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향하는 공학도의 이야기
사람을 향하는 공학도의 이야기
  • 류효정 기자
  • 승인 2007.11.18
  • 호수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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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효정기자의 같이 걸을까

<들어가며>학자금대출을 받는 학생 이야기라는 주제 선정은 어렵지 않았으나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하는 생각부터 그럼 이야기는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하는 생각으로 까지 이어졌습니다. 노력 끝에 연락이 닿은 그와의 첫 번째 통화를 시도했습니다. “저기 근데요, 이거 막 불쌍한 사람이야기 담고 이런 거 아니죠?”하며 껄껄 웃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니에요”라고 황급히 말하는 기자에게 “그럼 인터뷰하면 밥 쏘시는 거죠?”라며 또 껄껄 웃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한양 플라자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몇 학번이게요”라고 묻는 그에게 “03학번이요”라 답했더니 “그래도 한 학번 어리게 봤네요”하며 건축대 02학번이라 말합니다. 많이 웃는 사람에게만 생긴다는 눈웃음을 가진 그는 보통 남자 키에 까만 눈동자가 돋보입니다. 대학교 1?2학년 때만해도 ‘막둥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조금은 내성적인 성격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한 시간 남짓한 인터뷰동안에도 서로 안부를 묻는 사람이 두 세명은 스쳐지 날 만큼 주변에 사람이 많습니다. 대화를 나누는 내내 끊임없이 기자를 웃게 만든 것도 노력의 결과랍니다.

그는 자신을 인문학을 꿈꾸는 공학도라고 말합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 좋고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지금 배우는 건축공학을 직업으로 삼는다면 늘 자신과 전공이 같은 분야의 사람들만 만나게 되리란 생각에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많은 밤샘과 무거운 가방, 많은 학업량으로 점점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돼가지만 주변과 사람에게 관심을 가질 마음의 여유는 점점 없어집니다. 그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의 주변에 있는 공학도들도 느끼는 공통점이겠지요. 그래서 그는 내년에 휴학을 할 생각입니다. 직장을 다녀도 많은 업무량을 접하게 되면 지금보다 더욱 소통의 단절을 느끼게 될 것이란 생각 때문입니다. 그의 성격이 달라진 만큼 그가 하고 싶은 일도 차츰 바뀌고 있나봅니다.

처음으로 이번 학기에 학자금대출을 신청했습니다. 교직에 계시던 아버지가 그만두시면서 내 등록금은 내가 내겠다는 생각입니다. 어머니가 새로운 일을 하시고 형도 경제활동을 하므로 집안 형편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형편이 아주 어려운 사람들은 졸업 후 대출금을 지불하는 상황이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학자금대출을 결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학자금은 주택공사서 신청합니다. 학교가 본교 학생임을 증명하는 신분 보증을 서면, 신청자가 직접 은행을 선택해 학자금을 대출받습니다. 학자금은 학교를 졸업 후 경제적인 능력을 갖추면 값아 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는 나중에 값아 나가야할 돈이 있다는 사실이 부담보단 책임감으로 다가옵니다. 그에게 책임감은 자신을 한 번 더 돌아보는 기회입니다.

처음 자취를 시작할 때가 생각납니다. 통학 4시간 거리로 어머니가 늘 해주시던 걸레질, 빨래 등이 온전히 자신의 몫으로 남겨졌습니다. 자취 3년 차를 맞는 그에게 탕수육쯤은 어려운 요리가 아니듯, 학자금은 무거운 짐이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가끔 가정형편이 어렵기만 한 사람들이라 단정 짓지만 그는 고개를 가로로 내젓습니다. “아닙니다, 자신을 책임져야 하는 사회에 나갈 때까지 보다 자신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는 기회입니다.”

글을 쓰고 사람을 만나는 활동을 하고 있는 기자에게 좋겠다고 말합니다. 기자는 공학의 영역이야말로 기자에게 범접할 수 없는 곳이라 답을 합니다. 고등학교에서 이과와 문과의 갈림길은 여전히 우리에게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합니다.

그는 휴학을 하는 동안 그만의 길을 만들어 갈 것이라 합니다. 학자금에 관한 이야기는 한 것 같지가 않아 넌지시 기자를 걱정합니다. 그와의 대화 속에서 학자금을 지금 내든 미래에 내든 그에게 뭐가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그는 오늘도 그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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