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는만큼 보인다-#4 미장센
영화 아는만큼 보인다-#4 미장센
  • 정혜인 기자
  • 승인 2007.10.01
  • 호수 1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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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장센은 영화의 한 프레임 안에 감독의 의도대로 배우와 세트 디자인 등의 고정된 배열을 뜻하는 프랑스어이다. 연속동작들로 이뤄진 영화 속에서 한 순간을 일시정지 시켜봤을 때 그 장면에 감독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면 그 한 장면을 미장센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장센에는 영화 한 커트에 들어가는 일반 무대 세트와 소품, 의상 인물들이 모두 포함된다.

예를 들어 한 여자가 자살했을 때 어떻게 자살 했는지를 미장센으로 보여주는 방법이 있다. 침대 위에 조용히 죽어서 누워있는 여자 곁에 있는 테이블 위에 물 한 컵과 약 통이 있다. 미장센은 누워있는 여자를 화면의 맨 뒤쪽으로 보내고 물 한 컵과 약 통을 맨 앞에 위치하게 놓는다. 이렇게 화면을 배치하면 여자가 선택한 자살의 방법이 약을 먹고 죽었다는 것을 미장센 한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감독들 중 미장센을 가장 잘 활용한다는 평가를 받는 이명세 감독의 「형사 Duelist」는 영화를 감상하는 중에도 많은 미장센 장면을 찾아볼 수 있다. 스타일리스트 이명세의 작품답게 플롯이나 내러티브가 영화를 이끌어가는 것 보다는 화려한 율동의 묘사와 미장센이 영화를 지배한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마치 책장을 하나씩 넘기듯이 장면들이 끊김의 연속으로 이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극중 남순 역(하지원)과 슬픈 눈 역(강동원)의 칼싸움 장면에 중요한 미장센이 나온다. 남순은 항상 단검 두개를 갖고 다니는데 특히 슬픈 눈과 대결을 할 때에 두 개의 단검을 위, 아래 평행으로 슬픈 눈의 칼을 막는다. 영화를 보면 남순과 슬픈 눈은 서로 사랑에 빠지지만 두 사람 모두 각자의 신분 때문에 사랑을 이뤄낼 수 없게 된다. 마치 만나지 못하는 두개의 평행선처럼 그들은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한다. 남순의 두개의 단검은 평행으로 서로 만날 수 없는 두 사람의 운명을 나타내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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