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기사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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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양대학보
  • 승인 2007.10.07
  • 호수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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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 추석연휴에도 불구하고 제법 알차 보이는 한양대학보가 10월의 첫날을 열었다.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더니, 한양대학보도 지난주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기자들의 깊은 고심이 엿보이는 기사들로 살찌워진 듯한 1254호에 추석 후유증도 말끔히 해결하지 못했을 기자들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특히 지난주 회초리 필자가 지적한 부분에 대한 기자들의 고민과 수고를 엿볼 수 있었고, 감기에 걸렸던 1253호보다 추석 연휴기간 동안 조용했던 1254호의 보도가 더 ‘신문’다움을 드러냈다. 비록 환하게 불 켜진 왕십리와 거뭇거뭇 가로등만 서있는 상록벌판이 너무도 대조적인 면이 아쉬웠지만.

이 박수와 함께, ‘사선에서’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기자들의 열정이 점점 단단해지고 학내 언론의 역할을 위한 그 구색이 갖춰져 가는 이 시점, 한양대학보를 향해 회초리에 걸맞는 쓴소리를 하고자 한다.

지난 신문의 사회면 머릿기사 ‘뉴스가 가벼워지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후, 1254호의 제목들만 하나하나 읊어 봤다. ‘여성시대 그 주인공이 되십시오’, ‘군대 2년 때려잡기’, ‘군대생활 제대로 하게 해주는 군인 3종 세트’, ‘한가위 선물, 건강보다 좋은 게 있을까’ 등. 이들은 너무나도 무난하고 급하게 작성된 듯한 제목, 고등학교 교지에나 등장할 법한 제목은 가독성을 높이기에는 자극적이지 ‘조차’ 못해 그저 눈밖에 흘러지나갔다.

기사에서 지적했듯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문구는 저널리즘 구현과는 동떨어져 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기사의 첫인상인 제목이 이렇게나 ‘재미’없어 보이는 듯해서야 어디 읽히겠는가. 그리고 그렇게 급히 작성된 제목의 기사는 역시나 부족한 취재와 어디서나 다룰 법한, 그래서 어디선가는 작성됐을 법한 글이란 생각이 들기에 충분했다. 

특히 이번 문화면을 읽으면서는 그 아쉬움이 더했다. 군대생활에 관련한 기사는 기획단계에서 기자가 품은 ‘새롭고 유익한’ 내용들 대신 우리학교의 여학우들 조차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내용을 늘여놨다. 기사 끄트머리에서도 말했듯, 예비역 선배와 소주한 잔 부딪히다보면 자연스레 들을 수 있는 얘기들로만 가득이다.
또 건강면의 추석 후유증 기사는 광장면의 거리의 리포터와 별 다를 바가 없다. 학생들을 통해서 들은 얘기를 한 면의 절반을 할애해 늘여놨고, 정보성 기사를 읽으며 정작 우리가 원하는 ‘정보’는 빠져있는 ‘기자의 추석연휴 엿보기’를 읽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좀 더 참신하고 재기발랄한 기획과 문구는 기자가 말했던 저널리즘, 특히 학내 언론의 역할 구현과 더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임은 늘 고민하고 발전하길 도모하는 기자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벼가 익기 위해서는 한여름의 많은 비와 늦여름에서 초가을로 이어지는 뙤약볕이 따끔함이 필요하다. 한양대학보의 더 단단한 내실을 위해, 부디 지금 이 따끔함이 낯 뜨겁지 않은 기사를 쓸 수 있게 되는 바탕이 되길 바란다. 

이지경<과기대ㆍ분자생명과학부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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