전을 가져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만의 사례를 거울삼아 정치권에서의 활발한 논의는 물론 국민적 공론화를 통한 합의를 통해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여 한국사회가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연대의식이 폭넓게 발휘되는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로 거듭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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