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서 배운다
실패에서 배운다
  • 취재부
  • 승인 2005.10.09
  • 호수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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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김재정 <공과대·기계공학> 교수

며칠 전 한국의 대표적인 전자회사 CEO가 전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실패의 경험이야말로 더 큰 성공을 만들 수 있는 초석”임을 강조했다. 우리 한양의 자랑스러운 동문으로 산업계에서 “혁신의 전도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강한 추진력을 인정받는 그가 체험으로 깨달은 뼈아픈 교훈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혁신적인 발전은 무수한 실패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전구를 발명한 에디슨은 전구 유리 안쪽이 검게 변하는 현상을 막아보려고 수백 번의 개선을 시도했으나 결국 그 자신은 실패하고 말았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그의 격언은 발명왕으로서 그가 겪었을 수많은 실패에 연민의 정마저 들게 한다. 

고금을 통해 인간이 만든 인공물인 다리, 빌딩, 기차, 비행기, 공장 등에는 수많은 실패가 있었다. 우리기억에서 아직도 잊혀지지 않은 대형사고만 열거하더라도 무수히 많다. 인도 보팔에서 있었던 유니언 카바이드 공장사고로 2천여 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2천5백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또한 NASA의 스페이스 셔틀은 O-링과 단열재에 각각 문제가 생겨 두 번씩이나 미국 전체를 비극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이런 사고에서 배운 교훈을 초석으로 인간은 더 낳은 인공물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중세에 세워진 수려함을 뽐내는 유럽의 많은 성당들은, 건축 중에 혹은 완공 이후 숱한 붕괴를 보아온 건축가들의 개선을 통해 이루어 진 것이며 오늘날 초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건축기술의 기틀이 되었다. 또한 19세기에 철도가 보급되며 지어졌던 수많은 다리의 거듭되는 붕괴를 보며 오늘날의 엔지니어는 길이가 30 킬로미터가 넘는 교량건축기술을 가지게 되었다. 얄궂게도 다음 번 설계를 안정되게 해주는 것은 이번에 이룬 성공이 아니라 실패이다. 엔지니어가 실패를 두려워했다면 우리는 아직도 자전거를 최고의 교통수단으로 여기며 출퇴근에 사용했을 것이고 태평양을 아직도 배로 건너고 있을지도 모른다.

강한 사회인으로 태어날 수 있는 수련장인 대학에서 많은 한양인들이 너무나 실패와 시련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학점 따기 쉬운 전공과목으로 학생들이 몰리고 있고 폭넓은 교양을 갖춘다는 그럴싸한 이유로 한창 전공과목을 배워야 할 3, 4 학년 때에 전공과 상관없는 타 과의 소문난 수월한 과목들을 수강하며 소중한 이수학점을 낭비하고 있다. 비록 F를 받는 한 이 있더라도 전문인으로서 필요한 그렇지만 어려운 전공과목을 과감하게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만 경쟁력 있는 한양인으로 준비를 해갈 수 있고 실패를 두려워않는 도전정신을 미리 키울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대학에선 재수강 기회를 주며 실패를 아예 없던 걸로 해주는 관대한 사회인데 무엇을 두려워한단 말인가. 이번 학기 첫 주 수업을 끝내고 강의실을 나서던 길이였다. F를 많이 주어 작년에 비해 수강생이 부쩍 줄어든게 아닌가 생각하던 참에 복도에서 우연히 만난 젊은 교수가 나에게 한숨 섞인 질문을 했다. “김 교수님 컴퓨터 과목도 수강생이 줄어들었어요? 요즘 학생들은 골치 아픈 프로그래밍 과목을 싫어하나 봐요”. IT가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동력 산업인데도 말이다.

기업인이나 엔지니어는 물론 일반인들도 작은 성공보다는 큰 실패에서 배울 수 있는 지식이 훨씬 많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학창 시절 저지른 몇 가지 큰 실수나 시련은 미래의 사회생활에 큰 교훈과 지식이 된다. 쉬운 과목만 찾아다녀 평점만 좋았지 전공지식 하나 체계적으로 갖추지 못했다면 무늬만 대학생일 뿐 속은 나이든 고등학생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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