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60년 침묵 깨다
한국사회, 60년 침묵 깨다
  • 남정미 기자
  • 승인 2007.11.04
  • 호수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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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조선인 향한 한국사회의 뒤늦은 발걸음­ · 본 탄압 속에서도 조선인 긍지 지킨 조선학교

 

“남이냐 북이냐”
“조선입니다”

최근 개봉된 영화 「박치기2- 러브 앤 피스」에 나오는 대사다. 조선이라는 나라가 역사에서 사라진 지 백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일본사회는 남한 국적도 북한 국적도 택하지 않은 채 조선 사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재일조선인’이다. 

지난 60년 동안 한국사회는 이런 재일조선인에 대해 침묵해 왔다. 심지어 조선학교를 북한과 연계한 ‘총련 학교’라 여겨 일본사회와 함께 탄압을 가하기도 했다.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 일본사회에서 조선학교 학생과 만나기만 해도 국가보안법에 위배되던 시절도 있었다. 이러한 한국정부의 잘못된 태도는 많은 한국인들이 조선학교는 ‘총련계 학교’, 재일조선인은 ‘일본 사람’이라는 오해를 빚게 만들었다. 송재근<함께가요 우리학교> 사무국장은 “설사 우리 국민이 아니라 해도 외면할 수 없는 재일동포의 문제를 정부는 지금까지 방치했다”고 쓴 소리를 가했다.

조선학교는 1945년 이후 재일조선인 1세들이 그들의 자녀가 일본사회에서 떳떳한 조선 사람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설립된 학교다. 그러나 이러한 조선학교를 일본사회는 각종학교로 분류, 정식 교육기관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에 조선학교는 일본사회로부터 재정적인 지원은 물론, 10년 전만 해도 일본사회가 주최하는 공식경기에 참가할 수 없었다.

나고야 아이치 조선학교를 졸업한 김성희<사범대ㆍ국어교육과 06> 양은 “조선학교의 경우동포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운영하기 때문에 등록금이 다른 학교에 비해 훨씬 비쌀 수밖에 없다”며 “시설 또한 매우 낙후 돼 비가 오면 비가 그대로 새버릴 정도”라고 조선학교의 힘든 현실에 대해 토로했다.

남한 북한과 일본의 정치적 문제가 발생하면 조선학교 아이들이 테러 위협을 받기도 한다. 이때는 통학버스에 조선학교라는 이름을 붙이지도 못하며, 여학생들은 조선학교 학생들이 입는 치마저고리도 입지 못한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재일조선인 문제가 점차 한국사회의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3년 반 동안 조선학교 학생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조명한 「우리학교」는 조선학교가 무엇인지 개념조차 몰랐던 한국사회에, 조선학교에 대한 불을 지폈다. 최근에는 「박치기2-러브 앤 피스」가 개봉 돼 조선학교를 넘어 재일조선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뒤늦게나마 대중적으로 조선학교를 도우려는 움직임도 생겨났다. ‘지구촌동포연대’에서는 지난 5월부터 ‘에다가와 조선학교’를 돕기 위한 ‘함께가요 우리학교’ 모금 운동을 시작했다.

사실 이러한 조선학교, 나아가 재일조선인 문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지난 60년 동안 꾸준히 겪어 온 문제이지만 한국사회가 최근에서야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송 사무국장은 “에다가와 조선학교를 위한 모금운동은 이제 시작”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시민단체와 정부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재일조선인에 대한 한국사회의 관심이 지속되기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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