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멋있지 않다
기자는 멋있지 않다
  • 정혜인 기자
  • 승인 2007.11.05
  • 호수 12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드디어 “안녕하세요! 한양대학보사 정혜인 기자라고 합니다”란 멘트가 입에 붙었다. 지난 1학기 신문사에 수습기자로 들어오고 난 후 7개월 만이다.

2학기에 수습 딱지를 뗀 후 문화부에 배정을 받았다. 부서의 특성상 취재부와는 달리 인터뷰나 취재를 할 일이 비교적 적다. 게다가 학보사기자이기 때문에 학교 관계자 외의 사람과 접촉할 일은 적다.

취재에 익숙하지 않은 기자에게 이번 주 학교 밖 인터뷰를 해야 할 기사가 생겼다. 지난 9월 7일 개관한 KT&G 상상마당 건물에 대한 취재가 필요한 기사였다.

전화를 하고 취재 시간을 약속해야 하는데 전화는 어디로 걸어야 할까 아예 무작정 찾아가 버릴까 우왕좌왕 했다. 부딪혀 보자란 생각으로 고객 센터로 전화를 걸고 홍보팀과의 연락을 부탁했다. 홍보팀장과 전화연결이 됐고 “안녕하세요! 한양대학보사 정혜인 기자라고 합니다”란 기자의 첫 마디에 다행히 홍보팀장의 인사도 밝았다. 취재 목적을 밝히고 찾아갈 시간을 정했다.

첫 학교 밖 인터뷰를 하게 된 것이다. 기자가 취재 시간에 늦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예정한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사무실에 앉아 홍보팀장을 기다리는 시간에 준비해간 질문들을 까먹을까 계속 되뇌었다. 홍보팀장이 들어오고 “안녕하세요! 한양대학보사 정혜인 기자라고 합니다”란 인사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터뷰가 실시되는 동안 ‘준비를 더해 올 걸’, ‘방금 말실수 한 것은 아닐까?’ 라는 등 오만가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쳤다. 준비해간 질문들이 얼추 끝나가고 시간도 꽤 지난 것 같아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마지막으로 간단한 건물 소개를 받고 모든 취재가 끝났다.

선배 기자 중에는 취재 갔다가 문전박대 당한경우도 있고, 취재부의 동료들은 인터뷰 해야 할 사람들에게 바람맞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이러한 경우들에 비하면 기자의 첫 인터뷰는 순탄하고 기분 좋은 시작이었다.

앞으로 기자로서 “안녕하세요! 한양대학보사 정혜인 기자라고 합니다”란 기자 소개를 몇 번을 더해야 할지는 모른다. 이제 입에 붙은 기자의 자기소개가 온전히 내 것이 되기까지 많은 일들과 시간들이 걸렸다. 전화기를 들고 취재 요청을 할 때 말을 더듬기도 했고, 취재원들에게 ‘대학생’ 기자여서 기자가 아닌 단순한 학생 취급을 받았던 경우도 있었다. 이런 과정들은 취재를 하는 모든 기자들이 겪어야할 당연한 순리다. 기자에게 취재는 생명과도 같다. 기사를 위해 상대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지만 기자에게 취재는 가장 보람된 일이 아닐까.

기자라는 직업은 절대 멋있지 않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기자가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억지웃음을 지어야 할 때도 있다. 인터뷰 시간을 위해 학생과 기자 두 가지 신분 사이에서 기자 신분을 택해야 한다. 하지만 신문에 실리는 기자의 글과 기자의 이름이 ‘괜찮다’며 기자를 다독여 준다. 기자라는 직업이 갖고 있는 매력은 365가지다. 아직 그 매력을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 기자는 매력적이다. 절대 멋있지 않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