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활 속의 테러리즘
우리 생활 속의 테러리즘
  • 강명수 기자
  • 승인 2007.09.01
  • 호수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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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에서 우리 인질들이 모두 석방된 직후, 탈레반 대변인 아마디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우리의 이번 외국인 납치는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앞으로도 우리는 이러한 투쟁방식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이제 테러는 ‘만약 일어난다면’이 아니라 ‘언제 일어나는가’의 문제로, ‘저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로 다가왔다.

테러리즘의 문제와 심각성
탈레반 피랍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남겼다. 사람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테러를 ‘레인보우 식스’나 ‘카운터 스트라이크’ 정도의 인식. 다시 말해 테러를 소극적 치안 차원에서 바라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이제는 국가 안보적 차원의 전쟁 행위로 인식하게 됐다.

‘테러’는 보복이 불가능하다. 냉전시대 때 일단 공격을 받으면 대량 보복을 할 것이라는 위협으로 안보를 유지했던 이른바 ‘억제’의 논리는 보호해야 할 국민이 없는 테러리스트에겐 무의미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현대 테러리즘이 국제적 성격을 지님에 따라 이념적·조직적 연계성을 지니게 되고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정치 투쟁으로 발전했으며, 이번 아프간 사태에서 드러났듯 날이 갈수록 폭력적이고 무차별적이며 광범위한 표적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현대 사회는 누구도 테러의 표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탈레반의 요원들은 아프가니스탄에만 숨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테러리즘의 희생자들
2000년 6월 8일. 그리스 아테네에 살고 있던 영국 국방부 정보원 스티븐 사운더스는 출근도중 올림픽 스타디움 맞은편 신호등에서 오토바이를 탄 정체불명의 두 사람에 의해 가슴에 총 네 발을 맞고 숨을 거두었다. 그들이 누군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2004년 6월 22일. 이라크 팔루자에서 군납업체에 근무하던 김선일 씨는 테러리스트 단체에 의해 납치됐다. 얼마 후, 무릎을 꿇고 울먹이는 모습의 김선일 씨를 참수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과 김 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범행을 저지른 테러범들은 아직 체포되지 않았다.

미국의 국가기관에서 발표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2000년부터 2005년까지 발생한 테러 사건은 모두 14,046건으로, 사망자 22,379명과 부상자 45,814명이 발생했다. 이는 이라크 전쟁이나 아프가니스탄의 폭격 등 일반적으로 전쟁 행위라 여겨지는 수치를 제외한 순수한 테러 희생자만을 더한 것이다. 2004년 6월 22일의 김선일 씨 피살사건과 유사한 납치살해 사건부터 암살 및 불특정 자살폭탄테러 등, 우리가 알지 못하는 동안 6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테러의 피해자가 됐다.

우리 곁의 테러리즘
현대 사회의 복합적이고 상호 의존적인 시스템 자체가 테러리스트들에게는 적절한 표적이 된다. 특히 오늘날은 통신, 생산시설의 집중으로 인해 보안의 취약성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표적을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기는 매우 어렵다. 더구나 무기 및 폭발물 제작에 관련된 지식을 인터넷으로 쉽게 접할 수 있게 됐고, 화학 폭발물 또한 구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게 된 점은 잠재적인 테러 위험으로 작용한다. 이제는 인터넷을 다룰 줄 아는 중학생들도 1995년에 일본에서 벌어진 옴 진리교 테러에 사용된 사린가스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테러리즘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주요 목표인 테러리스트들에게 대중 전달 매체의 발전은 2001년의 9.11 테러 동영상이나 속칭 ‘참수 동영상’이 전 세계에 파급효과를 일으킨 것처럼 대중매체를 통해 퍼져나간 인터넷을 사용하는 모든 인구에게 엄청난 확산 효과를 갖게 된다. 그로 인해 테러의 규모와 관계없이 대중의 공포심은 현실 이상으로 커져나가게 된다.

테러리즘 = 공포
그 이유가 무엇이든, 우리는 평범하게 살아가던 무고한 사람들이 다치거나 납치되고 살해당하는 끔찍한 사건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는 공포와 살상을 목적으로 설치한 함정에 사지가 찢기거나 공포에 휩싸여 죽는 끔찍한 효과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우리 이웃의 죽음을 바라고 그런 잔인한 짓을 계획하고 작전을 짜는 사람들, 악몽과 같은 일을 수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가 테러의 심각성을 받아들이고 테러를 끝내지 않는다면, 테러가 우리를 끝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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