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세대가 전해온 신문사이야기
386세대가 전해온 신문사이야기
  • 심재환 기자
  • 승인 2008.05.18
  • 호수 12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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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년 역사의 흔적을 거닐다(2)

파이낸셜뉴스신문 현직 기자로 활동 중인 정순민<국어국문학과 85>, 조석장<정치외교학과 85> 동인을 만났다. 두 동인은 학번은 같지만 정 동인이 31기, 조 동인이 32기로 신문사 내에선 선후배 사이였다. 두 동인은 4ㆍ19혁명, 5ㆍ18민주항쟁 등 6ㆍ25이후 최대 격동기에 대학생활을 보냈다. 나이 30대, 80년대 대학생들, 60년대 태어난 사람들, 암울했던 시기의 막바지 태생인 ‘386세대’의 동인들을 만나 당시 사회 상황과 신문사 활동은 어땠는지 들어볼 수 있었다.

한대신문 입사와 당시 사회 상황
“한대신문사에 들어가기 위해 재수를 했다” 조 동인의 첫마디였다. 그는 대학시절 한대신문사 첫 입사 시험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입사의 문을 두드려 두 번의 도전 끝에 입사할 수 있었다. 당시 한대신문사 경쟁률은 10대 1정도였는데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합격하면 주위 친구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곤 했었다.

80년대에는 전두환 대통령이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학생들의 데모를 억압하기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대학가가 상당히 암울한 시기였다.

“대학생들이 민주화 투쟁을 했는데 이러한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대학 신문도 정부로 부터 일종의 검열을 받았다. 이렇듯 대학가가 암흑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생 사이에 민주항쟁의 싹이 트는 시기였다”

신문사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예전에는 선배들이 신문 사설을 10번씩 베껴오라고 했었다. 하지만 숙제를 제출하면 선배들이 똑바로 하지 않았다며 몇 번씩 다시 써내라고 했다. 이것 때문에 고참 선배한테 많이 혼났었다. 사설 베끼기가 그때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지만 사설 쓰는 능력만큼은 제대로 향상시켜 줬다”

지금은 컴퓨터로 신문을 만들지만 당시에는 활자로 신문을 찍어냈다. 사진 같은 경우도 동판을 산화시켜 판화로 사진을 옮긴 후, 신문에 찍어냈다. 신문을 찍어내다 보면 온 몸에 잉크가 묻어 있곤 했다. 정말 구닥다리 방법이었지만 다시는 경험해 볼 수 없는 좋은 추억이  었단다.

4월은 잔인한 달, 피 빛 진달래
당시에는 언론 통제가 정말 심했는데, 시위 도중 학생이 사망해도 신문에는 정말 자그마한 기사로 나갔다. 심지어는 신문이 나오지 않은 적도 있었다고 한다. “언젠가 4ㆍ19 특집호를 만든 적이 있었는데 학교 측이 4ㆍ19관련 기사를 삭제하라 요구했다. 이처럼 부당한 요구 때문에 신문이 백지로 나간 적도 많다. 선배들은 원하는 신문을 내지 못해 동판을 갖고 도망간 적도 있다”

쉽게 말해 부당한 요구에 대한 기자들의 파업이었다. 신문사의 대학원생들과 서로 형 동생하며 잘 지냈었지만 사실 그들은 기자를 감시하는 역할을 했었다. 당시 두 동인은 동판을 숨기지 않으면 대학원생들이 신문을 학교의 요구대로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동판을 갖고 도망가기도 했다. 지금은 마음 편히 할 수 있는 이야기였지만 선배들의 대화에는 대학 언론의 탄압에 대한 애환이 담겨 있었다. 그때의 4월은 잔인한 달, 마치 피 빛 진달래 같았다.

학생운동의 중심이었던 한양대
축제 때가 되면 노천극장에서 촛불을 켜고 요즘의 미팅이라 할 수 있는 쌍쌍파티를 열었는데 한 때 지상파 방송으로 보도되기도 했다.“한양대학교 쌍쌍파티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반정부 투쟁을 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학생들 사이에 갈등이 많았는데 학생운동을 하던 학생들이 쌍쌍파티를 난장판으로 만든 사건이 일어난 적도 있었다”

이 사건 이후, 학생들은 사회적 참여 부족을 반성했고 이후부터 한양대는 학생운동의 허브가 됐다. 그 당시엔 2천 명이 넘는 학생들이 왕십리에서 동대문운동장까지 진출한 적도 있었단다. 인터뷰를 통해 동인들이 지켜온 신문사란 무엇인지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자신의 신념에 어긋나는 신문은 만들지 않겠다던 동인들의 의지는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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