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는 만큼 보인다 - 딥 포커스
영화, 아는 만큼 보인다 - 딥 포커스
  • 지유석 기자
  • 승인 2007.10.07
  • 호수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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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한 장면은 단순히 배우와 대사로만 이뤄진게 아니다. 그것은 철저히 감독의 의도를 반영한다. 감독은 장면마다 자신의 의도를 드러내기 위해 공간 배치, 음향 하나하나를 신경써서 연출한다. 지난 호까지 설명했던 쇼트, 앵글, 몽타쥬, 미장센도 감독의 의도를 화면속에 드러내는 기법이다.

감독의 의도를 드러내는 화면은 카메라를 통해 촬영된다. 그래서 카메라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화면 구성이 바뀌고 감독의 의도가 변한다. 

  예를 들면, 카메라가 한 인물을 클로즈업하거나 같은 공간 속 다른 인물들은 흐리게 하고 특정 피사체를 뚜렷하게 보이게 함으로써 피사체를 강조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설명하게 될 ‘딥 포커스’ 촬영 기법은 감독의 의도를 최대한 배제시키는 촬영기법이다. ‘딥 포커스’란 화면 속에 등장하는 여러 피사체들 전부에 초점을 맞추는 연출법이다. 화면 속 피사체들은 카메라의 초점이 벗어나는 곳에 위치하지 않는다. 하나같이 뚜렷하게 볼 수 있도록 배치돼 있다. 이것은 관객으로 하여금 화면 속 대상을 카메라의 시선이 아닌 관객이 보고 싶고 해석하고 싶은 대상을 먼저 보게 한다. 관객이 원하는 것을 먼저 보게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관객은 자신의 가치관으로 영화를 평가, 감상할 수 있다.  

  ‘딥 포커스’ 기법의 장점은 앞서 말한 것처럼 관객의 자유로운 관람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한 화면의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으며 해석의 다양성을 유도할 수도 있다.

‘딥 포커스’가 많이 사용된 영화로서 대표적인 영화에는 ‘시민 케인’이 있다.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최대의 걸작이라 평가 받는 영화지만 솔직히 말해 그렇게 재밌는 작품은 아닌 듯 하다. 하지만 ‘딥 포커스’ 촬영 기법의 개념을 이해하기에는 이만한 영화가 없다고 한다. 

  대부분의 장면을 보면 어느 것 하나에 카메라가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은 받지 않는다.  각 화면에 등장하는 피사체들의 초점은 모두 뚜렷하다.  그래서 관객의 시선은 카메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롭다. 실제로 감독은 “관객이 보고 싶은 것만 보면 된다”라는 말까지 남겼을 정도다.

  그렇다고 ‘딥 포커스’ 기법이 완벽하게 관객의 능동성과 자유로움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눈은 주인공에게, 대사를 말하는 사람에게, 춤추거나 행동이 과한 사람에게 눈이 먼저 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모든 피사체가 뚜렷하더라도 관객이 화면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어느 정도 일치하거나 정형화된다. 

  결국 ‘딥 포커스’는 관객의 시선을 완전히 자유롭게 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화면의 객관성을 보장해주고 관객이 능동성을 추구하도록 도와주는 역할로서 그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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