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생활, 평탄치 않았지만 즐거워요”
“학교생활, 평탄치 않았지만 즐거워요”
  • 서정훈 기자
  • 승인 2008.11.23
  • 호수 12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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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학생이 직접 겪은 우리학교 편의시설의 변화

박훈식<언정대ㆍ광고학과 06> 군은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중증 장애인이다. ‘힘들지 않을까’하는 사람들의 편견과는 달리, 박 군의 모습은 언제나 밝다. 그리고 열정적이다. 지난 13일부터 사흘간 개최됐던 광고홍보학부의 학술제 '콤마'에서도 팀원들과 함께 밤을 새고 행사를 준비하는 박 군의 모습은 우리와 다름없는 ‘대학생’이었다. 대학생이 된지도 이제 3년. 그 동안 박 군이 겪었던 학교생활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박 군의 이야기를 1인칭 시점으로 옮긴 것이다.

우리학교에 입학하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안산에 거주하고 있기도 했고 캠퍼스가 전체적으로 평지인 학교는 매우 드물었기 때문이다. 열심히 노력한 끝에 언론정보대 광고홍보학부 06학번으로 입학할 수 있었다.

입학 전에는 학교가 전체적으로 평지여서 휠체어를 타고 다니기 편할 것이라는 것만 생각했다. 합격 소식을 듣고 학교를 직접 방문했을 때 솔직히 막막했다. 내가 주로 강의를 들을 언정대에 편의시설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승강기조차 없어 주로 3층에서 이뤄지는 강의를 듣는 것은 나에게 불가능이나 마찬가지였다. 내가 간절히 원하던 대학 생활이었기 때문에 나는 적극적으로 내가 필요한 것을 학교에 요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날 집으로 돌아와 내가 필요한 것에 대해 한양서비스센터 팀장님께 직접 편의시설 설치에 관한 메일을 보냈다. 아무리 기다려도 답장은 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본관으로 찾아갔다. 운이 좋게도 본관에서 나는 부총장님과 교무처장님을 직접 만날 수 있었고 그 계기를 통해 나의 요구가 시설과에 전달될 수 있었다.

이후 언정대에 승강기 설치 공사가 시작됐다. 언정대에 승강기가 설치되던 약 1년 동안 우리 학부의 모든 전공수업이 컨퍼런스 홀과 제1과기대에서 이뤄지게 됐다. 학교와 과 동기들이 날 배려해 준 덕분이었다. 2학년이 돼서야 나는 비로소 언정대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됐다.

내 하루 일과는 다른 학생들과 거의 다를 것이 없다. 휠체어를 타고 학교에 통학하고 있지만 큰 어려움은 없다. 전공 수업은 언정대, 부전공으로 신청한 문화콘텐츠학과 수업은 국문대에서 듣고 있다. 교양수업은 대부분 컨퍼런스 홀에서 수강하는데 수업시간에 나는 항상 맨 앞줄에 있다.

컨퍼런스 홀 강의실 의자가 고정식이라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맨 앞줄에 따로 앉으면 수업 내용을 가장 잘 들을 수 있지만 그래도 가끔은 ‘내가 만약 저 고정식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면, 수업시간에 졸기도 하고 친구들과 이야기도 할 수 있었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공강 시간에는 컨퍼런스 홀 1층의 ‘맑은 누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맑은 누리’는 컨퍼런스 홀 1층에 있는 장애인 학생 학습 지원실이다. ‘맑은 누리’는 나를 비롯한 장애인 학생들에게 ‘과방’ 혹은 ‘동아리방’ 같은 존재다. ‘맑은 누리’가 생기기 전엔 공강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했는데, 우리를 위한 공간이 마련되고 난 이후론 그런 걱정이 없어져서 좋다.

오늘도 휠체어를 타고 캠퍼스를 누빈다. 특별히 불편한 것은 없지만 도로나 인도가 평탄하지 못한 곳을 지나갈 때면 언제나 불안하다. 이곳에서 휠체어가 넘어진 경험도 있어서 그런지 지나가기가 겁이 난다.
학교 곳곳에서 많은 일을 겪은 내 자신을 보면서 그만큼 ‘난 학교에 정말 잘 적응 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1학년 때처럼 나로 인해 전공 수업을 듣는 건물이 바뀌어 사람들이 불편해 하지나 않을까 같은 걱정도 많이 줄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친구들은 나와 다른 것 같다. 난 특수학교를 졸업했는데, 우리 반에서는 나를 포함해 4명의 학생이 대학에 진학했다. 그 중 2명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새로운 학교에 입학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씁쓸했다. 동시에 내가 얼마나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날 위해 1년을 언정대가 아닌 다른 건물의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으면서도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은 내 동기들과, 나를 비롯한 다른 장애인 학생들의 적응을 돕기 위해 노력하는 학교 측의 지원까지.

벌써 3번째 맞는 겨울이다. 이번 겨울이 지나면 나는 졸업반이 된다. 후회 없는 학교생활을 위해, 나와 비슷한 동생들이 좀 더 편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내가 초석을 닦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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