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학교 사랑’인가 ‘열등감의 표출’인가
‘남다른 학교 사랑’인가 ‘열등감의 표출’인가
  • 송민경 기자
  • 승인 2008.11.24
  • 호수 12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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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의 계절, 대학 훌리건을 말하다


축구장에서 훌리건들은 특정 팀을 옹호해 상대 팀 서포터즈들과 싸움을 벌이는 등 남다른 열정을 보인다. 훌리건은 축구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 상에서도 자기 대학을 자랑하는 글을 열광적으로 게재하거나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흔히 '대학 훌리건'이라 부른다. 홀릭이 지나치면 훌리가 되듯, 대학 훌리건의 활동에는 분명히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가 동시에 존재한다.

"익명성 이용한 어린 행동"
오래 전 모 대학에서 아르바이트 학생들을 고용해 네이버 지식인과 같은 포털 사이트에 학교를 과장 광고하는 댓글을 달게 해 징계를 받은 적이 있었다.

이처럼 온라인상에서 훌리건들의 행동들은 오래 전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 게시판에 댓글을 다는 우리학교 이훌리(가명) 군은 “솔직히 한양대 밑의 대학은 일류대학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며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해야지, 다른 대학 훌리건들이 왜곡된 서열을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하는 것을 그대로 둘 수 없기 때문에 댓글을 단다”고 말했다.

이처럼 오프라인 상에서는 소극적인 주제인 대학의 서열문제가 온라인상에서는 쉽게 대두된다. 훌리건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장 큰 두 가지 이유는 지나친 욕설과 비방, 그리고 대학 서열 조장으로 인한 대학사회의 분열이다.

이경민<정통대ㆍ미디어통신공학과 03> 군은 “어느 집단보다 신선한 생각을 가져야 할 대학 집단에서 훌리건들이 구세대의 계급사회를 조장하고 있다”며 “훌리건 행동은 익명성을 이용한 어리석은 행동”이라며 훌리건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나타냈다.

또 훌리건이 실제 학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김유원<연세대ㆍ외교학과 06> 양은 “온라인으로 학교를 자랑한다고 해서 학교가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망신만 당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또 “우리 사회에 암묵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대학 서열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지만 서열을 따지는 근거도 정확하지 않다”며 “대학 간에 싸움을 벌이는 것은 무의미한 행동이다”라고 주장했다.

훌리건들의 활동은 사이버 상의 패거리 문화로 설명된다. 사이버문화연구소의 저서「Cyber is」에 따르면 온라인상에서 폭력적인 패거리가 쉽게 형성된다. 또한 문자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기 때문에 훌리건들은 ‘맥락 단서 결핍론’ 대로 광적인 성향을 표출하게 된다.

‘맥락 단서 결핍론’이란 의사소통 과정에서 자신이 가진 맥락의 단서가 부족할 경우 미심쩍은 부분은 생략 하게 되고, 논조는 보다 강해지며, 흑과 백을 가리는 어조가 자주 사용된다는 이론이다. 

수능을 마치고 지원할 대학을 고민하고 있는 김민호<청주시ㆍ흥덕구 19> 군은 “훌리건들이 한심해 보일 뿐이며 훌리건들이 제시하는 대학 서열이나 평가를 보고 대학 진학을 고려한 적은 없다”라고 밝혔다.

 

"열정적인 학교 홍보대사"
근거 없는 학교 과시를 하는 훌리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대학교의 훌리건들이 모인 대표적인 집단으로는 지난 99년 만들어진 회원 수 약 4만 명의 훌리건 모임인 훌리건천국(www.cafe.daum.net/posthoolis)이 있다.

훌리건 천국 운영자 닉네임 ‘☆toogosss☆’ 는 “훌리건들이 고등학생들을 낚는다는 것은 과거의 이야기”며 “요즘 수험생들은 인터넷을 검색해 스스로 카페에 찾아올 정도로 입시에 능동적이기 때문에 스스로 판단할 능력만 있다면 충분히 원하는 정보만을 얻어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 명의 훌리건이 주장한 정보는 과장될 수 있겠지만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제시하면 다른 학교 훌리건들에게 바로 지적받기 때문에 오히려 객관성을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언론의 대학평가나, 교육과학기술부가 제시하는 대학교 지원 금액, 혹은 법률저널의 고시 합격자 수나 SCI(과학기술논문색인) 논문 수 등 비교적 객관적인 자료들을 제시하는 추세다.  
실제로 훌리건 천국에서는 수험생들에게 입시정보를 제공하며 상담을 해주기도 한다. 우리학교 공대에 재학 중인 훌리건 천국 운영자 닉네임 ‘선봉공대’ 는 “지인에 의해서만 대학을 평가하고 결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시상담 사이트에서는 몇 명의 상담가가 배치표를 통해 지원할 대학의 입시전형에 따라 학생의 점수를 대입해 합격여부 예측만을 하는 반면 훌리건 천국에서는 다수의 훌리건들이 이미 받은 점수에서 최선의 학교를 정하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엑스터디((구)유웨이중앙)에서는 훌리건천국과의 컨텐츠 제휴를 통해 학생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유재훈<사회대ㆍ관광학부 08> 군은 “우리 과에도 인터넷에서 학교를 홍보하는 ‘티웹’이라는 사이트가 있다. 이것처럼 훌리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학교를 홍보하고 가치를 높이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현정<동덕여대ㆍ중국어과 07> 양은 “훌리건의 활동은 객관적인 자료만 제시한다면 학교를 사랑하는 개개인의 생각이기 때문에 존중해 줘야 한다”며 비교적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toogosss☆’ 는 “훌리건 카페에서는 욕설의 수준을 제한하는 등 나름대로 규칙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으며 포장된 입시정보 보다는 거칠지만 여과 없는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운영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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