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 단순한 직업을 넘어 삶의 자세로
법조인, 단순한 직업을 넘어 삶의 자세로
  • 강명수 기자
  • 승인 2007.09.02
  • 호수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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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수 한양대 법률사무소 상담변호사 인터뷰

박 변호사님께 있어 변호사란 어떤 의미입니까
변호사는 직업이 아니라 삶의 자세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그것은 상당히 고상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변호사도 하나의 직업이란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생계를 유지하고, 일에 보람을 느끼는 것, 다른 직장처럼 직업의 하나임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다만 오늘날엔 워낙 많은 일들을 법으로 해결하는 추세가 돼 버렸기 때문에, 우리 생활에서 법이 끼어들지 않는 부분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의 공적인 부분, 즉 공익성과 직업윤리가 상당히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이 다른 직업과의 차이점입니다.현대 사회는 법률 전문가를 필요로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변호사는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며 다양한 분야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래서 저도 공익성을 이루는 정말 멋진 삶을 살아가고 싶은데, 올해로 5년째인데 생각대로 되진 않습니다. 아마 변호사란 직업이 이런 거였다는 걸 제가 미리 알았더라면 그렇게까지 기대하거나 목표의식을 설정하고 열을 올리진 않았을 거란 생각도 해봅니다.

언뜻 생각하기에 변호사라고 하면 좋은 직장, 부귀와 사회적 명예를 갖고 여유로운 생활을 즐긴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변호사가 주로 하는 업무가 소송 아닙니까. 그런데 소송, 재판이라는 건 수시로 하는 게 아니지요. 선량한 시민들에게 재판이란 정말 자기 자신에게 큰일이 닥쳤을 때 인생을 걸고 벌어지는 엄청난 의미입니다.

개인적인 상황에서 보면 일생일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일대 사건이니까요. 그러니 당연히 재판을 진행하다 보면 노력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며 무엇보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입니다.

재판이란 결국엔 양측의 싸움입니다. 좋은 일이 아니라,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좋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서로 상대방을 공격하고 또 상대방의 공격을 방어하며 상대를 제압하려고 하는 것이 재판이지요. 그렇지 않으면 내 쪽이 제압당하니까요.

오랜 시간 동안 상대방과 논쟁을 벌이고 증명해야 하는데, 이것은 오랜 시간 동안 반복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게 어떤 잡무를 기계적으로 처리하는 게 아니라 일일이 확인하고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정말 에너지 소모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제가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서 사건의 향방이 달라지고, 결과가 바뀌며, 또 한 사람의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기쁜 일입니다. 드라마틱한 승소는 별로 없습니다만, 평범한 경우라도 재판이 잘 돼서 의뢰인이 악수라도 한 번 하고 싶다고 말할 때면 정말이지 저 자신의 존재의의가 커지는 거죠. 그럴 때 변호사로서 느끼는 자긍심, 자신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많은 예비 법조인들에게 있어 사법고시는 지상 목표입니다. 그 목표를 넘어선 경험자로서, 사법시험 이후의 삶은 어떻습니까
저도 그런 실수를 했습니다. 사법고시가 워낙 어려운 시험이기 때문에 고시를 준비하는 법대생들은 학부 시절부터 준비하곤 합니다. 저는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했지요. 그래도 합격할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대학 다닐 때부터 사법고시에 대한 압박이 있기 때문에 계속 사법고시만 준비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타 대학 학생들이 경험하는 해외 어학연수나 각종 자격증, 인턴이나 프레젠테이션 같은 분야는 전혀 대비하지 못하고 시험에만 몰입하곤 합니다.

그런데 막상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나면 그 이후로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습니다. 일단 사법시험에 합격만 하면 모든 게 준비돼 있고, 모든 게 술술 풀려나갈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경험자로서 말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때부터 전혀 다른 차원에서 경쟁하는 세상이 열리게 됩니다.

그때가 되면, 무조건적으로 고시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일단 법조인이 되면 내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또 어떤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겠다는 자세에 대한 확고한 정립과 다짐이 있어야 합니다. 판·검사는 물론 변호사 또한 직업윤리의 중요성이 큰 직종입니다.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유혹을 받게 되는데, 그럴 때 어떻게 판단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명확하게 서 있어야 합니다.

직업적으로도, 단순히 어떤 사법시험에 합격한 것은 더 이상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이제는 특화된 분야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자신만의 전문분야. 그것이 세법이든 상법이든 간에 법률적으로 특화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합니다.

또 국제거래가 워낙 활성화됐기 때문에, 국제거래를 담당할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진출하는 사무소가 많기 때문에 외국어 능력은 반드시 필요하지요.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아무런 준비 없이 사법시험만 죽어라 공부해서 합격하는 것은 그 이후의 삶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입니다. 특히 요즘과 같이 경쟁이 치열해지며 법조인에 대한 사회적 대위가 예전 같지 않고 요구사항은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는 저마다 스스로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사법시험이 하나의 다른 직종처럼 자격증, 자격증의 개념으로 바뀌고 있는 이상 자격증만 갖는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자격증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 변호사님께서는 우리학교 법대의 법률상담소에서 무료로 법률상담을 해주고 계십니다. 혹시 그에 대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십니까
특별한 이유는 조금 거창한 표현이네요. 노블리스 오블리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단 모교에 대한 봉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둘째로는 변호사로서 매일매일 일에 치여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공익성이나 직업윤리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는 걸 경험합니다.

사무실을 운영하고 의뢰인의 의뢰를 처리하는 등 변호사의 공익적인 부분을 망각하는데, 무료로 법률상담을 해주면서 개인적으로 조금이나마 그런 도덕적 해이를 몰아내고, 사회적인 책무를 다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그래도 법률상담소를 시작한 초기에는 정말로 무료 법률상담 요청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그나마 조금 줄었습니다. 물론 일이 상당히 바쁘다 보니 시간 내기가 업무적으로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면 무료법률상담 하시느라 힘드시죠, 하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시면 약간 양심에 찔리기도 합니다.(웃음)

한양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미래의 법조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일단, 무엇보다도 법조인이란 직업은 분명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직업이며, 사회에서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법조인의 업무가 대단히 힘들고, 후배님들이 지금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힘든 부분들이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을 갖고 도전한다면 로스쿨 제도의 변화조차도 좋은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후배님들께 우려 섞인 이야기를 드리자면 이미 대한민국 사회에서, 변호사가 차지하던 사회적 영향력, 경제적인 풍요, 안락한 생활이 보장되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오늘날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그런 풍요로움을 목표로 하는 일은 좀 무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신기루에 매몰되지 말고, 자기만의 철학과 법조인의 자세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뚜렷히 정립한 다음 이 사회에서 법조인이 할 수 있는 여러 분야의 일들 가운데 자기가 하고 싶은 바를 이뤄나갈 수 있는 기반을 닦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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