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없으면 학교도 없다
학생이 없으면 학교도 없다
  • 장형수 기자
  • 승인 2007.08.26
  • 호수 1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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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300」의 스파르타 전사들은 페르시아의 1백만 대군에 용감하게 맞서 싸웠다. 무모한 전투에도 그들은 용맹했으며 나라를 위해, 가족을 위해, 그리고 자신들의 명예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후에 그들은 그리스의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 받았고, 그들의 희생은 ‘아름다운 죽음’이라 전해지고 있다.

우리학교 3백여 명의 학생들도 지난 6월, ‘희생 아닌 희생’을 당했다. 김밥 속 계란에 있던 살모넬라균은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았고, 학생들의 건강을 앗아갔다. 뿐만 아니라 기말고사 기간과 겹쳐 시험을 제대로 치루지 못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아무리 봐도 이건 관리 소홀 문제다. 물론 음식이 잘 상하는 더운 날씨 탓도 있겠지만, 그것까지 신경 썼어야 했다. 비록 검증되지 않은 숫자이긴 하지만, 3백 명이라는 많은 학생들이 먹을 만큼 김밥은 인기상품이었다. 그만큼 철저하게 관리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또, 김밥을 납품했던 업체가 무허가였다는 것도 이번에 밝혀졌다. 유통업체가 부도나면서 빠져나온 개인이 지난해부터 영업을 했다고 한다. 얼마나 관리를 안했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이런 일이 일어난 적이 없어서 당연히 허가업체인 줄 알았다’는 장학복지과의 말은 더욱 이해되지 않는다. 그건 신뢰가 아니라, 분명 관리 소홀이다.

자신들이 먹는 음식이라 생각해보라.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몇 몇 사람의 방관된 태도로 너무나 많은 학생들이 다쳤다. 병원 진료비와 정신적 위로금 등을 포함해 피해 보상금을 지급하긴 했지만, 돈 몇 푼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돈의 액수가 많고 적고를 떠나, 중요한 건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유통기한을 준수하고, 냉장 보관을 철저히 하며 신뢰감 있는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또한, 어떠한 형태로라도 다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ㆍ감독 범위를 넓혀야 한다. 정기적인 위생상태 점검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번 사건은 분명 우리학교의 대외적 이미지에도 손실이었다. 하지만 학교는 학교의 이미지만 수습하는 데 더 급급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학교의 이미지보다 우선인건 학생들의 건강이다. 학교는 학생들을 위한 곳이며, 학생들에 의한, 학생의 공간이다.

영화 「300」의 스파르타 전사들과는 성격이 좀 다르지만, 어쨌든 희생은 희생이었다. 이번을 계기로 더 이상 이런 일은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 학생들의 ‘희생 아닌’ 희생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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