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대학 한양대학교?
가난한 대학 한양대학교?
  • 한양대학보
  • 승인 2008.03.09
  • 호수 1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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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개설됐다며 좋은 강사분들의 초청 강연으로 이뤄진다며 홍보일색이던 과사무실의 응원에 힘입어 수요일 아침, 1백여 명의 학생들은 한 강의실에 모였다.

유난히 많이 모여든 교수님에 의아해 하던 찰나 수업이 시작된다. 엉뚱하게도 이 강의명은 ‘성공한 15명의 15가지 습관’이 돼버린다. 이어 마치 예정되지 않아 더욱 황송하다는 멘트로 첫 강의주자를 소개한다.
그러려니 하며 듣다보니 뭔가 이상하다. '노블리스 오블리제'하며 등록금 인상에 대한 변명(나에겐 그렇게 밖에 들리지 않았다)일색이다. 기부문화가 잘 됐다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학교 운영 자금, 가능하다면 세금을 더 많이 내고 싶다는 빌게이츠에 대한 찬사.

궁금해졌다. 한양대학교, 그렇게 가난한가?

법인 자금 100억 원씩 재워놓고도 등록금 올리고, 건물 지을 돈은 등록금 또는 수시 원서료로 충당하고, 학교 운영자금 70%이상 등록금에 의존하는(물가 상승률과는 비례하지 않는 등록금 상승률)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한양대학교. 그렇게 가난한가?

학교를 다니며 늘 하는 고민이 ‘졸업해서 뭐하지’다. 하지만 학교에서 발표하는 졸업 후 취업률은 거의 80%에 육박한다. 다들 어디에서 뭘 먹고 사나 늘 궁금했다. 그리고 나도 그 80%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학교를 믿었다. 웬걸. 취업률은 ‘눈 가리고 아웅하기’식이었던가. ‘졸업 후 원하는 직장을 얻지 못해 임시로(취업준비를 위해 학원에서 잠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는 것과 백화점 단기알바도 포함될 줄이야)얻은 직장도 직장이다’라며 그 강의 주자는 현재 국내에서 대학의 평가는 통계에 의해 내려지니 학생들에게 동참을 강요한다.

한 귀로 들었다 한 귀로 흘리기엔 너무 많이 왔다 싶은 찰나 또 하나의 폭탄선언이 근엄한 표정과 함께 전달된다. 이렇게 졸업하고도 졸업 후 사회인이 돼 학교를 위한 기금을 부탁한다. 강의실에서 듣고 있기엔 너무 낯 뜨거운 재학생 설득 및 압박 대 특강이 40분 남짓 이어졌다.

우리는 민주광장의 농구골대를 잃었다. 얼핏보면 희망의 무지개 빛처럼 보이지만, 5억으로 9천 학우의 등록금 조금 더 내려주는걸 원했다. 지난학기 종강 전 잔디로 꾸며질 것이라던 민주광장은 어디로 갔는가. 점심시간 젊은이들의 낭만 만원 빵 농구게임을 위한 간이 농구골대는 어디로 갔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통합학문이 화두로 떠오르는 이 때, 이를 위해 개설된 이 강좌의 진정한 의도는 어디로 간 것인가.

이 강의가 개설되며 과사무실에서는 각 과대표들에게 이 강의를 적극 추천하며 반 강압적으로 들으라는 식의 연락이 오갔다는 소문을 들었다. 바쁘신 강의 주자의 ‘설득’과 ‘호소’, 그리고 학교를 위한 ‘동참’을 위함인가.

나는 이 교양 수업을 되찾고 싶다. 나를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하고 있다던 신입생 OT때 학교의 포부를 되찾고 싶다.

가난한 대학 한양대학교. 무엇으로, 무엇을 살찌우고 부하게 하는가. -익명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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