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윤리교육 수수방관할 때가 아니다
연구윤리교육 수수방관할 때가 아니다
  • 한양대학보
  • 승인 2008.10.05
  • 호수 12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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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79호 한양대학보는 연구윤리 특집기사를 실었다. 황우석 사태 이후 연구윤리에 대한 관심이 사회전반으로 확대되긴 했지만, 대학사회에서 연구윤리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미흡하다. 특히 우리학교의 실정은 더욱 그렇다. 이번 취재에서 드러났듯이, 우리학교 “연구윤리의 제도화와 구체적 교육을 위한 지표”에서 대부분의 항목이 중간 점수 이하로 나타났고, 특히 연구윤리구현 부분인 “연구윤리 관련 정규·비정규 교육프로그램이나 세미나”의 존재 여부를 묻는 항목에서는 낙제점을 받고 있다. 교직원ㆍ연구자ㆍ학생을 상대로 하는 연구윤리 교육프로그램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학교엔 서울배움터 대학원에서 실시하는 1학점짜리 선택과목인 연구윤리 강좌가 유일하다. 그것도 처음 설강된 작년 2학기에 폐강되는 우여곡절 끝에 올 2학기에 19명이 신청해서 간신히 진행되고 있다. 안산배움터 대학원에서는 이번 2학기에 설강됐으나 폐강되고 말았다. 이 강좌가 1학점짜리 선택과목이라는 것을 폐강의 원인으로 말하고 있지만, 학생과 대학본부의 관심부족이 더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남의 물건을 훔치면 도덕적으로 비난받고 법으로 처벌받듯이, 남의 글을 도용하면 비윤리적인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연구를 장려하는 것이 대학의 1차적인 의무이지만, “연구부정행위”나 “부적절한 연구관행”의 사슬에서 벗어나도록 연구자를 계도하는 것도 대학의 주요한 책무다. 우리학교는 현재 연구진실성위원회가 연구부정행위를 심사하고 처벌하는 데에 그치고 있는데, 이러한 사후처벌은 결코 바람직한 방식이 아니다. 미래의 연구자를 포함한 모든 연구자들에게 어떤 것이 “책임 있는 연구수행”인지를 알게 해 연구부정행위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대학이 취할 올바른 태도다.

보고서나 졸업논문을 베끼는 것은 대학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한 설문조사에서 “리포트 표절 경험이 없다”고 응답한 학생은 전체 응답자 중 25.9%에 불과했고, 또 이 중 “남의 리포트를 통째로 베껴 써봤다”는 응답이 25.7%에 달할 정도로 연구윤리나 학습윤리 문제의 심각성은 극에 달해 있다. 이에 서울대는 국내 최초로 전 학부생을 대상으로 하는 “진리탐구와 학문윤리”라는 교양강좌를 진행함과 동시에, 입학할 때 “표절금지서약”을 받고 위반시 정학이나 퇴학이라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다른 대학의 발 빠른 움직임에 비해 우리학교는 여전히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 와중에도 학생들은 리포트를 인터넷에서 다운 받아 제출하고, 연구자는 무엇이 연구 부정행위인지를 몰라 쩔쩔매고 있다. 연구와 학습의 부정행위는 분명 범법행위이고, 이것이 곧 대학의 몰락임을 직시하면서 하루속히 연구와 학습윤리 정착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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