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는만큼 보인다- 2 영화의 눈, 앵글
영화, 아는만큼 보인다- 2 영화의 눈, 앵글
  • 김보만 기자
  • 승인 2007.08.26
  • 호수 1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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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영화를 보는 시선은 카메라의 위치, 즉 앵글(The angles)과 일치한다. 우리는 카메라가 바라보는 곳에서 카메라가 보여주는 피사체를 관찰한다. 가장 편한 앵글은 역시 우리눈높이에 맞춘 ‘아이레벨쇼트’다.

이는 특별한 극적인 연출 없이 일상적 장면을 촬영할 때 주로 쓰이는데 이 때 감독은 카메라를 통해 피사체에 대한 어떠한 판단도 내리지 않는다. 영상에 비친 인물의 성격을 파악하는건 순전히 관객의 몫이 된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영 앤 이노센트」를 보면 앵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의 눈높이를 벗어나지 않는다. 살인누명을 쓴 로버트와 여 주인공 에리카가 진범을 찾는 동안 카메라는 끈질기고도 지루하게 그들을 쫓는다.

영화에는 단 한번, 위에서 내려다보는 ‘하이앵글’이 등장한다. 눈을 깜빡이는 범인을 찾아 그랜드 호텔에 들어간 주인공이 사람이 너무 많다며 혼란스러워 하자, 카메라는 즉시 주인공의 돕는다. 커다란 호텔 안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천천히 훑어내는 카메라는 범인을 찾고 있다. 이 때 카메라는 홀보다 더 높은 층에 설치하거나 또는 장비를 이용해 위에서 촬영한 것이다.

카메라는 하이앵글로 누가 범인인지를 찾는다.

이 장면은 많은 사람들의 행동과 모습을 한 번에 포착해 관객으로 하여금 그 공간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그 중 누가 범인일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유도한다.

어린이가 나오는 영화 대부분은 어린이를 어른의 위치에서 내려다본다. 그 때 그 아이는 멋모르고 나약한 존재일 뿐이다. 그러나 카메라 렌즈가 어린아이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그제 서야 우리도 그를 마주보게 된다. 영화를 보는 건 관객이지만 이미 스크린 속의 시선, 앵글은 정해져 있다. 존경하는 선생님을 우러러 보고 좋아하는 사람의 눈을 마주보듯이 우리는 영화를 통해 피사체를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까지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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