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동권 몰락, 왜?
비운동권 몰락, 왜?
  • 장형수 기자
  • 승인 2007.12.02
  • 호수 12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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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배움터 총학생회 선거 종료, ‘운동권의 부활’
서울배움터 총학생회 선거에서 「Change for U」가 당선됨으로써, 양 배움터 모두 운동권 성향의 총학생회가 자리 잡게 됐다. 서울배움터는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안산배움터는 2005년 이후 3년 만이다. 대부분 비운동권 성향의 총학생회가 자리 잡는 전반적인 흐름과 달리 유독 올해 우리학교의 모습은 이례적이다.

서울 선거는 단선이었고 3파전으로 치러졌던 안산 선거는 사실상 비운동권과 운동권의 대결 구도였다. 결과는 운동권의 승리였지만, 비운동권에서 두 개의 선본이 출마해 표가 나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1위와 2위의 표차는 불과 2백여 표에 불과했고, 나머지 한 선본의 득표수는 7백여 표에 달했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결과만 보면 비운동권의 몰락으로 해석된다. 서울배움터의 경우 비운동권은 후보조차 내지 못했고, 안산배움터의 경우 비운동권이 두 선본으로 갈라져 출마하는 등 조직 관리에서 한계점을 드러냈다.   

비운동권 등장의 명분은 운동권이 가진 한계 때문이었다. 학생들은 학내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지 못하는 운동권 학생회를 외면하기 시작했고, 이는 비운동권이 등장하는 배경이 됐다.

비운동권의 주된 주장은 ‘학생회는 학생들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학생들의 의사에 따라 움직이는 학생회의 모습이 바람직한 것이며 학생 복지를 위해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비운동권은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 “우리는 한총련이 아니다”라는 구호 외에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없다. 비운동권이 외치는 학생 복지도 더 이상 운동권과 구별되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서울배움터를 6년 동안 이끌었던 「소명」 총학생회의 몰락도 맥을 같이 한다.  

비운동권이 운동권을 부정하면서 출발했지만, 정확히 말하면 비운동권은 운동권과 대비되는 개념이 아니다. 운동권의 반대 개념은 ‘반운동권’이다. 이제 비운동권의 정체성은 운동권의 반대급부로 찾을 것이 아니라 독자성ㆍ차별성이 필요하다. 학생들의 지지를 얻진 못하지만, 적어도 운동권 학생회가 가진 정체성은 비교적 뚜렷한 편이다. 최소한 내부적인 고민과 토론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학생들은 이런 문제들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선거 관련 이야기들이 많이 올라오지만, 그것들이 우리학교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한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운동권이든 비운동권이든 학생들의 참여 없는 학생회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비운동권이 주장하는 학생 복지는 그들만의 것이 아니고, 운동권 또한 학생들의 표를 얻기 위해 점점 비운동권의 모습을 닮아가려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운동권과 비운동권을 구분 짓는 것은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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