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책이
세상에 이런 책이
  • 강명수 기자
  • 승인 2007.09.02
  • 호수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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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사전」앰브로스 비어스. 1906년에 빛을 본 이래 현재까지 계속 개정판이 발간됨,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가장 최근의 2005년.

미국의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앰브로스 비어스의 작품이며, ‘단어 비꼬기’ 사전류의 원조로써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사전이다. 악마도 배꼽을 잡고 웃으며 통쾌해 했다고 하여 ‘악마의 사전’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미국이나 일본 등지에서는 거의 매년 한 번씩 새로 출간될 정도로 유머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유명하다. 그렇지만 일반인들은 그 존재조차 잘 모르고 있는, 어둠 속의 금서다. 서울과 안산 양 배움터의 백남학술정보관에 봉인돼 있다. 

가엾은: [명]상상 속에서 나와 마주친 적의 상태
강사·교수: [명]손은 학생의 주머니에, 혀는 학생의 귀에, 믿음은 학생의 인내에 두고 있는 사람
거리·간격: [명]부자가 가난한 사람에게 제 몫을 요구하고 지켜줬으면 하는 유일한 것

「웃는 지식」마크 베네케. 2006년 출판

노벨 상과는 반대로, 해마다 괴짜 연구에 이바지한 사람에게 수여되는 황당한 과학상이 있다. 흔히 이그노벨 상이라 불리는 이 상은 ‘TV시청 한시간이 피자 한조각과 같은 칼로리 섭취효과가 있다’ ‘사진을 몇 번 찍어야 눈을 감는 사람이 없을까’와 같이 ‘매년 다시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업적에 주는 상’이다. 과학자들이 한번 낄낄거리고 지나갈 이런 황당한 연구들을 ‘연대 순으로 정리해 과학적으로 보이게끔’ 만들어 놓은 책이 바로 마크 베네케의 「웃는 지식」이다.

‘사진을 몇 번 찍어야 눈을 감는 사람이 없을까’ → 1/(1-xt)ⁿ의 공식에 대입한다.
‘밑줄이 그어진 책을 보면 공부에 도움이 될까’  → 모집단을 설정하고 표준편차를 구한 결과 밑줄이 그어진 텍스트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포커, 오버컴」박정호. 2000년 출판

드라마 ‘올인’의 영향으로 포커에 대한 책이 봇물처럼 쏟아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많은 책 중에서도 이만큼 노골적이고 뻔뻔한 책은 없었다. 이 책은 플레이어의 포커 실력을 끌어올리지도, 도박의 폐해에 대해 설교하지도 않는다. 이 책의 유일한 목적은 실전포커에서 전문 도박사(타짜)들의 온갖 사기술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70면에 달하는 컬러 화보의 생생한 묘사는 상대방을 털어먹으려는 예비 사기꾼을 돕는다. 동아리 MT 때마다 내 돈을 슬금슬금 긁어먹는 선배가 있다면, 이 책에서 구원을 찾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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