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덕분에 마음 속 순수함 찾았어요”
“아이들 덕분에 마음 속 순수함 찾았어요”
  • 서정훈 기자
  • 승인 2008.07.30
  • 호수 12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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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활동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뷰리풀’

사람들은 흔히 미디어 발달의 부정적 측면에 주목한다. 특히 미디어 발달이 소통 단절 문제에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그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단체가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이 지원 해주는 봉사단체 ‘다미’가 그 주인공이다. 가장 최근에 선발한 다미 5기에는 전국 100여개의 팀이 지원했다. 그 중 선발된 팀은 오직 다섯팀. 그 중 우리학교 안산배움터 신문방송학과 7명이 모인 ‘뷰리풀’도 있었다.

다미의 문을 두드리다
‘다미’무척이나 생소한 이름이다. ‘다음 미디어교육 봉사단’의 준말이다. 다미는 미디어소외 지역을 직접 찾아가 그 곳의 아이들이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즐겁게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지난 23일, 다미 5기의 미디어소외 지역 방문 일정이 끝났다. 그들이 왜 다미의 문을 두드렸는지 궁금했다.

“미디어를 배우는 학생으로서 저희가 배우는 것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었어요. 다미의 프로그램 내용과 취지가 바로 우리가 원하던 것이었어요 그래서 지원하게 됐습니다”

다미 5기의 이름을 가지기 위해 그들은 많은 것을 준비했다. 파워포인트도 준비하고 다음 사무실에서 면접도 봤다. 면접 보는 날이 기말고사 기간과 겹쳐 힘들었다고 한다. 기말 시험이 11시에 끝나자마자 2시 면접에 늦지 않으려고 바로 버스에 몸을 실었다. 게다가 그날 비도 내려 면접 장소로 가는 길이 힘들었다고 한다. 면접에서는 어떤 질문이 쏟아 졌는지, 거기서 제일 기억에 남는 질문은 무엇 이었을까.

“질문은 생각보다 평범했어요. 왜 지원 했느냐, 뭘 가르칠 예정이냐 이런 것을 물어보더라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은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에 대한 거였어요. 편지나 쪽지 같은 올드 미디어가 있는데 왜 뉴미디어를 교육시켜야 하는지를 물어보는 질문이었어요. 예사롭지 않다고 느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질문이 회사의 사업 취지를 잘 파악했는지 여부를 알아보는 함정이었더라고요. 이 질문에 대답을 잘 해서 뽑힌 것 같기도 해요(웃음)”

100개가 넘는 팀과의 경쟁 후에 얻은 다미 5기의 명예. 어려운 경쟁을 뚫고 당선된 만큼 그들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예상보다 훨씬 어렵고 힘들었다. 특히 다미 교육을 위해 2박 3일간 실시된 워크숍은 정말 힘들었단다.

“이 워크숍에서는 저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줘야 할 프로그램을 미리 교육받았어요. 말하자면 리허설을 해 본거죠. 그리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세뇌를 받기도 했어요. 너희는 아이들의 선생님이 아니다, 기술적인 요인을 배제하고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법을 가르쳐라, 아이들에게 계기를 만들어줘라…… 정말 주의를 많이 받았어요. 워크숍에서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이런 교육보다 7명이나 되는 팀원의 의견을 모으는 것이었어요”

2주의 준비기간, 일주일간의 만남
워크숍이 끝나고 쉴 틈도 없이 ‘뷰리풀’에게 다음의 과제가 주어졌다. 2주 동안 앞으로 있을 7박 8일간의 행사 프로그램을 기획하라는 것이었다. 인터뷰에 참여한 팀원들 모두 이 시간이 제일 힘들었단다. 도대체 그 2주 동안 그들은 뭘 준비했던 걸까.

“이때는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의 운영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짜서 기획서를 제출해야 했어요. 7박 8일간의 일정에 대해 정말 한 치의 허점도 없이 짜야 했죠. 다음측에서 이 기획서에 엄청나게 신경을 썼어요. 자기들 이름 걸고 나가는 거라 그런지 깐깐하게 하더라고요.

다음이 원하는 수준에 맞추는 것이 정말 힘들었어요. 또 이 기간에 지원비가 나왔는데 이 돈 대부분을 교육비로만 지출해야 했어요. 그래서 우리 자비가 엄청 깨졌죠. 지금 와서 하는 소리지만 이때는 참 다음을 많이 원망 했어요”

‘뷰리풀’은 충청남도 부여에 위치한 충화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4,5,6학년 아이들 23명을 대상으로 먼저 사진 교육을 실시했다. 다음에서 준 지원금으로 아이들 한명 한명에게 예쁜 토이 카메라도 선물했다. 아이들은 그 사진기로 자신의 포토 다이어리를 만들었다. 두 번째 교육은 영상 교육이었다. 순전히 아이들의 힘만으로 영상물을 제작했다. 총 4개의 영상 작품이 제작됐다. 모든 작품에서 아이들의 순수함을 느낄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아이들을 다루는 것이 많이 힘들었어요. 딴 짓하는 아이들도 많고 짓궂은 장난을 치는 아이들도 많았죠. 하지만 아이들이 카메라를 들고, 마이크를 들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아이들의 무궁무진함에 깜짝 놀란 시간이기도 했어요. 아이들이 각자의 배역에 몰입해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니까 놀랍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이렇게 만든 포토 다이어리와 영상물은 마을 어른들을 모시고 가진 시사회에서 상영됐다. ‘뷰리풀’ 팀원들에게는 아이들과의 이별이 다가왔다는 것을 의미하는 행사기도 했다. 팀원들은 서로 울지 않기로 다짐했다고 했다. 하지만 다음 측에서 몰래 찍은 아이들의 영상 편지를 보자 대부분의 팀원들이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고.

“우리가 그 곳에 있었던 것은 채 10일도 안되지만 아이들과 정이 너무 많이 들었어요. 헤어지려니까 정말 눈물밖에 안 나더라고요. 저희는 조그만 사랑을 줬을 뿐인데 아이들은 너무 큰 사랑으로 돌려줬어요. 아이들이 잘 가라고 인사하면서 다음에도 꼭 오라는 말을 했어요.

근데 '다음에 꼭 올게'라는 말을 차마 못하겠더라고요. 사정이 생겨서 못 올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예의 치레로 할 수 있는 말도 쉽게 하지 못할 정도로 저희에게 아이들과의 인연은 너무 소중해요. ‘꼭 올게’라는 말 대신 ‘곧 올게’라는 말을 남기고 왔어요. 시간이 나면 아이들을 위해 다시 부여로 떠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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