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한번으로 제사상 OK!
클릭 한번으로 제사상 OK!
  • 지유석 기자
  • 승인 2007.09.16
  • 호수 12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클릭 한번으로 제사상 OK!

매미 울음소리가 울리던 밤이 귀뚜라미 노래의 향연장이 되는 가을이 왔다. 가을은 무더운 여름을 견뎌내고 결실을 맺게 되는 풍요로운 시기다. 그리고 그 풍요로움의 중심에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에서 보듯이 추석이 있다.

우리 조상들은 추석이 되면 그 해 농사의 결실을 기념하고 선조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친지들과 다함께 모여 차례를 치렀다. 이를 통해 친지들과의 유대감을 다질 수도 있었고 힘들었던 수확 시기에 대한 보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오늘날에는 가족들이 다같이 모여 사는 경우도 드물고 추석에 한 자리에 모이지 못하는 가족도 있다. 그렇다고 제사를 못 지내는 것은 아니다. 요즘은 인터넷 상에서도 제사를 지낼 수 있으니까.

사이버 제사는 시대의 요구

과거 조선시대의 제사는 유교문화 관습에서 엄격히 여러 선조께 제사의 예를 드렸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제사는 급변하는 가운데 여러 절차적 요소를 생략하고 형식절차보다는 가까운 1, 2대 선조에게만 제례를 드리고 실질적으로 고인을 추모하는 형식으로 바뀌고 있다. 또한 바쁜 생활 속에서 심지어는 제례도 생략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터넷 제사는 현대인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아이템이다. 사이버상에서 추모 공간을 마련해 놓은 후, 콘텐츠가 제시하는 제사 절차에 따라 쉽게 제사를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인터넷의 장점을 이용해 고인과 관련된 사진이나 동영상을 함께 올려 볼수도 있고 편지를 남기는 일도 가능하다.

그리고 종교별로 제사를 지내는 법이 다르다는 점도 감안해 기독교, 불교식에 맞춰 제사 절차를 제공해준다. 이에 대해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장묘 문화 센터 임창수 전산 실장은 “현대인들, 특히 젊은 세대들로부터 사이버 성묘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시간을 절약할 수도 있고 자주 들어와서 고인에 대한 기억을 되새겨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이들 찾는 것 같아요”라 말했다. 

전통적 제사 알리미 역할도 해

현재 젊은 계층일수록 제사법에 대해서도 정확히 방법 및 절차를 아는 사람이 드물다. 사이버 추모는 형식적이지만 사이버 상에서 제사 절차를 안내하는 알리미 역할도 하고 있다.   임창수 전산 실장도 “사이트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실제 전통 제사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됐고 우리 홈페이지에서도 사이버 제사 개념보다는 제사상 차림 안내 및 제사 절차의 안내도우미 역할에 더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고 설명했다.

아직 우리 민족 정서에는 맞지 않는다는 견해도 다분

우리 민족정서상 실제 상차림을 통한 제사를 중시하기 때문에 사이버 제사라는 개념이 많이 확산돼 있지는 않다. 제사는 조상에 대한 정성을 담은 것이라 여기는데 가상 공간에서 이뤄지는 것은 아무래도 정성이 부족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사이버 추모 사이트 ‘이 다음 세상’을 이용하는 서정원 씨는 “사이트에 자주 들어와서 고인에 대한 기억을 되새길 수 있어서 좋다. 가상으로나마 만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만족한다”라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정성을 다해 조상을 모시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 클릭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것은 문제다”라 말했다.

산업사회가 가족의 분산을 초래했으나 추석은 분산된 혈연이 집합하는 계기가 되고 따라서 혈연간의 협동과 화목을 다지는 핵의 구실을 하고 있다. 물질만능주의에 사로잡힌 오늘날 현대인들도 한가위가 되면 마음 한구석에 있는 자신의 정을 발견하곤 한다. 화면상으로 조상님을 모시는 것은 정성들여 직접 차례를 준비하는 것보다 정감을 느끼기엔 부족한 면이 있다. 하지만 차례를 지낼 때 조상님들에게 들이는 정성의 깊이는 매한가지가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