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선생과 사기꾼론
백남준 선생과 사기꾼론
  • 한양대학보
  • 승인 2008.09.21
  • 호수 127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디오 아트의 개척자로 세계적으로 저명했던 백남준 선생은 예술을 사기라고 했다. 자신은 큰 사기꾼이라고 했다. 예술이라는 고등세계를 통해 사람들을 속이고 자신의 밥을 벌어먹고 산다는 의미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예술이 사기인가 아닌가에 관계없이 그분의 사기론은 불쾌함 보다는 통쾌함을 수반했었다. 즐겁기까지 했다. 그의 도발에 박수치다가 우리가 느낀 것은 부끄러움과 숙연함이었다. 시대와 세계를 리드하던 천재가 일갈한 난데없는 사기론은 우리 각자는 사기꾼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걸맞는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사기론의 혐의를 벗어나지 못하는 선두는 정치 부문이고 정치인들이다. 여론조사에서 변함없이 나타나는 결과이다. 그러나 정치인만 그러할까. 우리가 살아가는 대학은 어떨까. “못된 목적으로 남을 속이거나, 남을 속여 착오에 빠지도록 하는 범죄행위”라는 의미의 사기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정체성에 적합한 본분과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하는 의미에서 보면 대학공동체를 구성하는 교수와 대학생의 일부도 사기론의 그림자에서 자유로운 것만은 아닐 것이다.

입장은 다르지만 대학생은 교수와 함께 교육과 연구와 봉사를 매개로 해 대학공동체를 형성ㆍ유지ㆍ발전시키는 핵심 주체이다. 대학이 사회의 풍요로움을 리드하고 민주주의를 견인하는 전문성과 보편성을 수행하는 집단이라고 할 때 대학생도 교수 못지않게 사회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존재이다. 세상의 환경과 욕구가 대학공동체의 역사성과 존재의의를 희석시키고 천민자본주의의 대리인으로 역할 수행을 강요하고 대학생에게 적응을 요구하지만, 대학생은 냉철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성숙시켜 가야 한다. 대학생이 곧 우리 사회의 미래인 것이다.  

가을의 문턱이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들이 가을을 따라 올 것이다. 어느 시인은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에는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고 하였다. 멋진 권유이다. 이 그리움의 대상에 우리 한양인은 대학생이라는 우리의 존재를 추가하자. 그리고 대학생의 본분과 책임을 철저하게 실행하자. 무엇보다도 하루 공부시간이 초등학생 공부시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일전의 통계청 발표를 부끄러워 하자. 최소한 이 수치를 역전시키는 것을 통해 가짜가 아닌 진짜 대학생이 되고, 대학공동체를 수상하게 쳐다보는 사기론의 혐의를 벗기는 데 앞장서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