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의 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공동의 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한양대학보
  • 승인 2008.09.07
  • 호수 12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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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일자 한양대학보 사설에서 “공학계열 학사구조개편을 위한 학칙 개정”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공학계열 학사조직 개편위원회에 의해 7개월에 걸쳐 마련된 이 학사구조개편안이 교무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마지막으로 대학평의원회에 심의 요청을 했지만, 7월 2일 회의에서 “심의유보”로 결정되자 입시 일정에 쫓긴 학교본부가 본 개정안을 법인 이사회에 상정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소통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학평의원회와 교수평의원회는 의장 명의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직원노동조합, 서울배움터 중운위, 건축대 교수일동 뿐만 아니라 건축총동문회까지도 입장표명을 하고 나섰다. 이른바 성명서 정국이 초래된 셈이다.

이들 성명서 주체들의 주장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한 가지는 대학평의원회, 교수평의원회 등의 입장으로, 대학평의원회가 심의유보 결정을 내렸음에도 학교 당국이 강행 처리했다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건축대학 교수 및 동문회 입장으로 현 단과대학체제인 건축대학이 학부로 축소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양대학보는 사실 확인을 위해 이번 성명서 정국의 두 축인 교수평의원회 및 건축대학과 학교 당국 모두 취재를 요청했으나, 취재는 전자 쪽에서만 가능했다. 학교 당국과의 인터뷰 시도는 관계자들 모두 자신이 당사자가 아니라고 피하는 바람에 결국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한양의 중추언론기관으로서의 사명을 다하고 있는 한양대학보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학내소통, 본부만의 문제 아니다

이번 학칙개정과정에서 소통의 문제가 다소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학교본부 측만의 문제는 아니다. 교수평의원회 및 대학평의원회 측도 여기서 결코 자유스러울 수 없다. 기획처에서 대학평의원회에 보낸 답변을 보면, 학교 당국은 나름대로 노력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절차상의 하자는 없다는 말이다. 대학평의원회는 분명 심의기구이지 결정기관이 아니며, 심의유보를 했다고 해서 학교 입시 현안이라는 중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본부가 무작정 기다리는 것도 무책임한 일이다.

또 7월2일 대학평의원회의 심의 유보 결정은 전후맥락상 다분히 건축대학의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 회의에 건축대학 소속 교수 3명이 참여해 건축대학의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이것을 감안해서 심의유보 결정을 내린 것은 대학평의원회에 어울리는 것일 수 없다.

스스로 말하듯이 대학 전체의 이익을 고려해야 할 대학평의원회가 그때 그 결정을 내릴 때 과연 그랬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또 대학평의원회, 교수평의원회는 의장 명의로 성명서를 몇 차례나 발표했지만 이 과정에서 일반 교수나 대학구성원의 동의를 얼마나 구했는지, 그래서 스스로 소통의 책임을 다했는지도 생각해 볼일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이 던진 돌이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는 형국이다.

한양대학보는 이 성명서 정국의 핵심에 건축대학이 있다는 생각이다. 이번 구조조정의 가장 강한 반발세력이 건축대학으로 이미 나타났고, 공대 안에서 오직 건축대학만이 반대성명서, 그것도 주장이 관철 안 될 시는 교수직 사퇴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대학은 대학평의원회에 기대여 개정안을 무력화시키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건축대학 총동문회까지 끼고 도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

건축대학, 학교 전체의 발전 고려해야

건축대학은 이번 구조조정에서 최대피해자라고 주장한다. 하나의 단과대학을 형성하다가 이제는 학부로 전락했으니 그럴 만도 하지만,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그런 입장은 이기주의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단과대학을 유지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건축대학의 입장은, 한양공대가 국내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던 과거의 한양공대가 아니라는 이 절박한 현실에서는 학내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기 힘들다.

학교 당국인들 건축대학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을 어찌 바라겠는가. 몇 년 전 학과, 학부로 있었을 때는 그럼 경쟁력을 가질 수 없었다는 것인가. 긴 시간 끝에 학교 당국이 내린 고민에 찬 결단을 다소 아쉽더라도 이제는 받아주고 지켜보면서,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구성원의 몫이다.

수시모집 전형도 확정된 상태다. 개강을 맞이해 학교 전체가 바쁘게 돌아가는 이 시점에 성명서 정국은 이제 끝내야 한다. 이번 성명서의 주체들 모두 한양이라는 학문 공동체의 구성원이다. 공동체에서 개인이나 소집단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것이지만, 그것이 공동체의 발전에 장애가 돼서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올 초 작고하신 한양학원 설립자 고 백남 김연준 박사의 동상 건립에 구성원들의 마음이 모아지고 있는 지금, 대학경쟁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는 한양의 지금은 개인의 이익을 넘어 “공동의 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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