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쓰게 하는 힘
나를 쓰게 하는 힘
  • 남정미 기자
  • 승인 2007.10.01
  • 호수 1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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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이번 주도 힘들었다. 예전 같았으면 꿀 맛 같았을 ‘추석’ 휴일이 인터뷰 컨택은 어떻게 할 것인지, 기사는 어떻게 쓸 것인지 걱정부터 앞서게 했다. 더군다나 이번 주는 사회부 고유 체제인 ‘함께 하기’를 버리고 ‘홀로 서기’를 한 첫 주라 더욱 부담감이 앞섰다.

오죽 했으면 옆에 계시던 어머니가 “고3 동생보다 니가 더 좌불안석이냐”고 하셨을까. 설상가상으로 집이 지방인 나는 역대 최악이라는 고속도로 정체 속에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6시간을 갇히고 말았다. 덕분에 지금도 몽롱한 코 감기약 속에 마감을 하고 있다.

이번 주 기획은 여자인 내가 생각해도 알 수 없는 ‘여성’에 관한 것이었다. 다행히도 교양 수업으로 듣고 있는 근현대사 교수님께서 책도 추천해주시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셔서 큰 도움이 됐다.

그 중 다음 두 문장이 새벽 2시에 나를 깨달음으로 이끌었으니, 다음과 같다. “정미학생 기사를 찾아보았습니다. 관점도 올바르고, 기사도 잘 작성하던걸요.”

아. 이 감동이란. 보기에도 어려워 보이는 주제를 가지고 낑낑대는 내가 가여워 격려조로 하신 말씀인지, 아님 혹여나 반어법인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어찌됐던 ‘내가 왜 이 주제를 쓴다고 했지’하는 생각부터 ‘내가 왜 신문사를 들어왔지’하는 생각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던 혼란이 일순간에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정말 그 보다 더한 비타민제는 없을 듯 했다.

자연스레 인터넷에 접속하고, 네이버 뉴스를 보던 나를 이끄는 제목이 있다. ‘KTX 사태 극적 타결.’

약 한 달 전쯤 KTX 파업 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조금은 선동적인 플랜카드에 처음엔 들어가기가 조금 주저스러웠지만, 당신보다 훨씬 어린 나에게 비타500을 건네며 고충을 털어놓는 모습에 한쪽 가슴이 찡해졌었다.

짧은 이야기를 마치고 방명록 까지 쓰고 나온 후 그를 바탕으로 비정규직에 대한 기사를 작성했다. 그리고 한 달 뒤. 드디어 1년 8개월 만에 KTX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함으로써 사태가 해결 됐다 한다.
물론 KTX문제야 워낙에 오래되고 다른 곳에서도 많이 문제시 됐던 사안이긴 하지만, 내가 문제시 하고 기사화 시켰던 내용이 이렇게 해결되다니 그들의 작은 목소리에 나도 조금이나마 힘을 실어준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모 기업 광고 문구 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나를 살게 하는 힘’. 그리고 그 힘으로 가수 인순이는 자신의 팬을 꼽는다.

가만히 생각해 본다. 나를 쓰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 동기들과 웃으며 얘기했던 기자 수당도, 제육도 아니다. 비록 소수라 할지라도 내 기사를 읽어주는 독자. 그리고 내 기사로 인해 조금이라도 변하게 될 세상. 아마 그 두 가지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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